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가 알을 품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였다. 

민감한 시기이니 주의해서 관찰하라는 당부를 단단히 받고 아침 이른 시각에 가보았다. 

4월 14일의 일이다. 

어찌 이런 곳에 둥지를 틀었을까 싶을만큼 사람의 왕래가 빈번한 곳이다. 

옆에는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설치한 카메라가 부착되어 있다. 

둥지가 좁아 꼬리가 밖으로 튀어나와 있다. 

어미는 그저 고요히 잠들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곤줄박이, 박새 등이 찾아와 지저귀지만 눈을 살짝 뜨기만 할 뿐 몹시 귀찮다는 표정이다. 

딸싹도 하지 않는다. 




인근에 수컷이 있을 거라 하여 인근 숲 속을 둘러본다. 

도무지 찾을 수 없다. 

바닥에 핀 꽃들을 보고 있노라니 둥지 쪽에서 날아와 앉는다. 

암컷이 둥지에서 나온 줄 알았으나 나중에 보니 암컷은 그대로 들어앉아 있다. 

수컷이 어딘가로부터 날아온 것이다. 

영락없는 사람의 옆모습이다. 



문득 나와 눈이 마주친다. 

별로 게의치 않는 듯 몸단장을 하던 중 일군의 까치들이 날아온다. 

올빼미 쫒긴다.



맹금이라 해도 낮에는 맥을 추지 못한다. 어쩌다 들켰을까?

다른 가지에 옮겨앉아 한숨 돌리는 사이 다시 까치가 날아와 윗 가지에 앉는다. 



다시 피난길.. 까치 앞에 강자 없다. 

맹금 체면이 안선다. 



4월 20일, 한주가 지났다. 

그 사이 산 색깔이 달라졌다. 

여전히 그 자세.. 딸싹을 않는다. 

둥지 앞을 가리고 있던 나뭇가지가 사라졌다. 

설치된 카메라를 가리진 않았을 텐데 누군가 사진 찍느라 제거한 듯 하다. 

사람 왕래가 빈번하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이 올빼미와 둥지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다. 

사람이 지나가지 않는 틈에 살짝 살짝 사진을 찍는다. 




4월 28일, 다시 한주가 지난 이른 아침 다시 찾았다. 

괴불주머니가 기생식물처럼 나무에 얹혀 피었다. 

처음 찾았던 4월 14일 이미 부화한 후라고 나중에 전해 들었는데 아직도 알을 품고 있는 듯한 자세 그대로이다. 



그 사이 산은 더욱 푸르러지고 산새소리는 더욱 요란해졌다. 

벙어리뻐꾸기 울음소리를 좇아 봉우리 하나를 올랐다 내려오니 낮이 되었다. 

어미의 꼬리가 안보여 출타했나 했더니 날개를 접어 온몸을 둥지 안으로 집어넣어 들어앉아 있고 새끼들이 어미 품에서 빠져나와 모습을 드러내었다. 

낮이 되어 날이 따뜻해진 까닭인 듯 하다. 

낯선 세상을 훔쳐보는 듯한 표정이 귀엽기 짝이 없다. 



좀더 적극적으로 세상을 내다본다. 

와우 놀라운 세상..!




방뇨를 위해 찾은 그리 멀지 않은 숲 속에서 뜻하지 않게 수컷을 다시 만났다. 

이런 요행이 없다. 

 


다시 한주가 지난 5월 5일, 둥지가 비었다. 

앗! 벌써 이소했나?

허탈한 마음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 

5월 3일과 4일 이틀에 거쳐 이소하였다는 소식을 나중에 들었다. 

나같은 방문객들이 눈에 거슬렸으리라.

서둘러 이소하였을 것이라는 미안함을 지울 수 없다. 

부디 건강하고 무탈하게 성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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