선운사 앞을 지나고 있었다. 

전화가 온다. 

"형님 선운사 갔더니 만개했습디다"

"그려? 나도 마침 지나는 길잉게 한번 가봐야 쓰겄다 "

곧장 선운사 경내로 들어섰다. 

 

 

차를 세우고 사진기를 챙기니 암자에 있던 검둥이 한마리 안내라도 하겠다는 듯 앞장서더니 언덕 너머로 사라져 버린다. 

거그 아녀 임마..

 

 

암자 지붕 용머리에 올라앉아 암컷을 부르는 딱새의 노랫가락이 흐드러진다. 

바야흐로 봄, 생명력 충만한 번식의 계절이다. 

 

 

이내 복수초 꽃밭에 당도하였다. 

북사면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햇볕 잘 받는 남사면에 흐드러졌다.

 

 

금잔, 술 한잔 따라먹고 싶다. 

문득 어사또 이몽롱이 떠오른다. 금준미주는 천인혈이요..

 

 

나야말로 꽃 중의 꽃이라는 듯 도도하기 이를 데 없다. 

후드득 날짐승 튀는 소리에 고개 들어보니 고라니 한 마리 쏜살같이 산을 탄다. 

뒤를 쫓는 검둥이.. 천방지축 날뛰는 녀석의 뒤태에도 봄기운이 충만하다. 

 

 

올망졸망, 옹기종기 모여 핀 꽃들이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엄마 꽃, 아빠 꽃, 문열이 꽃, 막둥이 꽃.. 식솔이 많다. 

 

 

암자에 돌아오니 어느새 돌아온 검둥이 언제 그랬냐는 듯 천연덕스럽게 우리를 내려다본다.

"꽃구경은 잘 허겠소?" 하고 묻는 듯..

 

영태를 만났다. 

니 덕에 꽃구경 잘했다 하고 사진을 비추니 "음마 복수초 보고 오셨소? 나는 변산바람꽃  얘기 헌것 인디.."

헐.. 그게 벌써 필 때가 되었나? 가파른 북사면에 자리 잡은 선운산 변산바람꽃은 꽤 늦게 핀디.. 

날이 따솨서 작년보다 한 20일은 빨리 핀 것 같다고 한다. 

좌우튼 되얐다. 자칫 봐주는 사람도 없이 스러질 뻔했던 꽃을 실컷 바라봐주고 왔으니..

이것도 공덕 쌓기여, 암만.

어제는 하루 종일 이 노래를 흥얼거렸다. 

복수에 빛나는 총탄으로 이제 고인 눈물을 닦아다오

마침내 올려질 승리의 깃발 힘차게 펄럭여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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