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 세상
공심채볶음
공심채볶음
2024.01.03다들 그러더라, 베트남에서 먹어본 공심채 맛에 반했노라고.. 나도 그랬다, 깜짝 놀랐더랬다. 어라 이게 뭐지? 그것은 공심채였던 것이다. 돌아와 공심채를 찾았다, 온라인 매장(지리산 살래농장)에 있었다. 몇 차례 시도 끝에 간도 맞추고, 양도 맞추고, 맛도 근접하게 되었으니 여기 기록해 둔다. 우선 양이 중요한데 과하다 싶을 정도로 한 주먹 듬뿍 움켜취고 흐르는 물에 대충 씻어 물기를 뺀다. 팬을 달궈 다지거나 으깬 마늘 넣고 살살 궁글리다 올리브유 아까라 말고 두어 숟갈, 월남고추 대여섯 개, 굴 소스, 치킨 스톡으로 간을 맞춘다. 이제 공심채를 넣고 대략 3등분 해서 줄기부터 잎파리 순으로 볶는다. 처음에는 팬이 수북하여 너무 많나 싶지만 숨이 죽으면서 극적으로 졸아든다. 뒤집어가며 잘 볶아주는 가운..
꾀꼴새(Соловьи)
꾀꼴새(Соловьи)
2023.12.22빨치산들이 불렀던 노래를 찾아 복원하고, 그 노래들을 모아 책을 낼 계획을 가진 음악가 김강곤 동무가 새로 들려준 노래 '꾀꼴새', 노래의 내력은 아래와 같다. 쏘비에트 대조국전쟁(독소전쟁) 시기에 나온 노래로 전쟁 중에 고향에 돌아가고픈 병사의 마음을 담은 노래라 한다. 이 노래를 조선 빨치산들도 부른 모양이다. 이 노래를 연주하며 다 부르지는 못하고 "꾀꼴새 꾀꼴새 떠들지 말고 전사들 좀 자게 해 다오" 한 소절만 부른 것이다. 원곡은.. 꾀꼴새 꾀꼴새 떠들지들 말고 전사들 좀 자게 해다오 좀 자게 해다오 전선에 봄은 왔어도 전사들 잠 못 이룬다 포소리 때문이더냐 싸움터가 아니런 듯 지저귀는 꾀꼴새들 그 소리에 잠 못 든다 꾀꼴새 꾀꼴새 떠들지들 말고 전사들 좀 자게 해 다오 좀 자게 해 다오 래일은..
12월 21일, 구미란에서 입암산까지..
12월 21일, 구미란에서 입암산까지..
2023.12.22간밤 많은 눈이 내렸다. 헌데 서해안 쪽에 치우친 눈이었던 모양이다. 일감 취소하고 일찌감치 방장산에 오르려던 생각 접고 전주로 달린다. 칼잡이 양성 교육을 하기로 한 날이다. 서해안 쪽에 내린 눈은 보통 태인을 지나면서 사라지게 되는데 이번에는 모악산까지 제법 하얗다. 칼갈이 교육을 마치고 원평으로 향한다. 갑오년, 그해 음력으로는 동짓달 스무닷새였다. 전봉준이 이끄는 농민군이 원평에 이르러 구미란에 진을 세우고 조일 연합 토벌대를 맞아 싸웠으나 패했다. 그 싸움터였던 구미란 마을 뒷산, 뻗어 들어온 대나무가 소나무를 위협하고 있다. 농민군은 산 위에 진을 치고 일본군과 관군은 원평천 건너 벌판에 포진했다. 오전 9시부터 양측은 접전을 벌였다. 산 위의 농민군이 지형상 유리한 위치를 점했음에도 일본군과..
녹두꽃은 영원하리
녹두꽃은 영원하리
2023.12.1712월 15일(양력), 전봉준이 이끄는 농민군 본대가 후퇴를 거듭하여 전주에 이르렀다. 청주성 전투에서 패한 김개남은 논산에서 전봉준과 합류하여 함께 전주로 들어왔으나 곧 다시 헤어졌다. 손화중과 최경선은 나주를, 순천의 김인배는 전라좌수영을 차지하기 위한 전투를 치르고 있다. 이들에게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전봉준은 12월 21일과 23일 원평과 태인에서 마지막 전투를 치른 후 부대를 해산하고 잠행에 들어갔으나 28일 순창 피노리에서 피체되었다. 하루 앞선 27일 손화중과 최경선이 부대를 해산했다. 이날 태인에서 피체된 김개남은 채 48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전주에서 즉결 처형되었다. 12월 31일 이방언이 이끄는 농민군이 장흥을 함락하고 부사 박헌양을 처단했다. 1월 1일 김인배가 순천에서 피..
말로 떡을 하면..
말로 떡을 하면..
2023.12.172023-12-11(월) 3분 칼럼 - 이대종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라북도연맹 의장 www.jbcbs.co.kr 입만 열면 ‘농도전북’ ‘농도전북’, 농도전북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필요에 따라 언제든 농부의 자식이 되기도 하고, 자신들이 얼마나 농민을 위해 애쓰는지 강조해마지 않습니다. 도지사와 시장, 군수, 국회의원과 지방의회 의원 등 정치권에 몸담고 있는 대다수 사람들이 그러합니다. 도청 등 행정 기관에 몸담고 있는 공직자들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김관영 도지사는 전라북도를 ‘농생명 산업 수도’로 만들겠다 공언하고 폭죽을 터뜨리며 무슨 선포식까지 거행했습니다. 하지만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예산을 다루는 사람은 예산으로, 법을 다루는 사람을 법으로, 정책을 다루는 사람은..
선운사, 짧은 산책
선운사, 짧은 산책
2023.12.04한 댓새 됐을까? 눈 살째기 내린 어느날 선운사에 갔다. 좀 더 서둘러 갈걸.. 고닥새 다 녹아버리고 흔적만 남었다. 부도전 들러 제 자리로 돌아온 백파율사비에 새겨진 추사 글씨 구부다 본다. 안목이 없으니 그저 그러려니 할 뿐 감흥이 없다.도솔천 따라 오르는 길가, 무심히 서 있던 민불이 눈에 들어온 것은 유홍준 문화유산답사기를 읽고 나서였다. 그 후론 오가면서 한 번씩 만져보고 쓸어보곤 했더랬다. 헌데 어느 날 홀연히 사라지고 그 자리에 조잡한 불상이 대신 서 있었다. 알고 보니 절에서 성보 박물관이라는 것을 만들어놓고 백파율사비와 함께 그 안에 모셔 두었던 것이다. 박물관이 닫히고 백파율사비는 제 자리로 돌아갔는데 민불은 박물관 앞에 서 있다. 중들 욕심이..선운사 동백은 4월에 핀다. 그 숲 속 ..
전봉준 김개남 손화중
전봉준 김개남 손화중
2023.11.21전봉준, 김개남, 손화중, 세 분의 초상을 오래도록 들여다본다. 무릇 혁명에 있어 지도자의 역할은 무엇일까? 이 분들은 어떻게 동학농민혁명 3대 장군의 반열에 오르고 시공을 뛰어넘어 역사 속에 살아남게 되었을까? 어찌 이 분들 뿐이겠는가? 5대장군, 10대 장군, 이름도 성도 없이 쓰러져간 무수한 농민군들을 그려본다. 스러져가는 한 시대와 더불어 기꺼이 사라짐으로 하여 새 시대를 열어젖힌 사람들, 자신의 흔적을 끊임없이 지워가며 온몸을 불살라 오히려 선명하게 역사에 각인된 혁명가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지조를 잃지 않았기에 유해조차 수습할 수 없었던 헛묘의 주인들. 강경파니 온건파니, 지어 NL이니 PD니 하는 삿된 잣대와 논쟁을 거두어들일 일이다. 여기 김남주 시인의 유고시 한 편으로 필설로 어찌할 ..
전라북도 필수 농자재 지원 조례
전라북도 필수 농자재 지원 조례
2023.11.142023-11-06(월) 3분 칼럼 - 이대종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라북도연맹 의장www.jbcbs.co.kr 전라북도 외회에 필수농자재 지원 조례안이 발의되었습니다. 도의원 33명의 동의 서명을 받아 진보당 오은미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필수농자재 지원 조례안은 비료, 농약, 사료, 기름, 전기 등 농사짓는 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필수 농자재의 가격 폭등에 따른 농민 부담을 덜기 위해 농민단체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마련한 것입니다. 국제유가 상승, 요소수 파동 등을 겪으며 가파르게 상승한 농자재 가격은 가뜩이나 쌀값폭락으로 위축된 농가경제에 커다란 타격을 입혔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 농업 소득이 10년 만에 천만원대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한 번 오른 농자재 가격은 절대 떨어지지 않고 생산비를 급등시켜 ..
믿고 먹는 마라탕
믿고 먹는 마라탕
2023.11.07나는 혈당을 관리하는 사람이다. 약 없이.. 혈당 신경쓰지 않고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꼽으라면 단연 마라탕, 식후 혈당이 거의 전혀 오르지 않는다. 때론 오히려 내려가더라. 이것은 내 경험이다. 마라탕은 집에서 해먹는 거나 식당에서 사먹는 거나 다를 게 없더라. 집에서 내 입맛대로 해먹는 게 더 좋더라. 팽이, 목이, 느타리 등 각종 버섯 넣고 팔팔 끓이다가 두부 반 모와 만두 서너 개, 마라소스와 약간의 간(간장 그짓갈로 살짝).숙주나물, 배추, 쑥갓, 청경채.. 채소 듬뿍 넣고..청양고추 두 개, 마라소스 추가. 끝.
묵은지닭가슴살볶음
묵은지닭가슴살볶음
2023.11.07오래된 김치 냉장고 속에서 잊혀진 채 늙어가던 묵은지, 3년인지 4년인지.. 넘겨지지 않는 배랑빡 달력마냥 마냥 늙어가다 갑작스레 세상구경, 말강물에 흔들흔들 때깔 곱게 목욕재계하고 생면부지 닭가슴살과 상봉하다. 들지름 치고 청양고추 썰어넣고 들들 볶는다. 끝. 5분 완성, 맛나다.
해는 이미 서산에 빛을 숨기고..
해는 이미 서산에 빛을 숨기고..
2023.11.02이덕구 선생님을 따라 한라산을 올라간 열여섯 살 김민주, 할아버지가 되어 과거를 회상하며 부른 악보도 없고 제목도 알 수 없는 노래. 하여 어떤 이는 '없는 노래'라 이름지어 부른 노래, 한라산 유격대를 추모하는 위령제에서 산오락회가 불렀다.소설 《제주도우다》에 이 노래가 등장한다.총알도 떨어지고 식량도 떨어졌다. 이 목숨을 언제까지 지탱할 수 있을까? 완전한 패배가 분명하고 최후의 순간이 바로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밤의 정적 속에서 멀리 해안선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가 먼 우렛소리처람 아련히 들려왔다. 그때 누군가의 입에서 나직이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 무렵 입산자들 사이에 갑자기 번진 노래였다.해는 이미 서산에 빛을 숨기고 어두운 빛을 사방에 들이밀어..
아리랑 고개 넘어 다시 개벽의 시작이다.
아리랑 고개 넘어 다시 개벽의 시작이다.
2023.10.23살아남은 농민군은 의병이 되었다. 우금티 패전 이후 농민군은 일본군과 관군, 유림이 조직한 민보군에 맞서 삼천리강산을 피로 물들이며 죽어갔다. 이렇듯 광범위하게 자행된 살육전에서도 살아남은 농민군은 산적 혹은 화적떼로 변신하거나 흩어져 몸을 숨겨야 했다. 이런 그들이 항일의병 투쟁에 가담한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유림이 중심이 된 초기 의병 투쟁에서 농민군은 환영받지 못했다. 춤성심을 품고 의리를 붙들려 하는 자는 몇몇 사람에 지나지 않으며 ... 그리하여 농민이 천 명, 백 명씩 무리를 이루고는 의병이라 일컬었다. 심지어 동비의 남은 무리가 그 반을 차지했다.(매천야록, 황현) 그 무엇보다 중요한 ‘강상의 도’가 무너지는 것을 두려워한 양반 의병장들은 농민군 출신 의병들을 색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