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백두대간 버리미기재~이화령 2(은티고개-이화령)
백두대간 버리미기재~이화령 2(은티고개-이화령)
2020.09.08잠에서 깨니 새벽 두 시, 너무 일찍 눈이 떠졌다. 빨아놓은 옷들이 다 마르지 않으면 어떡하나 걱정하며 잠든 탓이다. 다시 잠들기 어렵겠다 싶어 몇 가지 일을 하다 보니 네 시, 미리 받아놓은 만 원짜리 비싼 밥 챙겨 먹고 행장 챙겨 길을 나선다. 04시 40분, 달빛 교교한 산골 동네 고샅을 더듬어 산으로 향한다. 집집마다 문 개들이 이리 많은지.. 오사허게도 짖어싼다.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든다. 길 가의 돌탑, 내려올 때도 부처로 보이더니 오를 때도 부처로 보인다. 봉암사에서 설치한 가시철망 삼엄한 은티고개 거쳐 조망 없는 주치봉, 매우 가파른 오름길이지만 산행 초반이라 쉽게 올랐다. 봉암사는 무슨 경계가 그리 삼엄한 지.. 막 파놓은 듯한, 야생동물 전문가는 오소리 똥굴이라 하더라. 여기에 똥을 퍼..
봄날의 백두대간(늘재-버리미기재) 2
봄날의 백두대간(늘재-버리미기재) 2
2019.05.18가던 길 못다 가고 도중(고모치)에 내려온 곳은 괴산군 청천면, 나를 데리러 오는 청주 미원 사람 "지금 청천면 소재진데 40분 더 가야 한다" 말한다. 면 내에서 40분을 달린단 말인가? 알고 보니 청천면이 무지하게 크더라. 증평군보다 크다던가, 맞먹는다던가.. 집으로 가자는 것 마다하고 면 소재지 근처 여관에 짐을 풀었다. 오늘은 뱃구레 든든한 산행을 해야지. 평소 먹지 않는 아침을 먹는다. 올갱이국 좋다. 김밥도 세줄 사고.. 출발이 사뭇 좋다. 다시 고모치로 오르는 길, 영업을 중단한 거대한 석산을 지난다. 포크레인이야 덤프차야 각종 중장비들이 방치된 체 고철이 돼가고 있다. 그래도 얼추 복구는 마친 듯 바위를 파먹던 산이 그리 흉하게 보이지 않는다. 꽃도 보고 새도 보며 할랑할랑 산길을 간다. ..
봄날의 백두대간(늘재-버리미기재) 1
봄날의 백두대간(늘재-버리미기재) 1
2019.04.25요사이 제법 빡세게 살았다. 겨우내 제껴두었던 일 이제야 손에 잡은 것이니 자초한 어려움이다. 그 일이 얼추 마무리되어간다. 거듭되는 술자리로 몸은 무거운데 가슴속 응어리는 활시위처럼 팽팽하다. 때는 바야흐로 꽃 피고 새 우는 따스한 봄날, 백두대간이 나를 부른다. 그래 씻고 와야지.. 가야겠다.. 길을 잡아 나선다. 늦은 밤 홀로 기울인 막걸리 석잔에 출발이 늦어졌다. 고속도로 타고 오르던 길, 화서IC에서 내린다. 낯익은 지명들이 나타난다. 길은 화령 지나 비재, 갈령으로.. 백두대간 속리산 구간을 왼짝에 두고 늘재로 이어진다. 녹색으로 표시된 도로가 화령에서부터 이어진다 보면 무방하다. 늘재에 차를 두고 청화산을 오르는 것이 이번 대간길의 들머리가 되겠다. 늘재에는 성황당이 있다. 그럴듯하게 개축해..
백두대간 9차 : 속리산 구간
백두대간 9차 : 속리산 구간
2019.03.06농성장의 밤이 깊어간다. 노회한 군의원의 정치적 야심과 술수에 농락당한 농민수당, 일시적 곡절에 불과하지만 치욕스럽다. 농민의 이름으로 되갚아주마. 뼈에 사무치도록 후회막급하게 만들어주겠노라 다짐한다. 간만에 맞는 고요한 밤, 엊그제 다녀온 백두대간을 되돌아본다. 대간 가는 길, 북접 농민군 최후 항전지 북실전투 현장에 조성된 동학 농민혁명 기념공원을 지난다. 렌즈가 없다. 차 속을 발칵 뒤집어도 없다. 사진기만 가져오고 렌즈를 놓고 왔다. 렌즈 찾는다고 정신이 사나워져 술 한잔 올리지 못앴다. 옥천, 보은을 경유하여 오후 네시경 비재를 출발, 지나온 봉황산을 돌아본다. 나는 오늘 피앗재 산장까지 간다. 피앗재 산장은 대간을 뛰던 형이 추풍령에서부터 한달음에 달려와 잠을 청한 곳이다. 바람처럼 비호처럼 ..
백두대간 8차 : 상주 구간(큰재~비재) 1박2일
백두대간 8차 : 상주 구간(큰재~비재) 1박2일
2019.02.03인생 반백년을 맞아 야심 차게 내디뎠던 백두대간 종주, 달포 가량 나름 쾌속 질주하다 상주 구간에 이르러 4년 동안이나 발이 묶여 있었다. 산줄기가 약해져 그 옛날부터 온통 신라 땅이었던, 오늘날에도 겨우 면단위나 가르는 곳.. 나는 여기를 백두대간의 수랑이라 일컬으며 절반도 못 가고 중단된 내 결심의 박약함을 은폐해왔다. 그간 상주 땅을 벗어나기 위한 구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박 2일 혹은 2박 3일, 때로는 하루를 잡아 쏜살같이 통과해버릴까 하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더랬다. 그러는 사이 4년이라는 세월이 덧없이 지나가 버렸다. 그러니 계획과 구상만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대간길을 개척했던 초기 답사자들에게 상주 구간은 결코 쉬운 곳이 아니었을 것이다. 별다른 특징없는 나지막한 칙칙한 잡목 ..
눈꽃 흐드러진 백두대간 대덕산
눈꽃 흐드러진 백두대간 대덕산
2017.03.01지난 23일 영농발대식을 마치고 무주 가는 길, 진안 어간에서 머리빡 하얀 산을 보는 순간.. '아.. 오늘 집에 못가지..' 싶었다. 장수 지나 무주에 들어서고 덕유산을 바라보며 결심은 확고해졌다. '저런 산을 어찌 바라만 보고 그냥 갈 수 있단 말인가' 볼 일 다 보고.. 무풍 소재지에서 바라다본 대덕산이 최종적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동갑짜리 농민회원이 둘이나 살고 있는 백두대간 소사고개 아래 부흥동 마을회관에 몸을 누인다. 대간을 넘는 칼바람 쌩쌩 부는 해발고도 650미터, 동네 어르신들이 뎁혀놓은 회관은 따뜻했다. 대간 마루에 자리잡은 사래 긴 고랭지밭 너머로 새벽빛이 밝아온다. 아래 보이는 마을은 거창 고제면 소속이 되겠다. 그래 생각난다. 이태 전 겨울 백두대간 북상길, 이 밭에는 수확하지 않..
6차 둘째날 : 대보름 달빛 안고 괘방령으로.,
6차 둘째날 : 대보름 달빛 안고 괘방령으로.,
2015.03.10참으로 잘 잤다. 대략 9시간을 죽은듯이.. 네시 반, 라면 하나 끓여 엊지녁 얻어놓은 식은밥 말아 후루룩 먹어치운다. 주섬주섬 채비하고 길을 나서니 다섯시 반. 산 너머 하늘이 왜이리 밝나 했더니 서짝 하늘에 달 걸린 모양이다. 한시간은 넘게 걸어야 다시 능선에 올라설 수 있다. 어두운 산길, 올빼미가 운다. 어지간하면 등골이 오싹할 소린데.. 무척 반갑다. 지난번 남원 교룡산성 둘러보고 내려오는 길에서도 등 뒤에서 올빼미가 울었더랬다. 시멘트 포장길이 끝나고 약수터에서 물 받고 나니 동짝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언제나처럼 마음이 급해지지만 차분히 오를 일이다. 아뿔싸! 해가 떠오른다. 삼도봉 100미터 전방.. 그래도 과히 늦지 않았다. 바람이 불지 않는다. 오늘은 혼비백산하지 않는 차분한 산..
4차 : 남원 지나 함양, 지리산 그늘에서 벗어나다.
4차 : 남원 지나 함양, 지리산 그늘에서 벗어나다.
2015.02.23새벽 네시 집을 나서 복성이재 도착하니 다섯시 반, 집에서 점점 멀어진다. 오늘은 육십령까지 간다. 정월 초이틀, 쪽달조차 없는 밤하늘엔 별만 가득. 쏟아지는 별빛을 담을 재간 없어 한참을 바라만 보다 산길로 접어든다. 산길에 접어들자 무덤이 보이고 으스스한 기운이 일어난다. 이런때는 그저 걷는 수밖에.. 소나무 숲길을 지나 매봉에 다다르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대간 양쪽 장닭들 앞다퉈 새벽을 알리니 아영고원 불빛 너머 여명이 비치기 시작한다. 봉화산 정상에서 일출을 맞기 위해 부지런히 걷는다. 늘 그렇지만 일출시각을 알고 가면서도 밝아오는 동짝 하늘에 마음이 과도하게 앞선다. 너무 서둘렀을까? 오른짝 장딴지가 뜨끔하더니 통증이 온다. 대간길에 나선 이래 가장 길게 잡은 구간인데.. 백운산 깔끄막 오..
백두대간
백두대간
2015.02.04東史曰 朝鮮音潮仙 因仙水爲名 又云鮮明也 地在東表日先明 故曰朝鮮 《동사》에 이르기를 조선(潮仙)이라 소리나는 ‘朝鮮’은 선수(仙水)로 말미암아 이름을 삼음이요 또한 이르기를 선명(鮮明)한 것이라, 땅이 동쪽에 있어 해가 뜰 때 먼저 밝아오므로 조선이라 한다 하였다. 山經云 崑崙一枝 行大漠之南東 爲醫巫閭山 自此大斷 爲遼東之野 《산해경》에 이르기를 곤륜의 한 갈래가 대막(넓은 사막)의 남동으로 가 의무려산이 되고 이로부터 크게 끊어져 요동 벌판이 되었다. 漉野起爲白頭山 爲朝鮮山脈之祖 山有三層 高二百里 橫亘千里 其巓有潭 名謂達門 周八百里 南流爲鴨綠 東分爲豆滿 마른 벌이 일어나 백두산이 되니 조선산맥의 시조다. 산은 셋으로 층졌는데 높이는 200리, 가로는 1000리에 걸쳐 있으며, 그 산꼭대기에는 못이 있어 이..
1차 둘째날 : 노고단에서 용의 눈알을 찍다.
1차 둘째날 : 노고단에서 용의 눈알을 찍다.
2015.02.03치밭목에서 천왕봉 오르는 길이 무척이나 힘들었던 모양이다. 쉬 녹지 않는 몸을 밤새 뒤척이다 새로 두시가 넘어서야 편안해졌다. 새벽 5시, 주섬주섬 배낭을 챙기고 어젯밤 남겨놓은 밥을 끓여 훌훌 넘기고 길을 나선다. 그럭저럭 6시가 다 되었으나 아직 어둠 속, 하동 쯤으로 생각되는 도시의 불빛이 한치잡이 어선으로 불야성을 이룬 제주 밤바다같다. 바람은 없으나 몹시 추워 출발부터 시작된 오르막이 오히려 고맙게 느껴진다. 선답자들에 의해 잘 다져진 눈길이 수월하다. 한시간쯤 걸으니 어둠이 물러나고 동녘이 밝아오기 시작한다. 오늘 천왕봉 일출은 그지 없이 장관이겠다. 천왕봉 그만 쳐다보고 이젠 나를 보란듯 반야봉이 지척에서 손짓한다. 덕평봉 지나 벽소령 사이 중간, 어느 골짝인지 도무지 가늠할 수가 없다. 지..
1차 첫째날 : 백두대간에 내딛는 첫발, 지리산 종주.
1차 첫째날 : 백두대간에 내딛는 첫발, 지리산 종주.
2015.02.02백두대간,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설레인다. 대간의 기원과 의미가 회자되기 시작하던 80년대 말부터 줄곧 흠모해왔다. 그 길에 첫발을 내딛는다. 나이 50, 뭔가 기념비적인 일 한가지는 하고자 함이다. 지난날을 돌아보며 되새김질도 하고 새날을 그리며 사색도 하고, 몸 튼튼 마음 튼튼 두루두루.. 서울에 살던 시절 저전거 타고 집에 내려오는 계획을 무수히 세웠더랬다. 이제 더 이상 계획으로만 머무르지 않으리라. 시작을 해야 끝을 볼 수 있다. 일단 해봐야 알 수 있다. 내딛는 첫걸음에 하룻밤 재워주고 새복길 달려 산청땅까지 실어다준 구례 사람 내외간과 지리산 종주길에 함께 한 순창 사람에게 감사디린다. 대원사 골짜기를 거슬러 윗새재 마을까지 차로 올라가려 했으나 밤사이 내린 눈으로 차가 언덕을 못이겨먹는다..
장안산에서 바라보는 지리주릉이 장엄하다.
장안산에서 바라보는 지리주릉이 장엄하다.
2011.10.08장수에 갈 일이 생겼다. 방장산이라도 가야겠다고 맘 먹고 있던 차에 산행지를 장수로 변경하였다. 때는 가을인지라 억새 좋은 산을 고르니 장안산이 걸려든다. 장수 IC에서 그리 멀지 않다. 시간이 어중간한지라 무룡고개에서 정상까지 왕복하는 것으로 길을 잡았다. 산행 출발지로 잡은 무룡고개가 이미 1,000m가 넘는 고지인지라 정상(1,237m)까지는 불과 200여미터만 고도를 올리면 된다. 동네 뒷산 오솔길같은 산길은 편안하기 짝이 없다. 거리 3km, 한시간 가량이면 충분하다. 등산로 주변 햇빛 밝은 곳에 핀 정영엉겅퀴, 꽃등에들이 바쁘다. 정상까지 1.5km가 남았다는 표지판을 지나자 전망이 툭 터지는 억새능선이 나타난다. 멀리 지리 주릉이 한 눈에 잡히고 지리산에서 달려온 백두대간의 산줄기들이 겹겹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