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년 새해가 밝았다.  우리 농민들에게 갑오년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갑오농민전쟁 120주년, 60 갑자를 두 번 지나 다시 찾아온 갑오년.  갑오년 농민군이 들었던 '척양척왜' '보국안민' '제세창생' 등의 기치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할뿐더러 긴요하다.  다시 찾아온 갑오년은 우금치를 넘어 한양을 도모하고 미일 외세를 완전히 몰아내는 투쟁을 제대로 벌여내야 하지 않겠는가 싶다.   갑오년 새롭게 떠오르는 해를 어디에서 맞을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였다.  그리하여 나는 천마봉을 찾았다. 

 

 

 

미명 속 천마봉, 아직 잠에서 덜 깬 도솔계곡, 다만 도솔암에서 흘러나오는 염불소리만이 계곡을 울린다.  지장보살을 모신 도솔암답게 오로지 '지장보살'만 고아댄다. '지장~보살 지장~보살 지장보살~ 지장보살~'... '된장 고추장'으로 들리기도 하고, '지장 쌈밥'으로 들리기도 하고, 지어 '영감 땡감'으로 들린다는 아주머니도 있다.  미륵불 머리 위에 자리 잡은 도솔암에서 '지장보살'만 줄창 외쳐대니 그것도 거슬린다. 

 

 

일출이 임박해서 천마봉에 도착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해를 기다리고 있다. 

 

 

해가 솟는다. 해는 방장산이 아닌 성송면 고산 방향에서 떠올랐다.  
겨울의 짧은 해가 서쪽으로 한참 기울어져 있음을 미리 짐작하지 못했다. 

 

 

새롭게 떠오른 갑오년의 태양이 장엄한 빛을 천지사방에 드리운다. 

 

 

기념사진을 찍는 노년의 산행객들이 얼굴도 살리고 붉은 태양도 살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과연 성공했을까? 경험이 많으신 분들이니 필시 성공하셨기를 바란다. ㅎㅎ

 

 

낙조대, 용문굴을 경유하여 미륵불 앞에 섰다. 
갑오년 농민전쟁을 앞두고 동학 교도들이 비기를 꺼냈다는 미륵불 배꼽의 상처가 아직도 선명하다.  1892년의 일이었다 한다. 
미륵 세상을 염원하던 백제 사람들의 투박한 솜씨로 새겨놓은 미륵불이 퉁명스럽게 세상을 내려다보고 계신다. 
"세상 한번 쓰겄게 도모해봅시다" 하고 말을 건네보지만 아무 말이 없다. 
결국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기운만 받아간다.  

 

 

천마봉은 도솔암 내원궁에 올라야 그 기세를 가장 잘 바라볼 수 있다.
천마봉이 마주한 사자바위 능선을 바라보며 포효하는 듯하다. 
여기서 보니 천마봉이 사자 같다. 
아무튼 천마봉의 힘찬 기상과 미륵불의 영험한 기운들 받으시고 올 한 해 모다 소원성취들 하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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