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 두승산을 오른다.  

두승산은 나에게 있어 눈 뜨면 늘 그 자리에 있는 그런 산이다. 

늘상 그 자리에 있으되 집을 떠나 멀리 출타할 때면 가장 멀리까지 나와 배웅을 하고  집으로 돌아올 때면 또 가장 먼저 마중 나와 맞이해주는 그런 어머니 같은 산이다. 

들판 가운데 솟아 사면팔방 거칠 것이 없어 정읍, 고창, 부안 어지간한 곳에서는 늘 지척에 있는 것처럼 다정다감한 산.

갑오농민전쟁, 역사의 한 복판 가장 치열했던 현장을 몸소 내어주고 지켜온 산. 

늘 눈으로 보아왔으나 정작 올라본 것은 그리 많지 않은 산. 

그 산을 오른다.  

 

 

나는 고부와 맞닿아 있는 동네에 산다. 큰길로 나갈 것도 없이 논길, 밭길을 따라가다 보면 고부가 나오고 그 길 너머 두승산이 있다.

가을 가뭄이 오래되어 날이 뿌옇다.  

고부 입석리 황토현 푸른터 수련원을 들머리로 삼아 산에 오르면 다시 그곳으로 내려오기가 좋다. 

 

 

수련원 앞의 작은 저수지에 노적봉이 담겼다. 

 

 

 

노적봉과 상봉 사이의 계곡을 따라 오르는 산길을 잡는다. 

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이 얼마간 이어지고 그 길 끝에서 말봉과 노적봉 사이 능선으로 오르는 본격적인 오름길이 이어진다. 

그러나 그 길 역시 뒷산을 오르는 듯한 편안한 소나무 숲길이다. 

 

 

원통암이라 이름 붙어 있었다. 가을이 무르익어간다. 묵언 수도 중이니 방해하지 말라는 작은 안내문이 나붙어 있다. 

앞마당에서 잠시 서성거리니 작은 헛기침소리 흘러나온다.  

 

 

 

두승산 제일의 조망처, 말봉에 올랐다. 

임실, 완주를 지나 산외, 칠보를 거쳐 내장산으로 달려오는 호남정맥 산줄기가 장엄하겠다. 

입암산으로 분지 하여 방장산을 일으켜 세운 만만치 않은 영산 지맥의 산줄기 또한 장엄하게 흐른다. 

그리고 그 아래 너른 들판이 펼쳐지는 조망의 명소가 되겠다. 

뿌연 연무가 끼어 시야가 답답하다.  

망선대라 이름 붙여놓고 수두목승이니 하는 글귀들을 바위에 새겨놓았다.  

사진 방향으로 진행하면 정자를 세워놓은 끝봉에 이른다. 

정상인 상봉은 등을 돌려 반대방향으로 진행한다. 

 

 

해를 등지니 하늘이 보다 파랗다.  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상봉, 그냥 가장 높은 봉우리일 따름이다. 

 

 

상봉을 지나 좀 더 진행하다 온 길을 돌어본다. 

상봉, 말봉, 끝봉이 줄지어 서고 노적봉이 살짝 비켜 서 있다. 

 

 

살기는 뭔가? 아마도 살쾡이을 말하는 듯.. 강원도 영월지방 사투리라는데 전라도 표지판에 와서 박혀 있다. 

언제 세운 표지판일까? 검독수리, 호반새, 까막딱따구리.. 믿기지 않는다. 

 

 

유선사 뒤편 능선의 느티나무. 

어렸을 적 두승산을 바라보면 산 위의 거목들이 멀리서도 바라보였다. 

의상대사가 꽂아놓은 지팡이가 살아나 거목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는 커다란 느티나무들이 줄지어 있었고 그 나무들이 십리 이상 떨어진 곳에서도 뚜렷하게 보였었다. 자세히 둘러보지 못했으나 그 거목들은 사라진 듯하다.

후계목들이 자라난 듯하고 느티나무를 비롯한 여러 나무들이 숲을 이뤘다.  

 

이곳에서 산 아래로 내려간다. 

차를 세워놓은 수련원까지는 빠른 걸음으로 약 20여분이 소요된다. 

 

 

 

약 두 시간을 산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