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공사에서 공문이 왔다. 생각해 보니 나도 쌀전업농이다. 

쌀전업농 중앙연합회가 보내는 '2014년도 쌀자조금 납부 안내문'과 농어촌공사의 농지은행 사업안내장이 들어 있다. 

쌀전업농 연합회는 쌀전업농에 선정되어 이러저러한 정부지원을 받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정부 후계자 자금을 받은 사람들이 한농연을 만든 것과 같다. 이들 단체의 관제화된 성향은 태생적이다. 



쌀자조금 납부 안내문을 찬찬히 뜯어봤다.

쌀자조금은 쌀전업농 연합회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점잖게 표현하였으나  세간에서는 목을 매고 있다고들 말한다. 


쌀자조금을 왜 만들자고 하는가? 어디에 쓰려는 것일까?

이들은 <향후 쌀수입 개방화를 맞아 ... 가격의 경우 관세율의 적용으로 어느정도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전제한다. 

무슨 말인가?

박근혜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쌀시장 전면개방론에 동조하고 있다. 쌀시장 전면개방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며 높은 관세를 매기면 국내 쌀값보다 비싸게 되어 이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WTO, FTA, TPP 등에 목을 매고 있는 박근혜 정부가 말하는 <고율의 관세>가 가당키나 한 것인지,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인지 꼭 당해봐야 아는 것인가? 

순진한건지 미련한건지.. 사실은 교활한거다. 

정부에 빌붙어 뭔가 뜯어먹을 궁리를 하고 있는거다. 아니면 코가 걸려 있던가.


이렇게 포석을 깔아놓고 <국가에서 하지 못하는 민간부문>의 일을 하기 위해 자조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민간부문의 일이란 무엇인가?

1. 품질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한 조사연구  2. 수급안정  3. 유통구조 개선  4. 판매 및 소비촉진  5. 쌀산업 보호를 위한 장기 프로젝트 마련  6. 수출 증진

참으로 대단하다. 이 어마어마한 일들을 순식간에 민간영역, 생산자의 몫으로 가져와버렸다.   

이들은 무정부주의자들인가? 정부는 손가락만 빨면 되겠다. 관계 기관 공무원들, 농정 당국자들은 집에 가서 애나 봐야겠다. 

참으로 넋빠진 사람들이다. 위에 열거한 것들은 우리나라 쌀산업에 대한 종합적이고 전면적인 정부 정책으로 마련되어야 하는 것들이다. 

수출 증진같은 허무맹랑한 것은 빼고..


쌀 전업농 중앙연합회는 지난해 쌀 목표가격 인상 투쟁이 국회 안팎에서 절정에 달해 있을 때 '이만하면 되었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박근혜 정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여기에 한농연과 축산단체 협의회가 합께 하였다. 축산단체의 입장은  쌀에다 돈 너무 많이 쓰면 축산쪽은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이유라도 있었다. 

쌀 전업농 연합회의 행동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쌀 목표가격 23만원은 애시당초 자신들이 내건 핵심 요구사항이었으며 이것을 걸고 단식농성까지 했던 사람들이다. 

이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전현직 중앙회장의 대규모 자금 횡령에 따른 구속 수사가 결정적이었을 것이다. 당시 언론에는 이들의 정부지원금 횡령사실이 보도되고 있었다. 

이런 사람들이 자조금을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다. 설사 쌀 자조금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차라리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고 말지 이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