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래미들이 집에 다녀가면서 잘 손질된 멸치를 놓고 갔다. 

술안주하라고 놓고 간 모양이다.

날름날름 집어먹다 보니 손질한 공력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고추장으로 버무린 멸치반찬이 생각나 인터넷을 뒤져보니 고추장에 양념 좀 넣고 그저 버무리면 된다는 것을 금새 알겠다. 

그러니까 이 멸치가 요리다 생각하고 의지를 모으면 인터넷이 나서서 도와준다.     


손질된 멸치



기본에 충실하되 내 입맛과 취향대로 있는 재료 가지고 만들어본다. 

웃집 아짐이 준 고추장 적당량에 청양고추와 양파, 마늘을 다져넣고 장흥에서 가져온 산야초 효소를 적당히 부어가며 다소 묽게 장을 만든다. 

고추가 양이 많아보이는데 그게 내 입맛이다. 

그리고 멸치 넣고 마구 버물러주니 끝이다. 

들기름 좀 쳤다. 음식을 만들어먹다 보니 참기름보다 들기름을 더 쓰게 되더라는..

설탕이나 올리고당 대신 산야초 효소를 쓰니 제격이다. 


고추장 멸치무침


맛을 보는디.. 아, 이건 내가 혼자 먹어버리면 죄로 가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무쟈게 맛나더라는 것이다. 

몇개 집어먹다가 딸래미들이 싸놓은 택배보따리에 넣어서 몽땅 보내버렸다.

 

딸래미들한테 감상문을 보내라 했다. 

큰딸, "멸치가 맛나는구만"

둘째딸 겸 막내,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넓은 태평양에 멸치들이 날아다니는듯한 맛입니다"

라는 문자가 날아왔다. ㅋㅋ



일찌감치 집을 떠나 서울에서 학교다니던 시절 어머니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보따리를 들고 두세달에 한번꼴로 서울에 올라오셨다. 

어머니는 음식솜씨가 몹시 좋으셨다. 

그런데 그 좋은 음식솜씨를 제대로 전수해주실 틈도 없이 급작스럽게 돌아가시고 말았다. 

어머니 음식보따리를 생각하니 30년이 훌쩍 지나버린 지금도 입안에 침이 마구 고인다. 


'먹고 놀고.. > 먹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날 홍어탕  (5) 2015.12.20
군산 뽀빠이 냉면  (4) 2015.08.02
구수한 죽순들깨탕  (0) 2015.06.06
다들 해먹는 죽순요리 세가지  (5) 2015.05.26
죽순이 올라온다.  (0) 2015.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