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6일, 음력 그믐날이니 물이 높은 날이다. 

하지만 어지간한 사리 물때에도 완전히 잠기지 않는 갯등이 있으니 이 곳은 각종 도요물떼새들의 휴식처이자 쇠제비갈매기, 흰물떼새 등의 번식처로 유용하게 활용된다. 

혹 여름깃으로 갈아입은 북상하는 넓적부리도요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예의 갯등을 찾았다. 



드넓은 갯벌이 물에 잠기고  갯등이 섬으로 변하기 시작하면 점점이 흩어져 먹이활동을 하던 도요물떼새들이 갯등으로 모여든다. 

밀물이 최고조에 달하자 갯등은 기다란 섬이 되었다. 




민물도요의 군무, 꽤 많은 녀석들이 이 곳에서 겨울을 난다.

배에 커다란 검은 반점이 있는 여름깃으로 갈아입었다. 

이 녀석들이 번식을 위해 북상하고 나면 갯등은 몹시 한산해지게 될 것이다. 



소수의 세가락도요 무리, 개중에 여름깃으로 갈아입은 녀석들이 있다.

여기에 넓적부리도요가 섞여 있어야 하는데 넓적부리도요는 고사하고 좀도요조차 보이지 않았다.




다친 척(의상행동) 하며 시선을 잡아끄는 흰물떼새.

꽤 멀리 떨어진 곳에서 한동안 저러고 있으니 정말로 다친 것이 아닌가 하고 의아하여 다가가게 되더라는..

아마도 내가 서 있는 곳 주변에 녀석의 둥지가 있었나 보다. 
그래 너는 나를 유인하는데 성공했다. 



갯등 가장 높은 구역 곳곳에서 이런 알들이 발견된다. 

포란 기간이 한달 가까이 되니 두번 가량의 높은 물때에도 물에 잠기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좁은 갯등 가운데서도 특정한 구역만이 밀도 있게 번식처로 활용된다. 

흰물떼새와 쇠제비갈매기가 번식한다. 



큰뒷부리도요와 붉은어깨도요가 한데 어울려 날고 있다. 

녀석들은 휴식을 취할 때도 뒤섞여 있었다. 



고독한 검은머리물떼새..

사진이 그래보일 따름이다. 



휴식 중인 민물도요 무리, 왕눈물떼새가 드물게 섞여 있다.



큰뒷부리도요 무리, 여름깃과 겨울깃이 혼재되어 있다. 

부리가 반대 방향으로 굽은 중부리도요 두마리가 섞여 있다. 



큰뒷부리도요 뒤 쪽에 붉은어깨도요 무리가 있다. 

여름깃으로 갈아 입으니 왜 붉은어깨도요인지 확연해진다. 

한 녀석은 발에 노란색 밴딩을 차고 있다. 



쉬면서도 눈을 뜨고 적정을 감시한다. 

나 때문인가..? 미안하네..



이마에 기다란 검은 반점이 있는 것은 흰물떼새 수컷이다. 

사진상으로는 포란중인 암컷을 수컷이 지키고 있는것처럼 보이지만 그저 그렇게 보일 뿐이다. 

여기는 물이 더 높은 내일이나 모래 쯤에는 물에 잠길 수도 있는 취약한 곳이다. 

왜 이러고 있지? 



흰물때새 암컷이 나를 본다. 

이제 그만 나가시지.. 다시 오지 말았으면 하는 표정이다. 

그래 방해해서 미안하다.


물이 빠지면서 축축한 해무가 밀려오고 갑자기 날이 어두워진다. 

아직 나가는 길이 완전히 열리지 않았지만 목 짧은 장화조차 넘지 않는다. 

새들은 다시 갯벌로 흩어져 날아갈 채비를 하고 나도 다시 뭍으로 걸어나온다. 


그날 이후로 나는 갯등의 존재조차 잊고 연중 가장 바쁜 농번기를 보냈다. 

오늘이 5월 보름, 그새 달포가 지났다. 

지금 갯등은 아마도 나그네들은 모두 떠나가고 번식기도 끝나 한산하다 못해 고요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생기 넘치는 왁자함과 부산함이 그립다. 




날렵한 쇠제비갈매기의 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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