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덕유산 토옥동 골짝
덕유산 토옥동 골짝
2019.06.23어디로 튈까를 고민하다 덕유산 향적봉 대피소를 예약해 두었다. 올해 새로 심은 잔디밭 하나 시기를 놓쳐 풀 매느라 한 이틀 적잖이 고생했다. 논 둘러보고 스프링클러 옮겨주고 나니 시간이 많이 흘러부렀다. 산 아래 도착하니 오후 다섯 시, 올라갈 수 없다네.. 사정이 통하지 않는다. 멀리서 왔다 하니 다 멀리서 온단다. 이래 저래 고민하다 장계로 가서 방을 잡았다. 계남 사는 동갑내 불러내 술을 붓는다. 돼야지 꼬랑지가 아주 맛나다. 역시나 술은 지역 토종과 묵어야 된다. 밤이 이슥해 술자리 파할 무렵 던져놓은 미끼를 물고 사람 하나 달려왔다. 술벵이 추가되었을 뿐.. 토옥동 골짝에서 서봉으로, 주릉을 타다 월성재에서 다시 토옥동 골짝으로 내려오는 길을 잡았다. 숲이 짙어 어두컴컴, 서늘하기 짝이 없다. ..
덕유산 망봉
덕유산 망봉
2017.11.1410월, 가을을 탔던가? 저무는 가을 부는 바람에 가슴이 활랑거렸다. 산을 보면 오르고 잡고 운전대를 잡으면 마냥 달리고 싶었다. 그래서 나섰던 길, 덕유산 망봉.. 칠연계곡을 거슬러 올라 주릉을 타고 남덕유 방향으로 진행, 무룡산 근처 망봉 능선 갈림길에서 김영승 선생님 일행과 합류했다. 망봉은 방준표 전북도당위원장이 최후를 맞았다고 알려진 곳이다. 가을은 가을. 드는지도 몰랐던 단풍이 어느새 지고 있다. 일렁이는 바람에 낙엽비가 내린다. 우수수수.. 주릉이 가까워지니 숫제 겨울 분위기가 난다. 눈이라도 올 듯.. 주릉에 오르기 전 계곡물을 채운다. 물맛 참 좋다. 주릉의 가을.. 바람이 쓸쓸하다. 홀로 가는 등산객, 고독을 흩뿌리며 앞서간다. 주릉에 핀 쑥부쟁이 향적봉과 남덕유, 덕유 주릉 양 끝단의..
백두대간 5차 첫째날 : 덕유주릉(육십령~삿갓골재)을 밟다.
백두대간 5차 첫째날 : 덕유주릉(육십령~삿갓골재)을 밟다.
2015.03.01생사를 넘나드는 병상을 박차고 나선 형은 2008년 5월 대간 종주를 시작하여 3박 4일 만에 육십령에 도달하였고, 일주일 후 한걸음에 덕유산을 벗어나는 괴력을 발휘했다. 나는 날수로 닷새, 기간으로는 한 달이 걸렸고 이제 이틀간 덕유 주릉을 밟아 무풍(소사고개)까지 갈 계획을 세웠다. 형은 대간 종주 이후 온 나라 산줄기를 부리나케 답파하고 마라톤에 심취하는가 싶더니 홀연 세상을 뜨고 말았다. 철인 같은 모습으로 변모하여 제일 오래 살겠다 싶었는데 순서고 예의고 싹 다 무시해버리고 형제 간들 중에 가장 먼저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다. 작년 8월이었다. 내 인생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던 형이다. 형은 거종이고 나는 대종이다. 지나오는 대간길에서 행여나 형의 흔적이 있나 더듬거렸으나 부질없는 일...
덕유산 두견이
덕유산 두견이
2014.07.28쪽박 바꿔주! 쪽박 바꿔주! 쪽박 바꿔주소..이렇게 우는 새가 있다. 내 귀에는 '홀딱 벗겨주'로 들리기도 하지만서도..이 새 울음소리에 악독한 시엄씨와 불쌍한 며느리가 등장하는 옛이야기가 얽혀 있다.아주 작은 바가지로 쌀을 퍼 밥을 하게 하고 그 밥을 누가 다 먹었느냐고 윽박지르던 시엄씨와 그 등쌀에 굶어죽은 며느리의 억울한 영혼.얼마나 한이 맺혔으면 새가 되어서도 "쪽박 바꿔주소" 하고 울겠는가 말이다. 세월이 흘러 전세가 역전되었으니 머지 않은 훗날 며느리 구박에 죽어간 불쌍한 시엄씨가 등장하는 이야기가 만들어질 법도 하다. 여튼 쪽박새라 불리기도 하는 '두견이'가 그 주인공이다. 일단 소리부터 들어보시라. 우렁차게 울어대지만 울창한 숲속 나뭇가지 사이에 숨어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지라 보기가..
향적봉에서 육십령까지 덕유산 종주기
향적봉에서 육십령까지 덕유산 종주기
2012.08.11곤돌라를 타고 올랐다. 향적봉까지 함께 간 일행들과 헤어져 남덕유 거쳐 육십령까지 먼 길을 나선 시각은 오후 1시경 삿갓골재 대피소에서 하룻 저녁을 묵을 계획이다. 총 산행거리 24km가량. 꽃도 보고 새도 보고 풍경도 담고 할 욕심으로 챙겨 넣은 렌즈가 3개. 300mm 망원으로 인한 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대신 싸드락싸드락 천천히 가기로 작정한다. 향적봉 대피소에서 컵라면 하나 사 묵고 자유시간 세 개 사 넣었다. 등산로 주변의 숱한 들꽃들이 발걸음을 붙잡는다. 기대했던 두견이 소리는 들리지 않고 휘파람새 소리만 낭자하다. 낮게 드리운 구름 밑으로 보이는 남덕유와 장수덕유가 아스라하다. 삿갓골재 대피소는 어드메쯤일까? 6시 무룡산 정상. 향적봉 8.4km, 대피소 2.1km 꽤 걸어왔고 얼마 안 남았..
덕유 주릉의 야생화
덕유 주릉의 야생화
2012.08.011박 2일향적봉에서 육십령까지 덕유 주릉을 종주하였다. 쩨까 껄쩍지근하기는 하나 오르는 것은 리조트 곤돌라를 이용하였다. 곤돌라에서 내려 20여분, 순식간에 산정에 올라버리니 마치 고속도로 휴게소에 내린 기분이다. 때는 7월 말 등산로 주변으로 많은 꽃들이 피어 있다. 이번 걸음으로 가장 보고잪은 꽃은 장수덕유 쪽에 있다는 솔나리이다. 새도 볼 요량으로 망원렌즈까지 짊어졌더니 짐짝이 묵지근하다. 산 이야기는 따로 추리기로 하고 우선 꽃 이야기부터.. 가장 흔하게 널려 있던 꽃 말나리. 산에 오르는 순간부터 내려서는 마지막까지 가장 흔하게 피어 있었다. 줄기는 하늘말나리와 유사하나 꽃모냥이 다소 다르고 피는 시기가 다소 늦다. 노랑물봉선.붉게 피는 물봉선에 비해 다소곳하고 얌전해보인다. 꽃뿐만이 아니라 잎..
덕유 주릉의 휘파람새
덕유 주릉의 휘파람새
2010.06.27장맛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를 앞에 두고 덕유산에 올랐다. 곤돌라를 타고 중봉까지만 다녀왔으니 올랐다 할 것도 없다. 봄은 가고 여름은 아직 일러 모든 것이 어정쩡하다. 재작년 7월엔가 나무 그루그루마다 터를 잡고 울어대던 두견이를 꼭 한번 보고야 말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두견이 소리 딱 한번, 휘파람새 역시 많은 개체가 있지는 않은 듯 하였다. 몇 안되는 휘파람새 녀석들이 마치 따라다니며 숨바꼭질하듯 숲 속 가까운데서, 혹은 바로 옆에서 우렁차게도 울어댄다. 마치 "나 찾아봐~라" 하고 늘리는 듯 하다. 좀체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녀석, 대피소 부근 소나무 가지에 높이 올라 노래를 부른다. 자신의 영역을 선포하는 것인지, 짝을 찾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시야는 단 한군데에서 확보된다. 다가설..
덕유산 향적봉 갈색양진이
덕유산 향적봉 갈색양진이
2010.03.23덕유산 향적봉에 새들이 몰려다닌다. 왁자지껄 몰려와서 한바탕 법석을 떨다 홀연히 사라지고, 또다시 몰려오고.. 이름도 생소한 갈색양진이. 영동에서 닭 농사짓는 수호 형을 만나러 간다는 핑계를 만들어 녀석들을 보고 왔다. 덕유산을 무참히 까뭉개며 건설해놓은 스키 곤돌라가 20여분이면 설천봉에, 다시 20여분이면 향적봉에 다다를 수 있게 한다.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디지게 땀 흘리고 헐떡거리면서 올라야 하는데.. 준비해 간 들깨를 뿌려두고 녀석들이 나타나길 기다린다. 향적봉 주위에 머무르고 있던 암수 한쌍이 이내 나타나 얼마간 들깨를 집어먹더니 나뭇가지에 앉아 한참을 논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무리의 갈색양진이들이 몰려온다. 나뭇가지에 다소곳이 앉은 자태가 그지없이 곱다. 다람쥐 녀석도 나타나 포식을 ..
장수를 경유하여 덕유산을 오르다.
장수를 경유하여 덕유산을 오르다.
2008.10.1714일 장수군 농민대회가 열리는데 딱히 갈 사람이 없다고 나더러 다녀오란다. 200여 명이 모인 농민대회는 짜인 순서대로 질서 있게 진행된다. 대표단이 군수와 농협지부장을 만나러 들어간 사이 "씨벌 좆같이..."로 시작하여 농민대회에 코빼기도 내비치지 않은 군수를 성토하는가 하면 광우병 쇠고기를 수입한 이명박이를 씹어대는 농민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진다. 농민들의 절박한 요구사항들을 받아 안고 들어간 대표단의 귀환이 늦어진다. 농민들의 요구는 크게 두가지다. 비료값 폭등에 대한 지자체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라는 것, 농협중앙회는 면세유 취급수수료를 폐지하고 남해화학 수익금을 농민에게 환원하라는 것이다. 놈들은 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않을 것이다. 이미 이를 예견하고 있는 농민들은 착잡한 마음으로 술잔을 기울이며..
7월 중순 덕유산에 핀 꽃들
7월 중순 덕유산에 핀 꽃들
2008.07.18새사진에 정신이 팔려 가까이 하지 못했던 들꽃을 오랜만에 들여다봤다. 비가 내리는 등 날씨가 오락가락하여 덕유산 주릉의 장쾌함을 곁들인 꽃사진을 찍을 수는 없었지만 꽃 자체는 잘 두드러질만한 조건이었다. 등산로 초입 가로수로 심어놓은 모감주나무마다 꽃들이 흐드러진다. 계곡에는 비비추(정확하게는 일월비비추)들이 멋진 자태를 뽐내며 피어 있고 길가에는 산수국이 화려한 색감을 발산하고 있다. 그리고 수많은 잠자리떼가 함께 하고 있다. 혹시나 새가 있나 하는 마음으로 연신 계곡쪽을 눈으로 더듬거리며 가자니 자연 발걸음은 황소걸음이 된다. 렌즈 갈아끼우기는 또 얼마나 귀찮은지 어지간한 것들은 그냥 스쳐보낸다. 아~ 계곡이 너무 길다 할 즈음 백련사가 나타난다. 노랑할미새 한 가족과 맞닥뜨려 시간 꽤나 죽이고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