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떼를 목이 빠지게 기다리던 시절이 있었다.
별나게 눈을 좋아했던 나는 초겨울, 아니 늦가을부터 눈을 기다렸고 어머니는 까마귀떼가 남쪽으로 가야 눈이 온다는 말씀을 하셨다. 
까마귀가 높이 떼지어 어디론가 날고 나면 틀림없이 첫눈이 내렸다.
내 기억 속에는 그렇게 간인되어 있다.
그런 나에게 까마귀만한 반가운 새가 없었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까치보다 까마귀가 좋다.

12월초 김제농민회 주점에 들렀다가 찹쌀 동동주에 얼근해져 돌아오던 길 서해안 고속도로상에서 떼지어 나는 까마귀떼를 만났다.
까마귀가 귀해진 요즘(우리동네에는 까마귀가 영 오지 않는다.) 부안-김제 어간에는 이상스럽게 까마귀가 많다.
술김에도 반가웠던지 사진기를 꺼내들고 난사를 날렸던 모양이다.

지난 겨울 무주, 흠잡을 데 없이 까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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