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동네 앞 저수지 들여다볼 여유도 없이 살고 있다. 

모든 것이 박근혜 탓이다. 

박근혜는 농정 핵심 공약으로 쌀값보장을 내걸었지만 쌀값이 폭락되어도 아무런 대책이 없고, 쌀값폭락에 항의하다 물대포에 쓰러진 농민에 대한 사과는 커녕 언급조차 없다. 

지어 연말을 코 앞에 두고 기어이 밥쌀수입 추가 입찰을 강행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만신창이가 된 농민들의 살림살이, 피투성이가 되어 벌떡거리는 농민들의 심장에 소금을 치고 재를 뿌린다.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우리 농민의 생존 문제는 아랑곳 않고 코쟁이 미국놈들 비유 맞추느라 노심초사하는 친미 사대주의에 미친 정권이다.  

그래서인지 올 겨울 날씨 또한 그야말로 최악이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겨울장마에 온실 작물들은 해를 보지 못해 탈이 나고, 한데서 크는 작물들은 습해로 절단나고 있다. 

이래저래 농민들의 겨울나기는 스산하기 짝이 없다. 


헌데 흉흉하기 짝이 없는 인간세상이야 어찌 되었건 우리 동네 가창오리는 때가 되니 다시 왔다. 

며칠을 매달려온 육묘장 공사를 마치고 집을 나서는 길 동네 어귀, 문득 고개 돌려 저수지를 보니 가창오리가 시커멓게 떼지어 앉아 았다. 

아침까지 뿌리던 비도 그치고 오늘은 해질녘 황혼도 좋겠다 꼭 한번 보러 가마 다짐해두었다. 




해는 이미 넘어가고 고요한 수면 위로 서짝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다소 늦었다. 수면 위에 넓게 퍼져 있던 가창오리들이 저수지 복판으로 조밀하게 모여들어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이따금 기러기들이 시끄럽게 떠들며 오갈뿐 고요하기 짝이 없다. 



한참을 기다리고서야 이윽고 일제히 날아올라 군무를 시작한다. 

아뿔싸 최적의 장소를 잡았다 생각했는데 빗나가고 말았다. 

오늘은 아마도 고부, 이평 쪽 들판으로 날아가나 보다. 

처음 내려와 장소를 물색하던 그 자리가 좋았다. 

그 자리를 고수했더라면 장관을 보았겠는데 아쉽다. 

언제 또 다시 틈이 날까 싶다. 



가창오리들이 떠난 그 자리 언제 그랬냐는 듯 저수지는 다시 고요하다. 

노을만 더욱 붉어졌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