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자는 순교자의 옛말이다. 

전주 치명자산은 순교자산이라는 말이 되겠다. 

신유박해 당시 남문 밖에서 처형된 전라도 지역 최초의 천주교도 일가족이 이 산에 묻혀 있다 한다. 

치명자산 성지라는 이름으로 성역화되어 있다. 

본래 이름은 중바위산, 산봉우리에 있는 중바위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그래서인가? 자잘하긴 하나 꽤 많은 절을 산자락에 품고 있다. 

중이 고깔을 쓴 형상이라 하는데 어디서 봤을때 그리 되는지는 알지 못하겠다. 

여튼 중바우산이라는 이름이 더 정감이 간다. 

 

 

 

생태박물관 주차장에서 한벽당 터널을 지나 능선을 타고 중바위에 올랐다. 

도심을 가르는 전주천이 흐르고 왼편에 완산칠봉, 정면에 황방산이 보인다.

완산칠봉 일대는 갑오농민전쟁 당시 농민군과 관군 사이에 치열한 접전이 벌어진 곳이다. 

완산칠봉 어딘가에 포대를 설치한 관군이 성안에 포격을 가하여 민가 수천채가 불에 타고 숱한 인명을 살상했다는 기록이 전한다. 

저 앞 싸전다리 부근 곤지산 자락 초록바위는 전주부의 형장으로 김개남 장군이 처형된 장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천주교 순교터로만 널리 알려져 있다. 

갑오년 농민전쟁 당시 농민군과 관련된 기록을 토대로 이 일대의 기념물, 안내판 등을 정비할 필요가 있겠다. 

내년이면 다시 갑오년, 갑오농민전쟁 2갑자가 되는 해이다. 

 

▲ 중바위, 날을 세운 바위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다.

 

남녘이라서인가 산정인데도 가을색이 남아 있다. 

 

 

산불감시초소를 지나 기린봉 방향으로 산길을 잡아 얼마간 걸으니 능선 안부 아늑한 곳에 넓은 공터가 나타난다.

후백제 견훤의 궁이 있던 자리, 정면 25칸, 측면 3칸짜리 거대한 건물이었다 한다. 

주춧돌들이 촘촘히 박혀 있다. 

산길을 걷는 동안 성문터를 지나기도 하고 옛 성터가 있다 하나 거의 흔적조차 찾기 힘들다. 

 

 

 

 

다소 굴곡 있는 능선을 오르내려 기린봉에 올랐다. 

몇개의 산자락 너머 멀리 모악산이 보인다. 

기린봉은 높이 270여미터의 야트막한 봉우리이다. 

 

▲ 임실 방면 산군

 

▲ 기린봉 아래 팔각정. 저 아래 아파트는 이름이 기린봉인갑다.

 

능선길을 살짝 되짚어돌아가 낙수정마을 방면으로 길을 잡아 내려간다. 

능선에서 급전직하로 떨어지는 희미한 길을 따르니 보석사라는 절이 나온다. 

그냥 여염집 분위기, 개 한마리 시끄럽게 짖어대니 방문 열고 스님이 내다본다. 

절집은 절집이다. 

 

 

 

여그는 아직 가을이네.. 때마침 햇살까지 들어온다. 

 

 

낙수정 마을. 여기서 보니 그야말로 야트막한 동네 뒷동산으로 보인다. 마을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다. 

 

 

 

 

혼자 놀던 개 한마리 반갑게 달려온다. 흙발로 올라타고 개지랄을 다한다. 

아마도 똥개 피가 많이 흐르는 듯..

지가 나를 언제 봤다고 차 있는데까지 따라왔다 돌아갔다. ㅎㅎ

 

 

옛 전라선 철길이 지나던 한벽당 아래 터널을 통과하여 다시 자연생태박물관. 

제자리로 돌아오기까지 두시간 반가량이 소요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