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은 때를 알아야 한다. 
그 '때' 중에서도 씨 뿌릴 때를 아는 것이야말로 농사꾼이 갖출 기본 소양이라 할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나는 아직 멀었다.
봄 햇살이 좋아 무거워지는 눈꺼풀이 힘겹던 어느날 차창 밖, 놀라운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땅콩 비닐을 씌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오메! 그새 땅콩 숨을 때가 돼야부렀는가?"
땅콩 밭으로 달려가니 이웃 밭은 이미 말끔히 정리되어 다음 공정을 기다리고 있다.
반면 우리 밭은 냉이꽃이 흐드러진 채로 오지 않는 주인장을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있다.  
세월아 네월아 하며 매고 있던 철쭉밭을 할매들에게 맡기고 땅콩밭으로 달려간다.

비닐 걷는 내내 어떤 놈은 냉이꽃이 이쁘다고 꽃타령이 늘어진다.

비닐을 걷어내고 묵은 땅콩대를 불사르니 쟁기질할 준비가 다 되었다.

밭갈이가 다 될 무렵 각시가 나타났다. 간간이 비가 내리기 시작하니 황토가 더욱 붉어진다.

이웃 밭은 이미 이랑까지 따놓았다.


토막일 사흘째가 되어서야 겨우 쟁기질을 마쳤으나 내 갈 길은 아직 멀기만 하다.
그래도 이쯤 일을 해놓고 나면 늘 생각나는 "눈은 게으르고 손은 부지런하다"는 어른들 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