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항쟁제주 4.3항쟁 - 10점
양정심 지음/도서출판선인(선인문화사)

"미국은 군사상으로 필요했기 때문에 제주도 모슬포에다가 비행기지을 만들어 놓았다. 미국은 제주도가 필요하지 제주도민은 필요치 않다. 제주도민을 다 죽이더라도 제주도는 확보해야 한다" 
미 군사고문단장 로버츠가 경무부장 조병옥과 국방경비대사령관 송호성을 불러놓고 지시한 내용이다.
 ... 
4월 29일 미군정 장관인 딘 소장이 직접 제주도를 방문하고 제주도에 체류하던 부양 가족을을 철수시킨다. 
5월 5일 미군정 최고 수뇌부를 이끌고 다시 제주도에 내려온 딘 소장은 평화협상에 나섰던 김익렬 중령을 해임하고 박진경 중령을 임명함으로써 강력한 토벌작전을 시작한다. 
("제주도민을 다 죽이더라도 제주도를 확보하라" 129쪽) 

제주 4.3 항쟁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는 열쇠는 '미국'이다. 
"제주도민을 다 죽이더라도 제주도를 확보하라"는 미 군정관리의 발언은 4.3항쟁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미군정은 4.3이 일어나자마자 국방경비대, 경찰, 우익청년단을 동원하여 토벌작전을 전개하였고 정부 수립 이후에는 군사고문단을 통해 작전지휘권을 장악하고 진압작전을 지휘했다. 
이승만 정권이 한축을 담당하였음은 물론이다. 
이승만 정권과 군경토벌대의 악착스런 할약으로 미국은 잘 드러나지 않는 막후의 지휘자로 효과적으로 은폐될 수 있었다. 
그러나 미 군정 시기는 물론 이승만 정권 수립 이후에도 모든 토벌작전이 미국의 사전 승인과 지휘 아래 전개되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저자는 객관적 자료를 통해 이를 담담하게 입증해내고 있다. 

4.3기념관의 백비. "언젠가 이 비에 제주4.3의 이름을 새기고 일으켜 세우리라"

제주도는 한반도가 분단국가의 길로 접어든 출발점이 된 5.10 단선을 실질적으로 저지해낸 유일한 지역이며, 4.3은 본질상 단선단정 반대투쟁이었다. 
제주도민의 강력한 항쟁에 직면한 미국과 이승만 정권은 전대미문의 대규모 민간인 학살과 초토화 작전으로 1년여만에 가까스로 진압에 성공한다. 
이후 들이닥친 폭압적 반공체제 속에서 제주 4.3은 '반란' '공산폭동'등으로 매도되고 항쟁과 학살에 대한 기억조차 철저히 밀봉당하고 금기시된 채 수십년 세월을 숨죽여 지내야 했다. 
87년 6월 항쟁을 거치고서야 제주 4.3은 비로소 다시금 역사에 등장하게 된다. 
저자는 '제주 4.3'을 역사에 복원하기 위한 제주도민들의 투쟁을 '기억투쟁'이라 명명하고 이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그 역사적 의의와 한계 등을 고찰한다. 
민주화의 진전에 따른 진상규명운동의 성과로 4.3특별법이 제정되고 진상조사보고서가 채택되었지만 진상규명운동이 갖는 한계로 하여 '학살'과 '희생'만이 강조되어 항쟁의 역사가 아닌 수난의 역사, 가해자의 역사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말한다. 

4.3 우리는 산에 감수다. 박홍규 작 2010

저자는 학살에 촛점을 맞춘 현재의 진상규명운동을 절반의 기억투쟁이라 평가하고 항쟁의 주체로 존재했던 제주도민의 투쟁에 대한 온전한 복원을 위한 저항적 기억투쟁이 계속되어야 함을 역설한다. 
제주가 5.10단선을 저지파탄시킨 유일한 지역이었다는 사실, 대규모 초토화 작전 속에서도 항쟁이 1년 여 동안이나 지속된 원동력이 된 유격대와 일반 제주도민의 연대 등 제주도민의 항쟁의 역사를 온전히 복원시키는 투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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