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요지맥 마지막 구간, 산줄기 답사의 끝을 본다. 

백두대간, 호남정맥, 영산기맥.. 모두 시작만 해 두었을 뿐 끝을 보지 못했다.  

나라 안 가장 막내둥이 산줄기이지만 하나를 온전히 마무리한다는 것이 주는 감회는 남다르다. 

우리나라 어느 산에서 출발해도 물을 건너지 않고 오로지 산등성이만 타고 백두산에 가 닿을 수 있다는 우리 조상들의 놀라운 산줄기 인식을 다시 한번 뼛속 깊이 각인한다. 

생각해 보면 어려울 것이 없다. 

고창 바닷가 외로이 솟아 있는 소요산이 실은 방장산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방장산은 호남정맥에 뿌리를 박은 산이니 이쯤 되면 호남정맥을 더듬어 백두대간에 이르는 길은 손쉽게 그려진다. 

소요지맥 마지막 구간, 그 정점에 소요산이 있다. 마지막 용트림, 산줄기가 제법 치열하다. 

 

마지막 구간, 굴재 ~ 소요산(선운 마을) 8.4km

 

굴재 고갯마루에서 바라본 두승산

굴재(소굴치) 고갯마루에는 '5열사 충혼탑'이 서 있다.

안중근, 윤봉길 등 일제강점기 독립을 위해 목숨 바친 애국열사들을 기리는 탑이다. 

1977년 산 아래 위치한 고창북중 이사가 회갑잔치 비용을 희사해서 건립한 것이라 한다 

그 뜻은 기리되, 이 고개에 얽힌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면 동학농민혁명군 고부 진격 기념탑이 서 있어야 마땅한 자리다. 

무장에서 기포한 농민군이 고부로 진격하면서 굴재에 이르러 처음으로 두승산과 고부 땅을 바라보게 된다. 

농민군은 갈곡천을 건너 흥덕 후포를 경유하여 줄포 지나 고부로 진격했다. 

 

 

굴재에서 장군봉에 이르는 구간 날등은 군데군데 조망이 곧잘 터진다.

방장산에서 화시봉 지나 지나온 길을 더듬는다. 

 

다시 한 번 두승산

 

부안면 사람들 모슨 모임마다, 행사마다 '장군봉' 이름자 넣기 좋아한다. 

이유가 있었네. 장군봉은 부안면 진산이라 할 만하다.

높지 않고 특징 없는 봉우리 이름 치고는 가히 장하다. 

 

 

조망이 잘 터지지 않는 장군봉에서 길이 좀 헷갈렸다. 

능선을 고수한다고 희미한 길을 따랐으나 그 길은 오산 저수지 가상 계곡으로 떨어진다. 

그냥 뚜렷한 길 따라 복분자 시험소 뒤편으로 내려가는 게 맞다. 

없는 길 뚫고 가느라 시간만 지체되고 종국에는 작은 또랑 하나를 훌쩍 뛰어넘는 과오를 범하고 말았다. 

 

 

장군봉을 지난 산줄기는 복분자 시험소, 추모의 집 등이 들어선 펑퍼짐한 고개를 지나 다시 급하게 솟구치는데 어느 산줄기를 잡고 올라야 할지 몹시 헷갈린다. 

산을 오르는 내내 발아래 둥근 지붕(추모의 집) 뒤편 줄기를 잡아 올랐어야 하지 않았겠는가 하고 몇 번을 내려다보아도 결론을 내릴 수가 없다. 

결국 비나 와야 잠시 물이 흐를까 싶은 발아래 계곡의 물이 용산마을 앞으로 해서 인천강으로 흘러가는지, 아니면 오산 저수지로 해서 갈곡천으로 들어가는지를 알아야 했다. 

훗날 부안면 사는 산꾼에게 물으니 그 물은 용산동으로 흘러간다 했다. 

또랑을 건너뛴 과오를 여기에서 상쇄한 것으로 치고 위안을 삼는다. 

'산자분수령'의 오묘함이라니.. 

 

 

한반도 닮은 오산 저수지, 그 옛날 빨치산들이 둑을 허물어 부안면 소재지를 물바다로 만들었다는 전설 같은 얘기를 들은 바 있다. 

정말 빨치산들이 그랬을까? 그랬다면 왜 그랬는지 규명해볼 문제다.

 

수월봉 전경

용산마을 뒤편 수월봉 부근에 이르면 간간이 암릉이 나타나고 조망이 잘 터진다. 

 

 

인천강 너머 선운산의 산군, 멀리 거북 형상의 배맨바위가 보인다. 

 

 

삼각봉으로 솟은 소요산이 지척이다.

 

 

 

수월봉 지나 사자봉, 수월봉에서 사자봉에 이르는 구간은 급하강 후 급상승하여 산을 새로 하나 오르는 기분이다. 

이제 제대로 소요산 영역에 들어섰다 하겠다. 

 

손 뻗으면 닿을 듯..

 

소요산 정상을 지척에 둔 조망터에 섰다. 

멀리 두승산이 정면에 보이고 발아래 무지막지하게 산을 까뭉개고 있는 석산, 오른편 오산 저수지 상부에 새로 막은 저수지가 발아래 깔린다. 

오른쪽 끝 하얗게 눈 쌓인 너덜너덜해 보이는 곳 일대는 돼지 2만 여수를 사육하는 대규모 기업협 양돈장 예정 부지.

석산과 소요산 사이 고갯길은 서정주 시인으로 하여 널리 알려진 질마재가 되겠다. 

소요산 자락 질마재 일대가 서정주가 걸었던 오욕의 생애만큼이나 참 험하게도 파헤쳐지고 뭉개지고 있다. 

굴지의 양돈기업 태흥 축산이 추진하는 기업형 대규모 양돈장 건립 문제를 두고 반대 궐기대회를 하는 등 부안면이 들끓고 있다. 

대대로 고향 땅을 지키며 사는 부안 면민들은 악취 없는 깨끗한 환경에서 존엄 있게 살 당연한 권리가 있고 이를 후대에 고이 물려줄 의무가 있다.  잘 싸워서 반드시 승리하시라. 

 

 

소요산 정상에서 지나온 산줄기, 소요지맥을 총정리한다.

 

 

해가 뉘엿뉘엿, 해 넘어가는 것을 마저 보고 내려가고 싶지만 산 아래에 일이 있다.
잘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잡아 이제 하산이다.

 

 

곰소만 너머 변산반도 산줄기, 바다 가운데 떠 있으나 물이 빠지면 걸어서 들어갈 수 있는 죽도는 고창에 속한다.

 

 

하산길에서.. 장엄하게 해가 떨어지고 경수지맥에 속하는 선운산 산줄기가 한눈에 잡힌다. 

사진 맨 오른쪽이 경수봉, 지척에 보이지만 산줄기를 타고 경수봉으로 가자면 고창 땅을 완전히 한 바퀴 돌다시피 해야 한다.

소요지맥을 되짚어 방장산으로, 방장산에서 영산기맥을 타고 축령산 지나 성송 암치 부근에서 경수지맥으로..

 

선운산 경수봉
 

 

끝내 만나지 못하는 소요지맥과 경수지맥이 인천강을 사이에 두고 곰소만에 발을 담근다.

경수지맥과 소요지맥이 산줄기로 만나게 된다면 고창은 거대한 호수가 되고 말 것이다. 

산줄기란 이런 것이다. 

'산자분수령', 산은 물을 낳고 물은 산을 넘지 않는다. 

조상들의 오묘한 지리 인식, 산맥 개념에 다시 한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칠산바다 너머 위도가 가깝다. 

바닷속에 7개의 산이 있다는 칠산바다, 혹시 아는가? 경수지맥과 소요지맥, 변산반도의 산줄기가 한데 어우러져 위도를 솟구쳐 올렸는지..

 

 

산 아래 동네, 선운리에 밤이 깃들고 있다.

방장산 양고살재에서 선운리까지 27.6km 소요지맥 산줄기 답사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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