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호래비밥상
비오는 날 호래비밥상
2014.08.07밥 차려달라 인상 쓸 사람도 없고, 함께 겸상할 사람도 없는 외로운 처지가 되었지만 때가 되니 여지없이 배가 고프다. 여기저기 뒤지고 마당가상 훑어 된장을 지진다. 양파 한개, 다진마늘 한통, 풋고추 2개, 국물내는 멸치 대여섯마리에 북어 찢어넣고 된장, 고추장 크게 한숟가락씩 퍼 넣어 마구잡이로 끓인다. 비는 주룩주룩 내리고 집 속이 절간같다. 된장 지진거에 풋고추 몇개, 깐마늘 한쪽, 호박잎 그리고 현미밥 어제밤 전주에서 뺏어온 양송이를 굽는다. 도래도래 모아서 호박잎에 돌돌말아 입 안에 몰아넣는다. 밥상은 찌끄래기 없이 거덜내부러야 개완허니 설겆이하기 좋다. 하루 한번이라도 날마다 이런 밥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5월의 밥상, 가는 봄이 아쉽다.
5월의 밥상, 가는 봄이 아쉽다.
2010.05.16며칠간 집을 치워야 했다. 봄 제사와 가을 추석, 1년에 두차례 뿐인 집안 대청소. 각시는 집안을 맡고 나는 외부 집터를 맡는다. 내 임무의 핵심은 잡초 제거이다. "나 죽으먼 쩌그도 풀 나고 사방간디 풀밭 될거이다"고 늘 말씀하시던 어머니. 어머니는 선견지명이 있으셨다. 지난 가을 우리집에 온 병길이성은 황성옛터에 온 기분이라며 운치 있어 좋다 하였다. 어머니하고 죽이 잘 맞아 늘 드나들었던 터라 어머니가 집을 어찌 관리해왔는지 잘 아는 양반이다. 좌우튼 사방간디 쳐올라오는 풀을 맸다. 이렇게 해서 뽑아낸 풀이 트럭으로 두대를 치우고도 뿌리째 캐낸 억새 한트럭이 아직 남았다. 한 사날 서대고 나니 그럭저럭 봐줄만 하다. 집 안도 마찬가지, 무지하게 버리고 나니 좀 말끔해졌다. 뭘 그리 끼리고 살았던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