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도요가 은신의 귀재라고 한다면 이 녀석은 거의 은둔자 수준이다.
제 스스로 내켜 수풀 속에서 걸어나오지 않는 한 절대 볼 수 없으니 한번이라도 보지 않으면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은둔자. 
지난 한달이 넘는 기간을 통틀어 거의 매일 마음만 내키면 호사도요를 보면서도 단 세번밖에 볼 수 없었던 녀석이다.  
홀연히 나타났다 다급하게 사라지는 그 이름 흰눈썹뜸부기.


호사도요를 관찰하고 있던 어느날 홀연히 나타나 나를 놀래킨 후 호사도요에 쫒겨 사라진 후 단 한차례도 볼 수 없었다.
독한 녀석이다.  


이 녀석은 늘 갑자기 나타나 잠깐을 두리번거리고는 인기척을 느끼자마자 몸을 낮추고 잽싸게 다시 사라져버린다.
녀석에 비하면 호사도요는 착하기 그지 없다.
이 녀석도 호사도요와 함께 살고 있다.


우리가 현장에 당도한 시각과 녀석이 잠시나마 은둔을 접고 세상에 나오는 시각이 맞아떨어져야 제대로 볼 수 있다.
맘 먹고 기다려본들 어지간해서는 보기 힘들다는 것이 나의 경험이다.
한마디로 운대가 맞지 않으면 좀처럼 보기 힘든 새.


줄과 갈대, 핏대가 적당히 어우러진 야트막한 개울물을 만나거든 한번 들여다보시라. 
수풀 속의 은둔자 흰눈썹뜸부기가 모습을 드러낼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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