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이 떨쳐나선 촛불혁명의 결과로 박근혜 정권이 무너지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다.
2015년 민중총궐기로부터 백남기 투쟁, 전봉준 투쟁단 트랙터 진격투쟁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참으로 열심히 싸웠다.
낮에는 나락 베고 밤에는 서울대 병원 영안실로 달려가 백남기 동지의 시신을 지키던 일, 군청 앞 촛불집회, 찬바람 부는 고속도로 위에서 날밤을 세우던 일, 트랙터 몰고 국회대로를 질주하던 일들이 지금도 생생하다.

새 정부가 들어섰으니 이제 다 되었는가. 그렇지 않다. 박근혜 몰아내고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우리 농민들 삶은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 새로운 세상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낡은 것을 깨끗이 쓸어버려야 한다. “이게 나라냐?”고, "인간적으로 도저히 이대로는 살 수 없다"는 민중들의 분노를 이제는 제도개혁 투쟁으로 모아가야 한다.우리 농민과 노동자 민중을 못살게 굴던 낡은 제도와 관행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개헌’은 이미 기정사실이 되어 있다.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개헌안을 만들어 국민투표에 회부한다는 것이 현 정부의 계획이다. 지금의 개헌 논의는 온 국민이 떨쳐 나선 촛불혁명의 결과 우리 국민들 앞에 차려진 밥상과도 같은 것이다.

그런데 87년 개헌이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하다 보니 개헌이 마치 대통령 문제, 정치권 문제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냐 하고 우리와 상관없는 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 않다. 헌법을 손보는 것은 나라의 근간을 바로세우는 일이다. 대통령 문제만이 아니라 농민 문제, 노동자 문제도 헌법에 바르게 명시되어야 한다. 우리 농민, 노동자들이야말로 나라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나라 안의 모든 법이 헌법으로부터 비롯된다. 87년 헌법에 ‘노동자 최저임금 보장’이 명시됨으로 하여 ‘최저임금법’이 만들어졌고 이에 따라 정부는 매년 최저임금을 결정 고시해왔다.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은 어찌 되었든 헌법에 보장된 지극히 정당한 행위이다. 이는 6월 항쟁 직후 노동자들이 엄청나게 큰 투쟁을 벌인 결과다. 

이번 차제에 우리 농민들은 농업농민의 근본문제가 바르게 박힌 ‘농민헌법’을 목표로 당당히 요구하고 싸워야 한다. 식량주권의 기본정신을 헌법에 반영하여 식량산업, 생명산업으로서의 농업의 ‘공익적 가치’와 ‘다원적 기능’을 명시하고, 농민 기본권 확립 차원에서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제’를 명문화해야 한다.

농업농민에 대한 헌법적 기초가 튼튼히 세워져야 식량자급률 문제, 농산물 가격문제, 농지문제, 직불금 문제를 비롯한 산적한 농업문제가 풀리게 되며, 오늘날 우리 농업을 망쳐놓은 개방농정이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그래야 농업농민은 물론 나라도 살 수 있는 기틀이 닦이게 된다. 식량주권은 주권국가의 기본 요건이기 때문이다.

농민기본권과 식량주권 쟁취를 기치로 ‘범농업계 개헌운동본부’ 결성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개별 단체, 개별 농민의 이해관계를 넘어 우리 모두가 힘과 마음을 모아야 할 일이다. 농업의 근본문제를 바로잡고 농민의 자존감을 세우는 일이다. 그 누가 대신 해주겠는가? 우리들 자신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