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자화상, 2014 갑오년 박홍규

 

 

봄 되문 아까와서 못 놀아

카만히 놀고 있으믄 애가 터져 

손이 근질근질해 어짤 수 없어 

밭이 불러 나 오기를 지달리고 있어

근디 시방 내가 이렇게 허리를 못써

애기 때는 긴다난다 했제

나 꽹이질도 통쾌허니 잘 헌 사람이여

근디 시방 내 몸을 내 맘대로 못 부래 묵어

내가 뭐이 무겁다는 말을 안 허고 살았는디 인자 내 몸뚱이 한나가 무거와

낮밥 묵고 둔너 있은다냐 으쩐다냐 하다가 

술 한 잔 묵고는 이 술발로 고놈 땅을 파야 허것다 허고 나왔어

깡다구로 지스는 거여

자석들은 지발 좀 밭에 나가지 마씨요 그래

아야 내가 눈 감아뿔고 땅 속에 들어가문 잊어뿔어도 숟가락을 들고 밥을 묵음서 어찌 이 땅을 묵혀 놀 것이냐

농사를 지슨다는 것이 온정신으로 해야 허는 일이여 

허다 못해 돈부 한나도 절서를 맞촤서 숭궈야 써

누가 갈쳐줘서 안 것이 아녀 땅이 갈쳐

 

김옥순 할매의 밭 가는 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