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 조선낫의 세상살이
- 새비 지져묵을래? - 헐지 알아야제라..- 무시 늫고 고구마순, 실가리 늫고 꼬치장 두어숟가락 풀어서 푹 지지문 되야- 글먼 주쇼- 무시에 맛이 푹 백이야여..아랫집 형님 봉다리 하나 건네준다. 민물새비, 토하다. - 어서 이로고 잡으겼소?- 형제간들 올거인디 줄 것도 없고.. 잡니라고 X 나왔다말은 들었으나 안해본거라 긴장된다. 그나 꼬치장 빼고는 아무것도 없으니 ..흥덕에 나갔으..
감자 부자 되얐다. 젊은 상농사꾼들이 생산한 강원도 감자, 전라도 감자.. 강원도 감자는 그냥 감자. 전라도 감자는 적색 감자.. 아니고 자색 감자..당분간 감자 먹어치우는 식생활에 집중하지 않으면 한 절반 썩후기 십상이겠다. 밑반잔에 의존해 대충 차려먹던 점심상에 된장찌개를 올린다. 된장찌개는 아무렇게나 끓여도 맛난 세상 손쉬운 음식인데 식당에서 내놓는 맛없는 된장찌개를 마주할 때면 이것도 재주다 싶어 욕이 절..
좋은 것은 아니라면서 안겨준 느타리버섯 한보따리. 과연 이것을 제때 먹을 수 있을 것인가 크게 걱정하면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먹어야지 먹어야지..' 염불을 외두다시피 했다. 오랜만에 먹는 집밥, 마침 나가 있는 애들도 집에 왔다. 우리 애들은 아버지의 요리에 대한 신뢰가 깊다. 일단 데쳐내서 너무 큰 것들만 먹기 좋게 찢고 물기를 꼭 짜준다. 느타리버섯을 맛나게 먹기 위한 첫번째 공정, 어떻게 해먹건 이렇..
신림 사는 태영이 형님한테서 전화가 왔다. 말씀의 요지는 국수호박 50여개를 원협에 냈는데 이 씨벌놈들이 2만원 쳤다는 것이다. "내 아무리 묵어보기나 할 요량으로 심었다가 하도 많이 열어 장에 냈지만 인터넷에서는 한뎅이에 만원, 2만원 하는데 이런 상놈의 새끼들이 없다"고 적지 않게 흥분하셨다. 차라리 노나묵고 말겠다고 공판장 근처 사는 정읍 농민회원 있으면 알려달라고..이렇게 저렇게 해서 공판장에서 돌아온 국수..
아랫집 조동아짐 양파 다섯알에 상추 한아름, 완두콩 한보세기 놓고 가셨다. "상추 묵을랑가" 하는 물음에 무심코 "예" 하고 대답했더랬다. 집에서 고기 싸묵을 일도 없고 이 많은 상추를 어찌고 다 묵을까 고민하다 생각해낸 겉절이. 내가 할 수 있을까? 엊지녁 만난 영태는 "간장 치고 꼬칫가리 치고 다진마늘 좀 많이 넣고 무치먼 되야요" 라고 말했다. 지 담그는 공력까지는 아니더라도 설마 그렇게 간..
살다 냉칼국수는 첨 먹어봤다. 농활에서 맺어진 오래된 인연이 있어 멀리 부산 덕천에 있는 치과를 다녔다. 치과 옆 너댓개 되는 식당이 모여 있는 골목에서 밥을 먹을라 치면 늘 줄이 있는 집이 하나 있어 저 집은 뭘 파는 집인가 했더랬다. 한산한 골목 안 늘 줄이 있던 집, 점심 때를 훌쩍 넘긴 시간이라 줄이 없다. 이제야 제대로 간판을 본다. 홍천 칼국수, 음.. 칼국수 집이란 말이지..'여름 별미 냉칼국수 개시!..
된장찌개에 묵은지를 넣으면 어떻게 될까? 이게 궁합이 맞나? 꽤 오래된 의문이었다. 이도 저도 아닌 이상한 것이 될 것 같아 시도해보지 못했다. 장마가 시작된 날, 잔디밭 맨다고 호미 들고 덤성거리다 비에 살짝 젖은 몸으로 집에 들어오니 만사가 귀찮다. 밥은 먹어야 되겠고..이럴 때는 된장찌개가 제격이다.된장찌개는 아무렇게나 끓여도 항상 맛있다. 어찌하면 된장찌개를 맛없게 끓일 수 있는지 그 또한 재주라고 생각하며..
주룩주룩 못비가 내린다. 때아닌 무더위 땡볕에 잔디들이 배배 꼬이기 시작했는데 여러모로 잘 내리는 비다. 비 소식에 잔디들 이발시켰는데 좋아라 하겠다. 잔디는 그렇다 치고 논로타리 초벌 조져놔야 하는데 가진 것이 뚜껑 없는 오픈카 뿐인지라 난감하다. 파라솔이라도 매달고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며 세시간째 뭉그적거린다. 노느니 염불 하더라고 엊지녁 만들어 먹은 갈치조림 얘기를 잠시 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물에 불리고, 들기름 두르고 볶다, 소금 간만 했을 뿐..이것 만으로도 곤드레나물은 자신이 지닌 맛과 향을 고스란히 내주었다. 요리라는 행위 그 순간보다 준비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따름이다. 물에 담가놓고 바쁘기도 하고 잊어버리기도 하고..밥을 늘 집에서 먹는 것이 아니기에..그러다보니 또 이틀 밤을 재웠다.물기 짜내고 적당히 칼질해서&..
제사 때 사놓은 곤드레나물이 하릴 없이 늙어간다. 먹어 치워야지.. 그래서 작심했다. 곤드레밥을 해먹겠노라..그런데 그 준비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몰랐다. 오래 걸렸다. 곤드레나물을 물에 불린 후 삶아 알맞은 크기로 잘랐다. 여기까지 2박3일, 한 삼십분 물에 불리면 되겠지 했다가 "아 그게 아니구나" 하고 하룻 저녁 재우고..그러고는 곤드레밥을 까맣게 잊었다가 그 이틑날에야 물에 담긴 곤드레나물을 발..
어릴 적 나는 약골이었다. 가을에서 겨울, 겨울에서 봄 사이면 여지 없이 독감을 앓아야 했고 배앓이도 자주 했으며, 하도 넘어지기를 잘해 무릎이 성할 날이 없었다. 그러던 내가 어쩌다 오늘날과 같이 상당한 건강 체질이 되었는지는 잘 알 수 없다. 그 옛날 심하게 앓고 나 기력이 없고 입맛이 돌아오지 않았을 때 어머니께서 해주시던 것이 있었으니 부추계란탕이다. 원기를 북돋는데 좋은 음식이었던 모양이다. &n..
목이버섯을 먹다 보니 들깨가루 넣고 탕으로 끓여도 맛있겠다 싶다. 한데 이래저래 검색해봐도 그런 요리는 나타나지 않는다.어라,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도는데 그렇게는 해먹지 않나 보군.. 이상하네~남들이 안한다고 못할소냐 내가 하면 되지. 냉동실 속 돼지고기 한덤백이 자잘하게 썰어 들기름 두르고 볶으면서 소금으로 간 하고, 다진마늘 넣고 더 볶다가, 청양고추와 양파 넣고 또 볶는다. 적당한 시점에서 목이버섯 ..
눈 깜짝할 사이 사라져버린 사진기 기억장치를 찾느라 온 방안을 다 뒤졌다. 도저히 찾을 길이 없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대신 먹을거리를 찾았다. <장백산 특산 순천연 목이>, 책꽂이에 꽂혀 있었다. 3월 백두산 기행 때 조선족 가이드가 선물로 준 것을 잊고 있었다. 이거나 먹고 떨어지라는 것인가..기억장치가 내 기억을 앗아 작심하고 영영 숨어버린 모양이다. 포장을 뜯으니 소포장 10개가..
딸래미가 사놓고 간 양상추와 토마토가 눈에 띈다. 지금 먹지 않으면 필연코 버리게 될 것이다. 샐러드를 해먹어야 되겠는데..양념장을 만드는 방법을 검색해보니 딱히 정해진 바가 없다. '있는 재료로 내 입맛대로 하면 된다'는 요리의 기초에 충실하면 되겠다 .얼렁뚱땅 만들어 막둥이한테 먹어보라 하니 "맛있어!"를 연발한다. 내가 먹어봐도 맛있다. 내 입맛이나 막둥이 입맛이나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
종로3가 뒷골목, 피맛골..역사와 전통, 서민들의 숨결이 스며있는 곳. 뜨끈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이 생각나는 이 아침. 그 골목에서 먹었던 음식 하나, 부산횟집 미역지리.냄비가 차고 넘치게 담아주는 미역줄기 속에 광어, 우럭 따위의 생선이 다소곳하다. 흘러 넘치는 국물만큼이나 마주앉은 사람들과의 우정도 넘치고 주고받는 술잔에 마음이 그윽해진다. 미역줄기 건져먹다 보면 속이 차분해져 자칫 해장술에 다시 취하기..
정초에 발견한 기사 하나, 국물이 시원한 북한식 떡국, 그 비결은 뭘까요?전하는 바 그 비결의 핵심은 꿩이나 닭으로 국물을 낸다는 것이다. 기사를 보는 순간 냉동실에서 1년 넘게 잠자고 있는 꿩 한마리가 생각났다. 누구랑 어떻게 먹을까를 고민하다 그 존재를 잊어버린 꿩 한마리..그래서 기사가 알리는 바 그대로 재현해보기로 하는데 북한식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니 말하자면 '종북'이다. 지금부터 종북떡국을 끓..
어쩌면 그토록 잊고 살았을까? 10년은 폴쌔 지나부렀으니 까맣게 잊었다 할 만하다. 별 얘기 아니다. 시데부데한 먹는 이야기. 그때만 해도 콤바인 옆구리에 매달려 푸대자루 잡아가며 나락 벨 때다. 아마도 11월 초였을 것이다. 눈발 날리는 무쟈게 추운 날 마지막 타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수리잡 바람 휘몰아치는 방죽두럭을 걸어오는 세 아이를 발견했다. 엄마 아빠 찾아가겠다고 길..
강진에 갈 때마다 어지간하면 들러오는 집, 강진읍내 흑산홍탁. 이름은 흑산홍탁이지만 칠레산을 쓴다. 그런데 칠레산으로도 이렇게 깊은 맛을 낼 수 있구나 싶게 식감과 맛이 좋다. 냄새만 코를 찌르고 먹어보면 헛방인 경우가 꽤 있는데 그와는 정반대라고 보면 되겠다. 씹을수록 입안 가득 홍어향이 퍼진다. 제법 찰지기까지.. 묵은김치 맛은 예술이고 막걸리 맛도 그윽하니 좋다. 홍어는 삼만원어치,..
내가 파스타를 만들어 먹게 될 줄이야..몇년 전 '파스타'라는 드라마를 꽤 재미나게 보고는 호기심에 두어번 먹어봤을 뿐 그 맛이 어땠는지조차 기억하기 힘든 음식인데 말이다. 며칠 전 다녀간 딸래미가 장을 봐와서 새우하고 바지락 넣고 해물 파스타를 해먹고 갔다. 후라이팬에 올리브 기름 붓고 볶아먹는 게 가장 큰 특징이라 생각해두었다. 딸래미가 해준 해물 파스타, 딸래미는 실패했다고 말했지만 맛있게 싹싹 긁어..
3차 총궐기대회를 마치고 나니 딱 저녁먹을 시간이 되었다. 시간 참 예술로 맞췄다. 겨울값 하느라 날이 꽤 차다. 으실으실한 몸을 덥히면서도 속을 확 풀어줄 먹을거리가 무엇이 있을까?이런저런 모색 중에 마지막 순간 홍어탕이 떠올랐다. 홍어탕이라면 찍찍거리는 코까지 뻥 뚫어주지 않겠는가고 다들 반색한다. 전주 속초홍어, 홍어탕에 관한 한 조선 팔도에서 최고 수준이라 감히 확신한다. ..
요사이 군산 갈 일이 잦았다. 어쩌다보니 점심 무렵 혼자가 되었다. 짬뽕을 좋아하지만 줄지어 기다릴 수는 없다. 날도 더운데..'군산 냉면'을 검색하니 뽀빠이 냉면이 나온다. 그리 멀리 있지 않다. 복성루 앞을 지난다.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자그마한 짬뽕집을 에워싸듯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뽀빠이냉면집은 복성루를 지나 길 좁은 구도심에서도 작은 골목 속에 있었다. 줄은 없지만 사..
딸래미들이 집에 다녀가면서 잘 손질된 멸치를 놓고 갔다. 술안주하라고 놓고 간 모양이다.날름날름 집어먹다 보니 손질한 공력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고추장으로 버무린 멸치반찬이 생각나 인터넷을 뒤져보니 고추장에 양념 좀 넣고 그저 버무리면 된다는 것을 금새 알겠다. 그러니까 이 멸치가 요리다 생각하고 의지를 모으면 인터넷이 나서서 도와준다. 기본에 충실하..
죽순이라는 것이 참 푸진 찬거리다. 두냄비 삶았을 뿐인데 아직도 많이 남았다. 초장 발라먹고, 된장찌개 끓여먹고, 볶아먹고..냉동실을 뒤지던 중 들깨를 발견했다. 떡 본 김에 지사 지내더라고.. 이제 다소 난이도 있어 보이는 죽순들깨탕에 도전한다. 들깨를 갈아넣어 진덤진덤하게 해먹는 나물을 우리 동네에서는 '짐너물'이라 한다. 어원을 짐작할 길이 없어 그저 들리는대로 적는다. 혹..
삶자마자 초고추장 발라 나수 먹어버리고도 죽순은 아직 겁나 남았다. 그것 참 숟헌 것이로구나. 그냥 맨 입으로 다 찍어먹기는 아깝기도 하고 다소 질리기고 한다. 요리를 해본다는디..요리라는 것이 얼렁뚱땅 5~10분, 길어야 20분 넘지 않게 해치울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하루 점드락 부엌에서 달그락 달그락 있는 냄새 없는 냄새 다 피우고 기다리는 사람 기함할 때쯤 내놓는 요리 별로다. 들일 마치고 돌아와..
우후죽순이라 했거늘 비가 오지 않아도 때가 되니 죽순은 올라오고 있었다. 먼저 올라와 커버린 놈, 이제 땅을 뚫고 막 올라오기 시작한 놈, 먹기에 적당한 놈..날이 무척 가문데도 죽순은 물을 잔뜩 머금고 있다. 죽순의 기상이 삼상치 않다. 하늘이라도 찌를 기세.. 포세이돈이 가지고 다니는 삼지창같다. 삽으로 질러서 땅속 줄기까지 캐내야 한다는데 그냥 손으로 분질러 뜯었다. 금새 한아름, ..
무더운 여름이 다가온다. 땀 많이 흘리고 끼니 챙겨먹기도 귀찮고 입맛은 달아나기 십상이다. 이럴 때 된장찌개가 있어 좋다.가스불에 투가리 얹어 딱 한끼 먹을 만큼..요리가 뭐 별 것 있나? 멸치국물 낼 줄 알고 고추, 마늘, 양파, 대파 기본양념 다질 줄 알면 사실상 대부분의 국과 찌개는 끓여진다. 국물용 멸치 몇마리, 다시마 몇조각, 표고버섯 하나 넣고 멸치국물 되는 동안 양념을 다진다. 식성대로 입맛..
뜰 안 곳곳에 민들레가 나서 자란다. 길 가상 민들레를 삽으로 질러 옮겨놓은지가 10여년은 족히 된 듯하다.이제야 좀 '많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가 되었다.노란색 꽃을 피우는 민들레는 이미 지고 없고 흰민들레는 아직 꽃이 남아 있다. 흰민들레만이 토종이라고 말하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사실과 다르다. 흰민들레는 토종 뿐이지만 노란꽃을 피우는 민들레 중에는 토종과 서양 것이 섞여 ..
바야흐로 옻순 먹을 시절이 도래하였다. 때마침 비도 내린다 했다. 바쁜 농사철이긴 하나 잠시 손을 놓고 모이자 했다.낮 12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다들 일하던 차림새 그대로 입만 가지고 왔다. 옻순은 굳이 데칠 일도 없이 생으로 먹는다. 찍어먹을 초장 하나, 쌈장 하나, 고기 좋아하는 사람 삼겹살 구워 싸먹는다. 후환이 다소 두렵기는 하나 옻 탈 염려는 잠시..
어제 오늘 집에서 점심을 먹는다. 매우 드문 일인데 농사일이 바빠지니 오히려 한가한듯 집에 있게 된다. 점심시간이 다 되드락 일하다 들어와 있는 반찬에 뚝딱 차려먹는 촌사람들 점심밥. 그 옛날 어머니들은 짧은 순간 마술같은 손으로 뭔가 반찬 한가지씩은 만들어 상을 차렸다. 요즘도 물론 그런 사람 없지 않겠지..내가 한번 해본다. 아랫집 늙으신 아짐 파지랑 달롱개 째까 무쳤길래 맛이나 보라고 우리집 냉장고에..
오랫만에 집에서 밥을 먹는다. 먹을 것이 있을까? 걱정할 일이 아니다.때는 바야흐로 봄이 아니던가? 이것저것 귀찮을 때는 단 한가지 반찬에 쓱쓱 비벼묵어버리는 것이 장땡이다. 집 주변 언덕마다 머윗잎 퍼나기 시작한다. 언제부터 올라왔는지 제법 컸다. 막 올라온 머윗잎은 대칠 필요 없이 쌩으로 무쳐먹어야 한다. 그래야 쌉싸름한 머위의 참맛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적당량 뜯어서 깨끗이 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