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오랜만에 책 이야기를 한다. 

갈수록 책 읽기가 어려워지지만 그렇다고 아예 책을 읽지 않는 것은 아닌데..

가끔 책 이야기도 하면서 살아야겠다. 

 

받자마자 단숨에 읽어버린 책, '신불산'. 

'빨치산 구연철 생애사'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발간된 지 그리 오래된 책은 아닌데 새책을 살 수 없고 중고서점을 뒤져도 잘 나오지 않더니 근 한 달을 두고 지속적으로 인터넷을 검색하여 귀하게 얻었다. 

 

이 책을 어찌 알게 되었는가? 

이야기는 백두대간 산행 도중 자그마한 암봉에서 발견한 녹슨 탄피에서 시작된다. 탄피를 발견한 곳은 함양 백운산이었다. 

백운산은 덕유산과 지리산 사이에 솟은 큰 산이다. 인근 영취산에서 호남정맥이 갈라져나가고 함양 방면으로는 괘관산과 연결되는 백두대간상 요충지이다. 

궁금증이 밀려왔다. 누가 누구에게 총을 쏘았을까? 

산행 내내 지리산, 빨치산, 토벌대 등의 단어가 뒤엉키는 사색과 추리가 지속되었다. 

집에 돌아와 이것저것 뒤지던 중 함양출신 빨치산 남도부 사령관을 만나고 그의 생애를 소개한 글들을 보게 되었다. 

'남부군'과 유사할 것이라는 선입견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이름 '남도부', 그리고 그의 유격근거지 신불산, 생의 마지막 순간에 대한 엇갈리는 평가들이 혼란스럽게 다가왔다.

그러던 중 발견한 책이 신불산이다. 

굳건한 신념과 의지로 한평생을 변함없이 살아오신 분의 생애와 말씀이야말로 그 자체로 진실을 담보하고 있을 터, 이 책을 봐야 남도부 사령관을 제대로 알 수 있겠다 생각했다. 

신불산은 그렇게 나에게 왔다. 

 

과연 그랬다. 

자신의 생을 돌아보는 구연철 선생의 어조는 담담하기 이를 데 없다. 

하지만 그 담담함이 오히려 거센 회오리바람으로 책을 읽는 나를 격동케 했다. 

그리고 궁금해하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주었다. 

 

작가를 통해 표현된 구연철 선생의 말씀이 가슴을 울린다. 

"희망이 없는 세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진보의 시계는 결코 멈추지 않는다"

 

 


신불산

저자
안재성 지음
출판사
산지니 | 2011-04-11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빨치산 구연철 생애사『신불산』. 이 책은 해방 전후 격동의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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