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락을 벤다.
나락을 벤다.
2013.10.07가을, 나락을 벤다. 이 나락 베고 나면 올해도 다 간다. 나도 한살 더 묵고 내년에도 농사 짓겠지.농사는 죽을 때까지 안고 갈 내 생업이다. 메루가 핥아먹고 참새가 볼라묵어도.. 나락은 익는다. 첫바쿠 두다랭이 비어제끼고 시다랭이째 나는 때늦은 고사를 지냈다. 나락 많이 나오라고.. 시상 참 편하게 농사짓는다. 맘까지 편했으면.. 채 다 베지 못하고 기계 고장나고 비오고..술만 잘칵 묵어불고 날 저물었다. 술은 묵었어도 나락은 붓어야제. 21시, 밤 늦은 미곡처리장은 여전히 분주하다.
가을.
가을.
2011.10.23가을, 우리 동네 말로 가실. 가실하러 집에 왔다. 2주만이다. 껄맠 구절초는 이미 시들어불고 산국이 활짝 피었다. 이제 가을도 저물어가는 터.. 낫을 갈아 논으로 간다. 안개가 자욱하니 끼어 이슬 걷힐라문 날 저물게 생겼다. 콤바인 돌 자리 갓 돌리는데 지나가던 할매 한마디 하신다. "모 숭거놓고는 통 안븨드만 나락 빌 때 됭게 보겄네." "아따 할매가 으디 갔다 왔든갑만 그요" ㅋㅋㅋ. 날은 영 깨나들 않고 먹은 술이 알근해져 올 무렵 점심때가 지나고서야 콤바인이 왔다. 나락을 빈다는디 물 쪘던 자리라 그런지 소출이 영 시원찮다. 농사진 이래 최악이다. 배동할 무렵 결정적 시기에 침수가 되야버리니 재주가 없었던 모양이라. 물 쪘던 논에서는 두섬꼴로 나왔다. 말 그대로 반타작.. 그것 참.. 허망하기 ..
가을 들녘, 추수가 한창이다.
가을 들녘, 추수가 한창이다.
2008.10.08가을 들녘에 추수가 한창인 요즘 기계 가진 친구와 함께 한조가 되어 나락을 베러 다니고 있다. 대부분의 일을 기계가 처리하기 때문에 사람은 잘 보이지 않는다. 사람은 우리 둘을 포함해서 많으면 넷, 그렇지 않으면 단 둘이서 일을 해치운다. '사람 소리 사라진 들판에 붕붕거리는 기계음만 가득하다.' 그렇게 생각하면 정확한 거다. 콤바인이 많이 보급되어 있어 가을 추수 속도도 대단히 빠르다. 시작했다 하면 금세 들판이 휑 하니 비어버리는.. 전라도 말로 "번새번새하다." 내용이야 어찌 됐건 가을일 대단히 간편해졌다. 콤바인도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서 이제는 옆구리에 달라붙어 나락 마대를 잡을 일도 없다. 그저 논두렁에 앉아 있다가 적당한 자리에 차만 갔다 대어놓으면 되거나 커다란 '톤백'이라 불리는 마대를 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