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 지속된 강추위로 저수지가 얼고 뒤이어 내린 폭설로 들판이 눈에 잠겼다. 

그러기를 일주일째 배곯은 날짐승들이 제정신이 아니다. 

저수지를 가득 메웠던 가창오리떼는 종적이 없고 물닭들은 물을 떠나 떼를 지어 논으로 걸어나온다.

물닭이 물을 벗어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행동이다.  




녀석들 급기야 사람들이 다니는 길 위에까지 진출했다. 

사람 그림자만 비쳐도 물수제비를 뜨며 쏜살같이 달아나는 녀석들인데 사람이 오는지 마는지 먹을 것을 찾아 헤매는 간절한 발걸음이 애잔하다.  



비둘기도 배고프기는 마찬가지..



청둥오리, 흰빰검둥오리, 흰죽지 등이 작은 목욕탕 크기로 변해버린 저수지에 몰려들었다. 



여기는 큰고니 목욕탕




외출나온 물닭들은 물 속 생활에 최적화된 두툼한 발바닥으로 눈밭을 두드리며 하염없이 걷고 또 걷는다. 



어느 곳으로 가오리까~ 이 엄동설한에..

어느 곳으로 가면 산단 말이요 갈 곳이나 일러주오..

물닭은 기가 막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