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동네 앞 저수지에서 해돋이와 석양 노을을 보는 재미가 좋다.  

코도배기에 가면 한 장소에서 일출과 일몰을 볼 수 있다. 

내장산, 입암산, 방장산이 연이어 늘어서 있고 해는 내장산과 입암산 사이 순창새재 근방에서 떠올랐다. 

왼쪽부터 내장산, 입암산, 방장산이다. 

오늘은 성내 사는 동갑내기들이 함께 하는 성주회 친구들과 입암산으로 신년 산행을 가기로 했다. 

만든 지 20년쯤 되었는데 주름살 늘어가고 술 양 줄어드는 것 말고는  예나 지금이나 그다지 변함이 없다. 

좌우튼 나는 오늘 입암산에 든다. 

 

 

 

약속 장소인 입암면 소재지 천원리에서 입암산을 올려다보았다.

아홉 시가 다 되었는데 해는 아직 산 뒤에 있고 산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다. 

아무리 바빠도 랜즈 좀 닦아야 되겠다. 먼지 낀 창문으로 내다보는 것 같다.  

산행 기점은 입암 갈재 꼭대기, 사진상 가장 오른쪽 부분이 되겠다. 입암 갈재는 국도 1호선이 정읍에서 장성으로 넘어가는 구간으로 입암산과 방장산을 가르는 고개이기도 하다. 

많은 단체 산행객들이 입암 갈재를 출발하여 양고살재까지 방장산을 종주한다.

하산은 순창새재 혹은 만화동으로 하기로 한다. 

실제로는 만화동으로 하였다. 사진상 해가 숨어 있는 가장 밝은 부분에서 능선을 버리고 골짜기로 빠지는 길이다. 

총 산행시간은 먹고 쉬는 것까지 포함해서 대여섯 시간쯤 걸릴 것으로 예상하였다. 

 

 

입암갈재를 출발하여 산행을 시작한다. 앞에 보이는 뾰족한 봉우리(어른봉, 혹은 시루봉)까지 가야 입암산 주릉에 올라서게 된다. 

지금 걷고 있는 길은 입암산에서 방장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으로 방장산을 지나 계속 걷다 보면 목포 유달산에 이르는 '영산기맥'이 되겠다. 

국립공원에서 두세 군데 목책을 설치하고 등산로가 아님을 알리고 있지만 산줄기를 타는 사람들이 많이 다녀서인지 길은 또렷하다. 

호남 고속도로 '호남터널' 위를 지나는 지점은 참호, 헬기장 등 각종 군사시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80년 광주 민중항쟁이 타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또 나중에는 전두환이 광주 방문 시에 많은 군대를 주둔시켰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세월이 흘러 흔적만 남은 채 자연으로 돌아가고 있다. 전두환이는 언제나 돌아가나.. 씨벌 놈. 

대략 15년쯤 전에 이 길을 두세 차례 지나고 처음이다. 길은 보다 뚜렷해졌으나 전두환이 남긴 흔적은 급속히 지워지고 있었다.   

 

 

멀리 갓바위가 보이고 갓바위 아래 일직선으로 뻗은 호남고속철이 보인다. 아직 공사 중이다.

입암산은 정읍 쪽으로는 대부분 급경사를 이루고 있다.   

저 멀리 지평선과 맞닿는 부근에 고부 두승산이 보인다. 

두승산은 고부 민란과 갑오년 황토현 전투 등을 고스란히 지켜본 산이다. 

입암산 또한 우금치를 넘지 못한 전봉준 장군이 스며들었던 산이다. 

태인 전투를 마지막으로 훗날을 기약한 전봉준 장군은 입암산성과  백양사 청류암을 거쳐 순창 피노리로 피신하였으나 김경천의 밀고로 체포되고 말았다. 

1984년 11월 29일 임암산성에 든 지 단 나흘만의 일이다.    

소설 '녹두장군'에는 전봉준 장군과 산성 별장 사이에 있었던 이야기가 상세히 묘사되어 있다. 

이는 소설의 허구가 아닌 역사적 사실이다. 전봉준 장군의 피신을 도왔던 산성 별장 이춘선 장군은 2년 후 산성에 잠입한 일본군의 흉탄에 사망했다. 

그이의 손녀 이철규 할머니가 입암면 천원리에 생존해계시다 한다. 

다시 찾은 갑오년, 입암산성과 청류암을 거쳐 순창 피노리로 이어지는 전봉준 장군의 마지막 고난의 발자취를 더듬어봐야겠다. 

 

 

 

 

애기봉 험준한 암봉 구간을 오르내리며 지나고 있다. 

 

 

어른봉(시루봉)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서너 개 정도 되는 암봉을 오르내려야 한다. 

이 봉우리들을 입암 사람들은 애기봉이라 부르는 모양이다. 

밧줄이 매어져 있거나 다른 안전장치가 없어 다소간의 담력이 필요한 구간이다. 

함께 갔던 일행 중 나를 포함하여 둘만이 암봉을 넘고 나머지는 멧돼지처럼 산죽밭을 헤치며 우회하였다. 

맞은편에 솟아 있는 방장산이 듬직하다. 고창에서 늘 바라보던 모습과는 영판 달라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주릉을 눈 앞에 두고 다시 모여 사진을 박았다. 

한 시간 반 가량이 소요되었다. 부근에 자리를 잡고 다소 이른 점심을 해결하였다. 

여러 가지 이유로 사진은 생략하기로 한다.

 

 

 

 

주릉에 서니 입암산 속창이 훤히 보인다. 

정읍에서 보는 것과 달리 경사가 완만하다. 

불바래기 능선 너머로 내장산이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백암산 산줄기가 이어진다. 호남정맥 길이다. 

산속 요지에 입임산성 남문이 보인다. 남문 부근이 산성의 옛 모습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이다. 

남문 위쪽으로는 펑퍼짐한 분지가 꽤 넓게 형성되어 있어 한때 사람 사는 마을이 있었다. 

20여 년 전만 해도 빈집과 사람들이 쓰던 세간살이가 남아 있었는데 지금은 아무래도 흔적조차 찾기 힘들지 않겠는가 싶다. 

언제 시간 내서 입암산성 한 바퀴 도는 산길 밟아봐야겠다. 

 

 

주릉 길을 타고 갓바위로 향한다. 

명색이 주릉인지라 상당 부분 눈길이다. 

 

 

 

갓바위 정상에 섰다. 입암산 정상은 따로 있다는데 확인해보지 않았다. 

산 아래 사는 근방 사람들은 다들 여기를 정상이라 여긴다. 

곰소만에서 두승산까지 그 옛날 고부군과 정읍군에 속했던 벌판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우리 집 말캉에 서면 갓바위가 훤히 보이는데 여기서는 우리 집이 안 보인다. 

망원경 가지고 올 건데 아쉽다.  

 

 

앞으로 가야 할 방향

 

 

밟아온 산줄기가 훤히 보인다. 

맨 오른쪽 산 사이로 난 입암갈재에서 뾰족뾰족한 애기봉과 어른봉, 그리고 갓바위로 이어지는 능선길이 한눈에 잡힌다. 

꽤 걸었다. 

 

 

 

아따 산세 참 치열하다. 

 

 

갓바위, 예전에 올랐을 때는 계단이니 뭐니 하는 시설물이 전혀 없었다. 

 

 

이게 산 아래에서는 보이지 않는 진짜 임암산 거북이란다. 

 

 

 

산성길을 밟으며 북문 방향으로 향한다. 

북문에 이르러 만화동 방향으로 하산길을 잡는다.  

 

 

북사면의 눈은 녹지 않았다. 

산을 다 내려가드락 눈이 쌓여 있는 다소 가파른 길이다. 

산에서 벗어난 시각 오후 2시 40분, 전체 산행시간 다섯 시간 좀 넘게 걸렸다. 

 

 

입암(장성)갈재를 출발하여 만화동까지 약 9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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