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울릉도 청띠제비나비
울릉도 청띠제비나비
2015.08.14무척 보고싶었다. 남도에 가면 녀석을 보자고 눈에 불을 켜고 다니기도 했다. 청띠제비나비, 너를 멀리 울릉도에 와서야 보게 되는도다. 처음 본 순간, 행남 해안길을 걷는 도중 홀연히 나타났다 렌즈 갈아끼우는 사이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울릉도에서의 마지막 날, 녀석을 제대로 한번 만날 요량으로 일행과 떨어져 저동에서 섬목까지 길을 잡아 내처 걸었다.내내 보이지 않던 녀석은 석포 마을을 지나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홀연히 나타났다 미련없이 사라지기를 여러차례..쏜살같이 날아디니는 녀석이 절대 앉는 법 없이 길가의 숲을 따라 핑 하고 날아가버린다. 석포 전망대 가는 오름길에서 한 곳을 계속 선회하는 녀석을 만났다. 허공을 향한 무수한 총질 끝에 겨우 얻은 사진들이다. 선창으로 내려가는 길가 축대에 심어놓은 송..
이름다운 길, 행남 해안산책로
이름다운 길, 행남 해안산책로
2015.08.14독도에 다녀온 우리 일행은 숙소에서 잠시 쉬면서 울렁거리는 속을 달래야 했다. 숙소가 저동 여객터미널과 매우 가깝다. 다행히 심한 멀미 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계단만 나타나면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성인봉에 다녀온 후과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하는 사람들이다.그렇다 한들 숙소에서 시간을 보낼 수는 없다. 점심 요기를 마친 우리는 행남 해안산책로를 향해 다시 길을 잡아 나선다. 쉬엄쉬엄 도동까지 걸어가 저녁을 먹고 다시 넘어올 심산이다. 저동항 방파제와 한몸이 되어버린 촛대바위를 바라보며 걷다 방파제에 서니 성인봉 산줄기가 단박에 배경이 되어준다. 아래의 콘크리트굴을 통과하면 곧바로 행남 해안산책로 절경이 펼쳐진다. 길 이름은 중간쯤에 위치한 행남등대에서 따온 모양이다. 힘들..
저동에서 섬목까지 울릉도를 걷다.
저동에서 섬목까지 울릉도를 걷다.
2015.08.13울릉도 2박3일은 다소 짧은 감이 있다. 어느새 돌아가야 할 날이 밝아온다. 오늘은 일행과 떨어져 저동에서 섬목까지 걷기로 한다. 일주도로가 아직 없는 울릉도, 걷지 않고서는 갈 수 없는 구간이다.이 구간에는 내수전에서 석포에 이르는 옛길이 포함되어 있다. 어제 행남등대 부근에서 설핏 스쳐지난 청띠제비나비가 눈에 삼삼하다. 산과 마을을 지나며 할랑할랑 걷다보면 청띠제비나비는 물론 울릉범부전나비도 볼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가 있다. 울릉도의 아침은 고창보다 20분이 빠르다. 내수전 일출전망대를 목표로 길을 나섰으나 거리타산이 잘못되어 내수전마을 입구 바닷가에서 해를 맞았다. 해는 죽도와 북저바위 사이에서 떠올랐다. 언제나 올라올까 싶게 동짝 하늘만 붉히더니 떠오르자마자 하늘로 담박질친다. 저동항 방파..
성인봉 지나 나리분지로
성인봉 지나 나리분지로
2015.08.09포항을 출발한 우리누리호는 저동항으로 들어갔다. 기록을 더듬어 햇수를 헤아리니 5년 만이다. 첫 방문에서 받았던 감동의 기억이 너무도 선연하여 사뭇 가슴이 뛴다. 이번에도 성인봉을 오른 후 나리분지로 내려가 하룻밤을 보내는 것으로 울릉도 일정을 시작한다. 점심을 먹는 사이 애, 어른, 아녀자 할 것 없이 성인봉 산행에 함께 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서둘러 점심을 해결하고 KBS 중계소 위쪽 산행 기점으로 간다. 택시비 1만 원. 3시 반, 시원스레 펼쳐진 동해 바다를 바라보며 산행을 시작한다. 비좁은 협곡에 자리 잡은 도동 시가지가 내려다보인다. 폭염에 신음하는 본토와 달리 울릉도는 섭씨 30도를 넘지 않는다. 산에 드니 서늘한 바람이 쉴 새 없이 불어오고 숲 바닥을 차지한 양치식물이 발산하는 청량..
2박5일 울릉도 여행 결산.
2박5일 울릉도 여행 결산.
2010.10.30울릉도 다녀온 지가 벌써 한달이 지났다. 왜 2박 5일인가? 울릉도에 오며 가며 길에다 버린 시간이 이틀은 된다. 그만큼 멀고 외진 곳, 꽤나 큰 맘 먹어야 갈 수 있는 곳이 울릉도이다. 아쉬움이라는 것. 간고분투했을 개척민들의 숨결, 울릉 주민들의 삶의 애환을 조금이라도 알기 위한, 이를테면 옛길을 걷는 것. 그리하여 점점이 흩어져 있는 외딴집과 텅텅 비어가는 오지 마을을 지키는 진짜배기 섬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면.. 울릉도의 빼어난 외관에만 감탄하다 다시 떠나오니 뭔가 무지 허전하더라는 함께 여행했던 사람들이 느끼는 공통의 심사에는 다 이유가 있다. 풍치수려한 해안길을 벗어나 숨 할딱거리며 땀 한바탕 쓰겄게 쏟아야 넘을 수 있는 옛 고갯길을 걸어보지 못한 아쉬움. 이는 울릉도 개척기 각 지역과 마..
[울릉도] 저동항에서 도동항까지..
[울릉도] 저동항에서 도동항까지..
2010.10.28학포를 출발한 우리 일행은 남양천이 흐르는 서면에서 아침을 먹고 다시 버스를 타고 도동까지 이동하였다. 굳이 남양을 들른 이유는 그곳 남양천에 작은도요가 도래하였었다는 소식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러나 도요류 이동의 절정기가 지나서인지 도요새는 보이지 않고 쇠오리, 흰뺨검둥오리 등속뿐이다. 어제 갔던 태하천만 못하다. 도동항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저동항으로 향한다. 울릉도의 어업전진기지라 하는 저동항은 협곡에 자리한 도동항과 달리 해안을 따라 넓게 포구와 시가지가 형성되어 있다. 그러나 싱싱한 생선과 오징어를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달리 어판장이나 포구나 한산하다 못해 쓸쓸하기까지 하다. 오징어를 수소문하니 요즘 통 나오지 않아서 아마도 볼 수 없을 것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바다가 한바탕 왈칵 ..
울릉도 해안 절경과 학포 일몰에 취하다.
울릉도 해안 절경과 학포 일몰에 취하다.
2010.10.13아침이 밝았다. 어젯밤 보았던 거대한 와불을 알현한다. 구름이 다소 낀 싱그러운 가을 하늘을 인 나리분지는 한적하기 이를 데 없다. 또르륵 또륵 방울 굴리는 소리를 내며 날아다니는 방울새들만 분주하다. 밭에는 대부분 더덕이 심어져 있고 군데군데 참고비를 심어놓은 밭이 보인다. 이미 가을이 완연하여 묵은 밭처럼 보이고 쓸쓸하다 못해 황량한 감마저 든다. 할레 할레 걷다 보니 울릉도 전통가옥인 너와집이 보인다. 실제로 사람이 살았던 집을 보전하고 있는 듯 하나 관리상태가 영 좋지 못하다. 가장 큰 특징은 눈이 많이 쌓이면 굳이 집 밖에 나오지 않고도 집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건물 외벽을 다시 한번 견고하게 감싸는 '우데기'가 그것이다. 지붕에는 바람에 대비하여 굵은 돌들이 너와를 하나하나 세심..
성인봉을 오르다 - 도동항에서 성인봉 거쳐 나리분지까지.
성인봉을 오르다 - 도동항에서 성인봉 거쳐 나리분지까지.
2010.10.04성인봉을 경유하여 나리분지로 가기로 한 산중파는 영태와 나 둘 뿐이다. KBS중계소를 산행 들머리로 하여 성인봉을 경유하여 나리분지까지 가는 산행시간은 약 4시간 30분으로 안내되어 있다. 시간을 지체한 탓에 택시를 잡아타고 서둘러 산행 들머리로 이동하였다. 두어 시간 전까지만 해도 보였다는 독도는 보이지 않는다. 대신 좁은 협곡을 비집고 들어앉은 도동항과 독도를 바라보는 독도전망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2시 40분 산행을 시작한다. 성인봉을 오르는 산길은 평범하기 짝이 없다. 시야가 툭툭 터지는 날망도 아니고 물 흐르는 계곡도 아닌 평범한 산길을 하염없이 걷는 인내가 필요하다. 성인봉 인근의 숲은 사람의 간섭을 받지 않은 말 그대로의 원시림이라고 한다. 하여 숲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너..
야성의 섬 울릉도에 가다.
야성의 섬 울릉도에 가다.
2010.10.03얼마나 많은 계획들이 세워지고 허물어졌던가? 한번 간다 간다 하면서도 실제 마음먹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막무가내의 묻지 마 추진력이 발동되지 않는다면 평생을 미루다 끝나버릴 수도 있는 그곳, 울릉도는 참 먼 곳이었다. 시간과 명분 그리고 사람.. 이래저래 잘 맞아떨어졌다. 추석을 쇤 이튿날인 23일 심야에 출발하여 24일 아침 배를 타고 입도, 섬에서 이틀을 자고 26일 오후 배로 나와 다시 밤을 달려 집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여정이 잡혔다. 집결지는 전주 월드컵 경기장, 자정 무렵 사람들이 모여든다. 부안의 정덕순, 군산의 이한세, 완주의 박홍규, 고창의 주영태, 그리고 우리 내외간.. 총 여섯이다. 면면을 보면 어지간한 발등의 불 정도는 빈 깡통 차듯 털어낼 수 있는 사람들이다. 출발이다. 길은 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