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민 희생 요구할 TPP 입장료


민중의 소리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타결되었다. TPP에 참여한 나라들의 GDP를 합치면 세계 경제의 37.1%를 차지한다. 교역액 합계도 세계 교역의 25.7%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메가FTA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TPP협상 타결과 함께 우리도 TPP에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큰 판의 시장이 열렸는데 여기에 참여하지 못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호들갑은 그야말로 호들갑일 뿐이다. 한국은 이미 미국과 FTA를 체결한 상태고, 일본과 멕시코를 빼면 나머지 모든 나라들과 FTA를 체결하고 있다. 일본과 FTA를 체결하지 않았던 이유가 여전하다고 보면 새삼 TPP가입에 조바심을 낼 이유도 없다.


오히려 TPP가입은 비싼 입장료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농민들에게 TPP는 쌀 추가개방과 다를 바 없다. 추가개방은 정부의 관세화 목표인 513%가 아닌 무관세 혹은 5% 정도의 낮은 관세로 수입되는 쌀이 늘어나게 됨을 의미한다. 농민들의 걱정은 공연한 것이 아니다. TPP 협상 막바지 일본은 미국산 쌀 5만톤 추가수입을 약속했다. 일본은 이를 무관세로 수입한다.


이는 한국에도 여지없이 강요될 것이다. TPP에 가입하겠다고 하는 것은 곧 쌀을 포기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TPP에 참여하더라도 쌀은 제외하겠다는 최경환 부총리의 발언은 지켜질 수 없는 약속이다. 대통령직을 걸고서라도 쌀 개방은 막겠다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허언과 다를 바 없다는 의미다. 쌀의 추가개방은 없다는 정부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TPP 가입의사를 철회하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없다.


다른 실익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한국은 지난 10년간 대일본 무역수지에서 약 200억달러 수준의 적자를 기록해왔다. 이는 한일간 기술격차에 따른 것으로, 한일 FTA를 추진하지 못한 이유였다. 이제와서 한일FTA 이상이 될 수 없는 TPP에 가입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TPP는 결국 미국과 일본이 주축이 되어 중국을 견제하는 정치경제적 블록으로 미국의 아시아 회귀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다. 일본의 안보법 개정과도 연동된 정치군사적 행위에 더 가깝다. 당장이라도 TPP에 가입해야 한다는 주장의 이면에는 미국이 만들어놓은 울타리에 들지 못했다는 친미사대주의자들의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의 안중에는 농업의 미래도 식량주권의 절실함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