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도요
호사도요, 5년 만의 만남
호사도요, 5년 만의 만남
2022.05.12문득 소리가 들렸다. 호사도요!! 엔진 정지, 고요한 논벌에 호사도요 울음소리가 퍼지고 있었다. 도무지 찾을 길이 없어 나도 소리를 튼다. 몸 가까이 날아와 앉았으나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이윽고 녀석의 눈과 부리가 보인다. 녀석도 나의 동태를 살피는 것이다. 제 동료 소리에 반응을 보이던 녀석 휘리릭 날아가 버린다. 5년 만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됐다. 내나 5년 전 그 논배미다. 살짝 몸을 뺐다가 다시 돌아와 시동을 끄고 기다린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다시 울음소리 들리고 나는 눈알이 빠지도록 녀석을 찾는다. 2017 호사도요(Greater painted-snipe) 관찰기 바닷가 옆 간척지 논에 도요새들이 가득하다. 메추라기도요, 학도요, 흑꼬리도요, 청다리도요, 알락도요, ..
2017 호사도요(Greater painted-snipe) 관찰기
2017 호사도요(Greater painted-snipe) 관찰기
2017.06.24바닷가 옆 간척지 논에 도요새들이 가득하다. 메추라기도요, 학도요, 흑꼬리도요, 청다리도요, 알락도요, 꺅도요.. 수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장거리 여행, 북상 중인 도요새 무리들은 영양보충에 여념이 없다. 귀한 손님 안 계시나.. 휘리릭 둘러보는 눈길 저 멀리 호사도요 한쌍 눈에 들어온다. 단언컨대 어지간해서는 좀처럼 집어내기 어려운 거리, 하지만 나는 호사도요만큼은 금세 찾아낼 수 있다. 있기만 하다면.. 호사도요와 나의 인연은 길고도 각별하다. 10여 년 전 논에 앉은 황로 무리 사이에서 우연히 발견한 호사도요 암컷, 참 특이하게 생긴 오리가 다 있다 싶었다. 두어 달간의 망각기를 지나고서야 오리 이름이 궁금해졌고 탐조 사이트에 문의한 바 오리가 아니라 몹시 귀하게 관찰되는 도요류임을 알게 되었다. 그..
호사도요
호사도요
2016.06.26한창 모가 자라고 있는 논으로 들어간 호사도요는 어찌 살고 있을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고 망원경 챙기고 렌즈 초점거리 연장해주는 컨버터 장착하고 논을 찾는다. 녀석들은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모포기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근심걱정 없이 살고 있다. 한숨만 늘어가는 농민들과 달리 녀석들은 태평세월을 맞았다. 어미는 연산 논바닥을 더듬어 먹을 것을 새끼에게 전해준다. 어미가 논바닥을 더듬는 동작은 주걱같은 부리로 물 속을 휘젓는 저어새의 부리질과 흡사하다. 구름이 끼고 날이 좀 쌀랑하다 싶으면 어미는 새끼들을 정기적으로 품에 넣어 체온을 관리한다. 비 오는 동안에는 어디 은신처에서 쉬는 것인지 한참을 더듬었지만 찾아내지 못했다. 새끼들은 이제 날쎈돌이가 되었다. 모가 커 갈수록 관찰이 어려워진다. 망원경..
호사도요, 너 참 오랜만이다.
호사도요, 너 참 오랜만이다.
2016.06.23호사도요가 나타났다. 5년만에 다시 본다. 언젠가 소성 사는 농민회원에게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런 놈 보시거든 신고하라 했더랬다. 대뜸 우리 논에서 봄마다 본다 말하기에 믿지 않았다. 너무나 쉽게 대답하기에 아마도 꺅도요랄지 하는 녀석을 잘못 본 것일거라 생각했다. 애써 물어봐놓고 믿지 않은건 무슨 심보였던지 모를 일이다. 상대를 앝잡아 본거다. 앞으로 그러지 말아야지.. 몇년 전 일이다. 그런데 전화기로 사진이 날아왔다. 논에서 로타리 치는데 이 녀석들이 논바닥에서 헤매고 있다는 것이다. 호사도요다. 잘못 본게 아니었군..녀석은 오랫동안 방치돼 있던 논에서 번식하고 새끼를 키우고 있었다. 그러던 차 트렉터 작업으로 은신처가 사라지자 이처럼 새끼를 달고 논바닥을 헤매고 있었던 것이다. 전화기로 박은 것이니..
[고창의 자연]호사도요를 아시나요?
[고창의 자연]호사도요를 아시나요?
2011.04.02사진기 들고 새 보러 다닐 새가 없다. 고창 지역신문에 연재하는 '고창의 자연'이라는 나에게 할애된 지면을 위해 주말에라도 사진기 들고 나가보고 싶지만 쉽지가 않다. 하는 수 없다. 지난 사진이라도 들춰가며 소재를 찾는 수밖에.. 호사도요를 아시나요? 새나 짐승이나 보통의 경우 암컷보다는 수컷이 크고 화려하다. 자연계에서 다만 사람만이 좀 다르다 한다. 그런데 종종 예외는 있는 법, 바로 호사도요가 그러하다. 호사도요는 수컷보다 암컷이 화려하고 더 클 뿐만 아니라 암컷이 수컷을 유혹하는 특이한 습성을 지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암컷은 알만 낳을 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곧 다른 수컷을 찾아 떠나며 일정한 영역 안에 여러 마리의 수컷을 거느리는 일처다부를 유지한다. 수컷은 암컷이 낳아준 알을 품어 부화시키고..
호사도요의 귀환
호사도요의 귀환
2010.09.20지난 6월 5일 마지막으로 보고 어제 다시 만났으니 백여일만의 대면이다. 허실 삼아 가본건데 직감이 어긋나지 않았다. 올망졸망한 새끼들을 거느린 수컷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때는 다시 한달을 더 거슬러 올라간다. 그 녀석이 어디로 사라졌는지는 정말 수수께끼가 아닐 수 없다. 어디 갔다 왔을까? 갔다 온 것은 나인가.. 녀석들인가.. 좌우튼 반갑다. 지난 6월 5일 마지막으로 보았던 외로운 암컷의 모습. 두 녀석을 보았다. 올해 새로 성장한 녀석들로 생각되지만 좀 더 두고 봐야 알 일이다. 귀한 녀석들이 이런 깨골창에서 살아가리라고 그 누가 생각할 수 있을까? 워낙 타고난 은신술 덕에 우리 눈에 띄지 않을 뿐 본래부터 텃새였거나 텃새화되었다고 봐야 하겠다. 역광 속에 그대가 있다. 언제 봐도 단아한 눈매..
엄마 같은 아빠 천연기념물 호사도요의 육추.
엄마 같은 아빠 천연기념물 호사도요의 육추.
2010.06.17호사도요의 번식을 관찰하기 위한 탐조객들의 발길이 한바탕 휘몰아친 개천에 풀들이 자라나 관찰이 어려워지면서 탐조객들의 발길도 잦아들었다. 둥지 짓기와 산란을 거듭하며 번식을 위해 애쓰던 호사도요들도 계속되는 실패에 어디론가 떠나버린 듯했다. 나는 나대로 농번기가 시작되어 10여 일 가까이 발길을 하지 못했다. 이제는 모나 심어놓고 인근의 논을 살펴봐야 하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기억조차 희미해질 무렵 새끼들이 나타났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하! 용한 녀석 어디에 숨어서 알을 품고 있었을까? 부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녀석들, 네 개의 알을 낳는다더니 정확히 네 마리의 새끼를 품에 안고 있다. 꺼병이를 닮은 똘망똘망한 새끼들이 천진스럽기 짝이 없다. 그놈들이 다 들어가네. 아빠 품은 넓기도 하다. 위..
조복 좋은 날 만난 새들 - 호사도요, 아메리카메추라기도요, 녹색비둘기..
조복 좋은 날 만난 새들 - 호사도요, 아메리카메추라기도요, 녹색비둘기..
2010.04.06새를 보러 다니다 보니 탐조인들을 만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전혀 나하고는 인연이 없었던 말을 듣게 된다. '조복', 처복밖에 모르던 내가 조복 좋다는 말을 이따금 듣는다. 보기 힘든 귀한 새를 보는 운이 따른다는 것인데.. 재작년 5월, 논바닥에 앉아 있는 백로들만 봐도 사진기를 들이대며 신기해하던 시절 묘하게 생긴 녀석을 발견하였다. 오리도 아니고 뭇도 아닌 묘한 생김새를 보고 '그놈 참 이상하게 생겼다' 하고 찍어두었었다. 뒷걸음질 치던 소가 쥐를 밟은 격. 나의 범상치 않은 조복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당시에 이 녀석의 정체를 알았다면, 그래서 눈여겨 보았더라면 아마도 이 녀석의 산란과 주위에 있었을 수컷의 포란과 육추 등을 관찰하게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나는 두달이 더 지나서야 이 녀석..
봄비 내리는 날 호사도요
봄비 내리는 날 호사도요
2010.02.26비가 내립니다. 어김 없이 봄이 오는 것이지요. 봄비 치고는 많은 양입니다. 모진 겨울을 난 호사도요들 봄을 재촉하는 빗 속에서 어찌하고 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물이 많이 불었습니다. 불어난 물을 보는 호사도요의 눈길이 심란해보입니다. 여간해서 날개를 펴지 않는 녀석들 헤엄쳐 물을 건넙니다. 이렇게.. 깃털까지 부풀리니 암수의 크기 차이가 꽤 커 보입니다. 미인의 눈썹을 아미라 하던가요? 호사도요는 감은 눈이 더욱 매력적입니다. 이 녀석은 비 맞은 장닭꼴이 되어가는군요. 아마 깃털을 갈아입는 중인 모양입니다. 좀 심하네요. 추워 보입니다. 영락없는 비 맞은 장닭꼴입니다. 멀뚱해보이지요. 이쁘고 착한 눈매입니다.
눈 속의 호사도요
눈 속의 호사도요
2010.01.1012월 중순, 고창에 큰 눈이 내렸다. 이런 날을 기다려왔다. 눈 많은 고창에 터를 잡고 사는 호사도요들일진대 눈 속에서 생활하는 사진이 없어서야 쓰겠는가? 사흘간 내린 눈이 가장 많이 쌓인 날 더 이상 숨을 곳조차 없는 호사도요들이 활발하게 움직인다. 강추위와 눈 속에서도 전혀 움추리지 않고 활발하게 먹이활동을 하고 몸단장을 게을리하지 않는 녀석들이 볼수록 재미있고 예쁘기 그지 없다. 호사도요들에게는 시련일 수 있겠으나 이 또한 삶의 한 여정일 것이고 시련이 클수록 봄을 맞이하는 희열도 클 것이다. 845 이날 여섯마리의 호사도요들이 관찰되었다. 암컷 두마리는 어디로 갔는지 한참 아래쪽에서 관찰된 후 보이지 않는다. 눈이 녹은 이후 이 곳의 서식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가장 큰 변화는 눈에 눌려 납짝해져..
호사도요 목욕하던 날
호사도요 목욕하던 날
2009.12.18눈이 내리고 얼음이 얼고 비로소 겨울답다. 그런데 불과 1주 전만 해도 봄날같은 따스한 날씨였으니.. 봄을 부르는 듯한 비가 촉촉히 내린 어느날 호사도요들이 사는 냇갈이 부산스럽다. 자그마한 냇갈에 호사도요들이 바글거리며 목욕하고 몸단장하고.. 마치 봄맞이 꽃단장이라도 하는 듯 하다. 지그시 감은 눈이 예쁜 호사도요, 몸단장하는 데 온갖 정성을 다한다. 최소 30분. 날개도 한번 쭉 펴보고.. 깃털은 소중한 것이여. 확실한 암컷. 눈테가 하얗고 목 부위가 붉으며 부리가 붉은 특징을 보인다. 가장 확실한 특징은 하얀 눈테이다. 완전히 성장하여야 눈테가 하얗게 되는 듯 하다. 황금색 깃털은 유조의 특징. 성장하면서 황금색 깃털이 점차 줄어드는 듯 하다. 어린 녀석들은 암수 구분이 쉽지 않다. 아니면 다 수컷..
호사도요(Painted snipe)
호사도요(Painted snipe)
2009.11.13호사도요, 새를 찾는 사람들의 심장을 울렁이게 하며 불원천리하고 달리게 하는 매력적인 녀석이다. 흔하지 않은데다 은신술이 뛰어나 보일듯 말듯 애를 태우니 자신의 가치를 아는 모양이다. 호사도요는 특이한 습성을 지니고 있다. 수컷보다 암컷이 더 크고 화려하며 암컷은 수컷을 순회하며 알만 낳고 다닐 뿐 알을 품고 새끼를 키우는 건 온전히 수컷의 몫이다. 일처다부에 암수의 역할이 바뀌어 있으니 호사도요라는 이름은 딱 암컷을 위한 것이다. 그 동안 관찰 기록이 극히 적어 길잏은 새(미조)로 기록되기도 하였으나 1998년 이후 국내 각지에서 번식이 확인되고 있다. 매우 드물다고 하나 올 가을에만 세군데에서 10마리가 넘는 개체를 확인하였으니 드물기보다는 관찰하기가 어려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