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년이 지났지만 난리를 기다리는 민중들의 심정이 고스란히 되살아온다.

사발통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우와 여히 격문을 사방에 비전하니 물론(物論)이 정비하였다.

매일 난망을 구가하던 민중들은 처처에 모여서 말하되,

"낫네 낫서 난리가 낫서 에이 참 잘 되얏지 그양 이대로 지내서야 백성이 한사람이나 어데 나머 잇겟나"

하며 기일이 오기만 기다리더라.





[사설] 갑오년, 되살아오는 농민군의 함성


 민중의소리  입력 2014-01-08 06:56:38 l수정 2014-01-08 07:38:51 기자 SNS http://www.facebook.com/newsvop



박근혜 정부는 극에 달한 신자유주의 개방농정과 수십년 묵은 농업파괴 정책으로 경각의 위기에 처한 한국농업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내걸었던 핵심 농정공약을 철저히 폐기처분하였다. 직불금 100만원 인상 약속은 취임하기도 전에 파기되었으며, 신중에 신중을 기하겠다던 한중FTA는 급발진시켰다.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던 후보 시절의 약속은 당선 이후 임기 동안 5조 2천억에 달하는 농업예산을 삭감하겠다는 발표로 뒤바뀌었다.


생산비 보장에 대한 농민들의 요구가 쌀 목표가격 인상 투쟁으로 연말까지 계속되었으나, 정부는 농민들의 요구를 철저히 외면한 채 생산비와는 동떨어진 가격으로 목표가격이 결정되고 말았다. 생산비에 미치지 못하는 목표가격은 쌀농가의 생존을 위협한다. 정부는 쌀 목표가격 제도를 국내 쌀농가의 몰락을 방치하고 재촉하는 무기로 악용하는 셈이다.


박 정권은 FTA, TPP 등 온갖 통상협상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쌀시장의 완전한 개방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TPP 참여는 쌀과 쇠고기 시장의 완전한 개방과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다. 이는 한미 FTA를 더욱 높은 수준에서 완성하고자 하는 미국의 이익에 복무하는 것으로 민족의 식량과 밥상을 통째로 내주는 사대매국 행위의 결정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FTA는 숙명”이라는 한마디에 농업과 농민의 운명이 송두리째 내동댕이쳐질 판이다.


갑오년 새해가 밝았다. 올 한해 농업계의 최대 쟁점은 ‘쌀시장 완전개방’ 문제가 될 것이다. 지난 한해 쌀 목표가격 문제를 놓고 농민들과 정부가 격돌하였다면, 올해는 쌀시장 완전개방이라는 보다 근본적이고 중차대한 문제를 놓고 재격돌하게 되는 것이다. 올해 말로 쌀 관세화 유예 기간이 만료되기도 하거니와 TPP 참가 문제와 관련하여 쌀 시장 개방에 대한 미국의 요구가 노골화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관세화 개방’이라는 이름으로 쌀시장의 완전한 개방을 기정사실화하고 이에 대한 여론전에 이미 돌입한 상태에 있다. 정부는 쌀시장을 개방하는 대신 400~600%에 달하는 높은 관세를 매길 수 있어 오히려 쌀시장을 보호할 수 있다고 역설하지만, 국민을 기망하는 거짓 술수에 불과하다.


쌀은 우리 농업의 최후 보루이자 민족의 자주권이다. 쌀시장 완전개방은 식량주권의 상실로 이어질 것이다. 이는 곧 나라의 자주권 문제다. 정부의 의도대로 쌀시장의 완전한 개방이 관철된다면 우리는 5천년 민족사에 치유할 수 없는 오점과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다. 농민들에게 새해 갑오년이 각별한 의미로 절실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농민들은 120년 전 선대 농민군이 들었던 ‘척양척왜’ ‘보국안민’ '제폭구민'의 기치가 오늘 다시 살아 돌아오고 있음을 직감하고 있다. 민족농업 사수를 위한 일대결전을 준비하고 있는 농민들의 투쟁에 범국민적 연대와 지지가 필요하다. 120년 전 갑오농민군이 넘지 못한 우금치 마루를 3백만 농민과 전체 민중이 함께 어깨 걸고 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