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에 병이 났다. 

한데 실상 허리는 아프지 않고 외약짝 다리 쪽으로 무지막지한 통증이 도래했다. 
잘 안 드는 칼로 후벼 파고 녹슨 송곳으로 마구 들쑤시는 듯한 격통에 입이 떡떡 벌어지고 욕이 절로 나왔다. 

초기 발병 시기에는 잠시 서 있기도 힘들었고 오래 앉아 있을 수도 없었다. 

익히 경험해보지 못한 증상에 대관절 왜 그러는지도 모르는 채 사흘을 누워 지냈다. 

허리 전문 한의원에 가서 디스크라는 진단과 함께 도침(刀針)이라는 다소 무시무시한 침을 몇 차례 맞는 동안 이를 악물면 참을 만한 정도로 통증이 완화되었다. 

그 이후에는 걷는 것, 그중에서도 산길을 걷는 것이 가장 편안했다. 

20여 분 걸어야 통증이 가시던 것이 10분, 5분으로 줄어들더니 이제는 잔통 정도의 수준으로 완화되었다. 

몸살림 요법에 기대를 걸고 꾸준히 실행하고 있다. 

어느덧 한 달이 되어간다. 

허리병 문제에 대해서는 완치 이후에 그 투병기를 정리해볼 요량이다.   

 

오늘 이야기는 그동안 걸었던 산줄기에 대한 것이다. 

태백산 송년 산행을 한 차례 다녀오고 가장 가까이 있는 만만한 산줄기를 잡았다. 

영산기맥 소요지맥, 눈 뜨고 일어나 집을 나서면 늘 눈 앞에 펼쳐지는 친근한 산줄기다.

굳이 영산기맥을 앞에 붙이는 것은 그냥 '소요지맥'이라 하면 한북정맥에 속한 경기도 산줄기가 검색되기 때문이다. 

내장산을 지나 백암산으로 흐르던 호남정맥 순창새재 부근에서 가지 친 영산기맥이 방장산에서 크게 솟구치고 고창읍내 뒤편 억새봉에서 다시 가지를 하나 내어놓는 데 이것이 바로 소요지맥이다. 

소요지맥은 풍천장어로 이름 드높은 인천강을 사이에 두고 선운산이 속한 경수지맥과 자웅을 겨루며 고창 땅을 주름잡는다.

소요지맥은 작은 산줄기다. 

총길이 25km가량, 분기점이 되는 억새봉이 640m, 소요산 445m. 

하지만 바닷가 평야 지대를 흐르는 산줄기인 탓에 산에 올라보면 고도감이 상당하고 군데군데 터지는 조망은 일망무제로 눈이 후련해진다. 

얼마 안 되는 거리를 틈틈이 짬 낚시하듯 짧게는 5리, 길게는 20리, 다섯 번에 걸쳐 완주했다. 

지금부터 가보는디..

 

첫 번째 구간, 방장산 양고살재~간은쟁이(성두부대 앞 고갯길) 7.6km

 

1월 8일, 시작은 다소 즉흥적이었다. 그저 걷고 싶었다. 10여 분 산을 오르니 통증이 가시고 편안해지기 시작한다. 

능선에 오르니 통증이 완전히 사라진다. 고창을 통과하는 영산기맥 산길은 전 구간이 전남북 도 경계를 이룬다. 

 

 

전남북 의자가 마주 보고 있다. 오른짝이 전북.

사진기를 가져왔으나 메모리 카드를 빼놓고 왔다. 휴대폰을 꺼내 든다.

 

 

갈미봉에 오르니 머지않아 걷게 될 영광 쪽으로 굽이쳐가는 영산기맥 산줄기가 꽤나 치열하게 펼쳐진다. 

정면 가장 높이 솟은 산이 축령산이 되겠다. 

 

 

등산로와 임도, 산악자전거 도로가 교차한다. 
임도는 패러글라이딩 하는 사람들을 위해 개설했다. 

참으로 여러모로 산 못살게 군다. 하지만 여기서 자전거 타는 사람 단 한 번도 보지 못 했다. 

 

 

저 멀리 솟은 고산, 발아래에는 고창읍내 시가지가 펼쳐진다. 

 

억새봉에서 바라본 방장산 정상부

잡목을 제거하고 잔디를 깔아놓은 봉우리 모양이 억새봉이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구절초, 쑥부쟁이를 비롯해서 철마다 들꽃 흐드러졌더랬는데 다 옛말이 되었다. 

잔디봉이라 바꿔 불러야 할 듯.. 패러글라이딩 하는 사람들의 소행이다. 

 

 

가야 할 길, 소요지맥 산줄기가 한눈에 잡힌다.
경수지맥에 속하는 선운산 산 덩어리와 하나로 보이지만 그 중간으로 고창 유일의 강, 인천강이 흐른다. 

소요지맥은 인천강과 갈곡천 사이에 솟은 산줄기다.

바로 발아래 보이는 가파른 능선에서 소요지맥이 시작된다. 

 

 

 

억새봉에서 성두부대 방향으로 무조건 능선을 고수하며 길을 잡는다. 
산길은 좋다. 

 

 

이제 이정표도 사라지고 산길은 분명 하나 다니는 사람 없는 다소 거친 산길에서 점심을 먹는다. 

 

 

능선을 고수한답시고 가시밭길, 돌무덤을 헤쳐나간다. 
길지 않은 구간이지만 길이 없어 시간이 많이 걸렸다. 

밥 먹은 자리에 놓고 온 물건 찾아 훗날 다시 오르다 보니 그냥 길 따라 진행했어도 별일 없었겠더라. 

 

 

방장산 임도를 만나 얼마간 내려간다. 

 

 

세곡마을 뒤편 벌목지에 이르러서야 조망이 터진다. 
지나온 길을 되돌아본다. 정면 봉우리가 방장산 억새봉.
산줄기를 밟는 내내 가장 많이 하는 일은 지나온 길 되돌아보는 것과 가야 할 길 더듬는 것이다. 

 

 

커다란 밭에서 다시 시야가 터진다. 지나온 길 일 삼아 되돌아본다.  

 

 

국도변, 뭘 하려는지 흙을 마구 퍼내고 있다. 

 

 

 

신우대밭을 지나 무덤, 그 아래 고갯길. 

길 건너 성두부대. 

이 고갯길을 뭐라 불렀을까를 찾다 '간은쟁이'라는 옛 이름을 발견한다. 

좀 더 알아봐야겠으나 이 지명을 일단 가져오기로 한다. 

여기에서 소요지맥 더듬기 첫날 산행을 마무리한다. 

다음 산행을 기대하시라. 

 

오늘은 여기까지.. 

종아리가 욱신욱신, 엉치가 시큰시큰, 아직은 오래 앉아 있기가 다소 되다. 

 

소요지맥1.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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