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군산 갈 일이 잦았다. 
어쩌다 보니 점심 무렵 혼자가 되었다. 
짬뽕을 좋아하지만 줄지어 기다릴 수는 없다. 날도 더운데..
'군산 냉면'을 검색하니 뽀빠이 냉면이 나온다. 
그리 멀리 있지 않다. 
복성루 앞을 지난다.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자그마한 짬뽕집을 에워싸듯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뽀빠이 냉면집은 복성루를 지나 길 좁은 구도심에서도 작은 골목 속에 있었다. 
줄은 없지만 사람이 많다. 

 

 

늘 먹는 물냉면, 닭가슴살을 고명으로 얹었다.  
닭을 고와 육수를 낸 모양이다. 좋다. 
잘 만든 막국수와 일면 상통하는 맛이 있다. 
정통 평양냉면보다는 다소 강한 맛, 이 육수로 군산 사람들 입맛을 사로잡았나 싶다. 
육수는 그렇고 면발, 메밀면 특유의 짤긋하면서도 부드러운 면발이다. 
대책 없이 질기기만 하고 형편없이 가느다란 여타 면발과는 확연히 다르다. 
해산물로 육수를 내는 독특한 계보의 진주냉면 말고 한강 이남에서 이런 냉면을 먹어본 적이 없다. 
곱빼기를 시킬걸 그랬다 하고 후회했으나 그러지 않길 잘했다. 양이 많다. 
잘 만든 냉면이 그렇듯 은근히 생각난다. 

초등 4년 담임선생이 군산 분이었다. 아마도 교대를 막 졸업한 새내기 여선생님. 
여름방학, 역시 군산출신인 다른 선생님 손에 이끌려 담임선생 댁에 놀러 갔다. 
늘 잘 차려입은 정장만 보다 짧은 반바지 입은 담임선생의 모습에 꽤 충격을 받았던 듯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군산항에서 바라보던 황량한 장항 제련소 굴뚝도 생생하다. 얼마 전까지도 장항을 섬으로 알고 살았다. 
교도소 앞을 지난 기억도 난다. 죄지은 사람들이 가는데라면서 너는 이런 데 갈 일 없을 거라 하셨더랬다. 
말씀만 따나 문턱까지만 몇 차례 가보고 교도소는 한 번도 안 가봤다.

그리고 냉면집에 갔던 기억, 군산에서 제일 잘하는 냉면집이라 했다.  
이 집이었을까? 알 수가 없다. 
당시 이 집은 개업한 지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겠으니 이 집 말고 지금은 사라진 이 집의 원조격이라 하는 '황해옥'일 가능성이 더 높겠다. 
난생처음 먹어본 그 날의 냉면은 무지하게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는다. 
거무퇴퇴한 반점이 박혀 있는 면발이 마치 개구리알 같다 싶었는데 미끄덩거리는 식감조차 진짜 개구리알을 먹는 기분이었다. 
양은 또 얼마나 많은지 다 먹느라 죽을 뻔했다. 버스 타고 집에 오는 내내 울렁거리는 속을 간신히 달랬다. 
촌놈이 소화하기에는 벅찬 음식이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냉면을 먹지 않았다. 
언제 다시 냉면을 입에 대기 시작했는지 도무지 기억에 없다. 

닐이 흐리다 
논두렁 한바탕 뜯고 고창 냉면이라도 먹으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