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각료회의 덕분으로 다녀온 팔자에 없던 발리, 난생 처음 가보는 열대지방, 가장 멀리 가보는 남의 나라다. 

직항 비행기로 7시간이나 걸리는 꽤 먼 곳이었다.  발리는 적도 살짝 아래에 위치한 몹시 더운 동네, 호주하고 가깝다. 

적도 아래 남반구에 위치하여 계절상으로 여름인지라 본래 더운 날씨 중에서도 더운 때라 했다. 

땀이 줄줄 흐르긴 하지만  습도가 크게 높지 않아 찜통 속에 들어앉아 있는 듯한 우리나라 한여름 무더위에 비교하면 오히려 견딜만 했다. 

기후나 풍토나 사람이나 모든 것이 몹시 낯설것 같았으나 의외로 편안하고 낯설지 않았다. 

사람들은 느릿하고 여유로웠다. 

말은 통하지 않았으나 손짓 발짓에 영어 단어 댓가지 정도면 그다지 불편없이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하루 지나고 나자 이웃동네에 마실나온 듯 편안해졌다. 

 


발리에서 두번째날 국제민중재판이 열린 행사장 부근 마을 어귀와 골목을 어슬렁거리며 발리 사람들 사는 모습을 둘러봤다.

행사장 주변에는 이런저런 물건을 파는 장사꾼들이 모여들어 작은 풍물시장을 형성했다.  

오토바이 탄 사람들이 어디론가 오고가고 닭들이 공터 풀숲을 헤집고 풀어놓은 개들은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손주하고 노는 할아버지는 우리동네 구동양반이랑 영판 닮았다.

할아버지의 미소나 할아버지의 보살핌 속에서 납납한 표정으로 노는 어린아이나 매우 낯익은 모습이다. 



아새깽이들 까불고 뛰어다니는 것도 똑같고..



상인들의 호객행위나 물건 고르고 깎고 흥정하는 것도 똑같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우리동네 호랭이점빵하고 똑같이 생겼다. 

항아리에서 퍼주던 막걸리 생각나네.. 쩝..



모정은 우리동네 것이 훨 낫다. 

동네 총각들이랑 같이 드러누워 한숨 자고 일어났는데 천장에서 팔뚝만한 도마뱀이 노려보고 있더라는..

모자를 덮어쓴 동네 총각은 꽤 잘나가는 방구쟁이인 모양이라.. 방귀를 뿡뿡 뀌어대는데 뀌는 족족 응답해주었더니 총각들이 배꼽을 잡는다. 

방귀 세방씩 교환하는 것으로 국제적 우의를 다졌다. 

전화기 만지작거리는데 한국노래 들어보자 한다. 

한영애 봄날은 간다 틀어줬더니 엄지 손가락 치켜세워가면서 좋아라 한다. 

사람사는 세상 다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