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것은 아니라면서 안겨준 느타리버섯 한보따리. 
과연 이것을 제때 먹을 수 있을 것인가 크게 걱정하면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먹어야지 먹어야지..' 염불을 외두다시피 했다. 
오랜만에 먹는 집밥, 마침 나가 있는 애들도 집에 왔다. 
우리 애들은 아버지의 요리에 대한 신뢰가 깊다. 

일단 데쳐내서 너무 큰 것들만 먹기 좋게 찢고 물기를 꼭 짜준다. 
느타리버섯을 맛나게 먹기 위한 첫번째 공정, 어떻게 해먹건 이렇게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고추장버섯찌개

첫번째 요리는 매움한 버섯찌개로..
고추장버섯찌개, 이름은 내가 붙였다. 애호박찌개 끓이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다.
냉동실 속 돼지고기 한덤배기 썰어 고추장에 버무려가며 볶아대다가 버섯 넣고 좀 더 볶다가 멸치 다싯물 붓고 끓이면서 파, 마늘, 양파, 청양고추 등으로 양념하면 된다.
간은 간장으로.. 깊이있는 매운맛은 아무래도 청양고추가 좌우한다. 
마지막에 들기름 한방울 쳤더니 더욱 좋다.  

와주 고산 농협 매장에서 국산 통들깨가루를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한봉 집어왔다.
중국산이 점령해버린 시장에서 국산 들깨가루를 찾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시장 상인들은 노골적으로 국산 들깨가루는 살 수 없을 거라고, 헛수고하지 말라 손사레를 친다. 
이럴때는 집어들었던 다른 물건들까지 죄다 반납하고 이 집구석 다시는 오나 보라고 악담을 퍼붓고 나오지만 그런다고 속이 풀리기야 하겠는가? 서글픈 현실이다. 

들깨버섯탕

애호박 넣은 걸 제외하면 재료는 달라진 게 없다.
다만 고추장 대신 들깨가루를 넣었다는 것과 멸치다싯물을 자작하게 부었다는 것, 간을 소금으로 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맛은 꽤 다르다. 
들깨탕은 뭘로 하건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좋지 아니한가?
이렇게 먹고도 아직 꽤 남았는데 성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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