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생존권 절규하는 농민을 테러리스트라 하는 정부

민중의소리


2005년 11월 15일, 여의도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는 개방의 폭을 두 배로 늘리는 것으로 귀착된 노무현 정부의 쌀 협상을 저지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채 열흘이 지나지 않아 국회비준이 강행됐고, 대회 당일 무자비한 공권력에 의해 치명상을 입고 신음하던 농민 전용철, 홍덕표 열사가 차례로 목숨을 잃었다. 11월 24일 어제가 바로 전용철 열사 10주기였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15년 11월 14일, 태평로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는 ‘쌀시장 전면개방’이라는 폭거를 자행하고도 모자라 의무도 아니고, 필요도 없는 미국산 밥쌀 수입에 혈안이 된 박근혜 정부에 대한 농민의 분노가 폭발한 자리였다. 쌀시장 전면개방 원년, 쌀값은 20년 전으로 돌아가 개사료 값만도 못하게 폭락하고 말았다. 10년 전 그날처럼 대회를 마치고 행진하던 농민이 경찰의 무자비한 물대포에 맞아 사경을 헤매고 있다.

1995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로 쌀개방이 시작되고, WTO 체제를 고스란히 받아들인 역대 한국 정부는 개방의 폭을 늘려오다 급기야 쌀을 완전히 포기하고 말았다. 이 과정은 농민의 피로 점철되었다. 2003년 이경해 열사는 “WTO가 농민을 죽인다”는 유서를 남기고 이역만리 타국 땅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2005년 전용철 열사는 “쌀개방 못막으면 우리농민 다 죽는다”는 절규 속에 경찰의 곤봉과 방패에 의해 타살되었다. 소값 파동, 쌀값 대란을 위시한 농산물 가격파동 속에 스스로 이승을 등진 농민들은 또 얼마인가.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또 다시 한 농민이 생사의 고비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열 이틀째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는 백남기 농민의 운명은 결코 개인적이지도 우연적이지도 않다. 국가의 농업정책조차 마음대로 결정하지 못하는 못난 정권이 생존권을 요구하는 농민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전쟁을 벌이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정상이 아니다. 그런 대통령의 눈에 사경을 헤매는 농민이, 벼랑 끝에 선 한국농업의 암울한 현실이 눈에 들어올 리 만무하다.

제 나라 백성을 적대시하는 것은 외세를 등에 업은 매국노의 본성이다. 박근혜 정부는 민족의 생명과도 같은 쌀을 팔아 제 잇속을 채우는 매국정권이며, 이에 저항하는 농민을 적으로 간주하고 서슴없이 죽이려드는 ‘살농(殺農) 정권’이다. 박근혜 정부를 이대로 두고 농업농민의 생존과 활로를 논할 수 없다. 농민들의 정권퇴진 요구는 매우 자연스런 것이 되었다. 이것은 박근혜 정부가 자초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