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와 기자회견, 농업과 농민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다.

마치 작정이라도 한 것처럼 모두가 외면했다. 이것은 외면이 아니다. 안중에 없었던 것이다.

국정 전반을 제법 상세하게 펼쳐놔도, 국민의 삶을 읊조리고 기본권을 언급해도 그 어느 곳에도 농민은 없었다. 우리는 이제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져버린 비국민이다.


다른 한편 개헌 문제가 비중 있게 언급되었다. "촛불정신을 국민의 삶으로 확장하고 제도화해야 한다"고 개헌의 의미를 부여하고, 개헌 국민투표가 6·13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돼야 한다고 못박았다. “국민주권 강화, 국민 기본권 확대, 지방분권 및 자치 강화” 등의 내용이 개헌안에 담겨야 하며, 이 과정에서 "국민 참여와 의사가 반영되는 국민개헌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개헌에 대한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확인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향후 정국에서 개헌문제가 화두가 될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과 정부, 국회를 통틀어 그들의 안중에, 그 대상과 범위에 농업과 농민이 없음을 직시해야 한다. 이는 ‘농민헌법’ 실현을 위해 바쳐온 농업계의 숱한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음을 말해준다.


일말의 기대도 남김없이 거둬들여야 한다. 그들에게 맡겨둬서는 결단코 아무것도 안된다.

우리가 누구인가? 농민이야말로 촛불혁명을 불러일으킨 장본인들이다. 민중총궐기와 백남기 농민의 희생을 떼어놓고 촛불혁명을 말할 수 없다. 전봉준 투쟁단의 장엄한 트랙터 행렬은 촛불대중들에게 무한한 힘과 용기를 부여하지 않았는가? 농민헌법 쟁취 투쟁은 이제 본선에 진입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개헌의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품고 그 의미를 간과하던 때로부터, 그 누구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던 그 때로부터 우리는 ‘농민헌법’이라는 군불을 지펴왔다. 그 열기는 이제 전체 농업계를 하나로 아우르는 힘으로 확산되었다. 전국의 대다수 농민단체와 농협중앙회가 총망라된 농민헌법 추진연대의 발족은 그 의미가 매우 크다. 그 현장에 농식품부 장관과 국회 농해수위 위원장이 참석한 것도 눈여겨둘만 한다.


하지만 시간이 많지 않다. 대통령이 밝힌 시간표를 놓고 보면 지금으로부터 2월 한달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다. 힘을 집중해야 한다. 활동양식도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 지난 시기 모아지고 결속된 서명운동의 성과를 이어 보다 강력하고 폭발력 있는 대중투쟁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국회의 반응과 대통령의 신년사, 언론의 동향을 살펴보라. 읍소하고 하소연하는 청원의 방식, 평화적이고 일상적인 활동만으로 무엇이 될 것이라 생각하지 말자.


대다수 농민단체들에게 1월 한달은 조직정비 기간으로 할애되어 있다. 그렇다면 설을 앞둔 2월 초순을 염두에 두고 무언가 강력한 대중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국정과 정치쟁점, 민생과 관련된 여론과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시기인 설을 그냥 넘겨서는 안된다. 지금부터 준비하자. 농민헌법을 염원하는 모든 농민들의 힘과 지혜를 총발동해내자.

우리는 30년만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인가, 속절없이 날려버릴 것인가. 지금 이 순간 우리들의 결심에 달려 있음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