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이 대규모 첨단 유리온실을 짓고 직접 생산에 나선다는 소식에 접한 토마토 농가들이 투쟁에 나섰다. 지난해 새해 벽두의 일이다. 

그리고 올해 동부한농이 농업생산에서 손을 떼겠다는 공개적이며 공식적인 포기 선언을 받아냈다. 지난 1년 간 지속적으로 투쟁을 전개한 농민들이 승리했다. 

 

지난해 직접적인 위기에 직면한 토마토 농가들은 투쟁하지 않는 관제화된 조직(토마토 대표조직)의 틀을 벗어던지고 <전국 토마토 생산자 연합회>를 새롭게 조직하여 농민단체를 순회하며 연대투쟁을 호소했다. 

전농은 이미 대의원대회에서 대기업이 직접 농업생산에 나서는 문제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토마토 농가와 함께 투쟁에 나설 것을 결의한 상태였다. 

전농은 토마토 생산자 연합회의 호소에 호응하여 공동대책위 구성에 나섰다. 

공대위 구성 과정에서 처음에는 적극성을 보이던 농협이 슬그머니 발을 뺐다. 

농협은 결국 공대위 구성에는 참여하지 않고 이후 조합원들의 결의와 요구에 따라 개별적으로 불매운동에 참여했다. 

특이한 것은 한농연의 태도였다. 

한농연은 공대위 구성에 소극적인가 싶더니 나중에는 공대위 구성을 방해하고 나섰다. 당시 한농연 중앙회장의 행동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마치 농식품부 관료처럼 행세하려 했고 은근히 동부그룹을 옹호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결국 동부그룹 본사 앞에서 공대위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마치고 가진 회의에서 한농연 회장은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도 못할 말을 남기고 회의가 시작하기도 전에 자리를 뜨고 말았다. 그날 이후 한농연은 동부 공대위에 결합하지 않았으며 그들과 한 무리를 이루는 농축산연합회 소속 단체들은 아무도 공대위에 참여하지 않았다.  다만 지역 공대위에 일부 참여했다. 

동부 공대위가 소수의 농민단체로 단출하게 구성되게 된 배경이다.  

 

동부 공대위는 성명을 통해 밝힌 대로 다양한 투쟁을 전개했다. 그중에서도 주효했던 것은 동부제품 불매운동이었다. 

농협매장 철시 운동을 중심으로 전개된 불매운동은 끈질기게 전개되었고 결국 동부그룹의 포기 선언을 받아내기에 이르렀다. 

동부그룹은 동부팜한농 명의의 보도자료를 통해 <농산물 생산에서 손 뗀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성명서]

농민들이 승리했다. 대기업 농업생산 진출 저지를 위해 끝까지 투쟁하자!

- 동부한농의 영농사업 포기 선언을 환영한다. -

 

 

지난 3일, 동부팜한농은 보도자료를 통해 ▶화옹 유리온실에 이어 논산 동부팜 매각 추진, ▶새만금 사업 불참여 등의 입장을 발표하였다. <대기업-동부그룹 농업생산 진출 저지 공동대책위원회(약칭 동부 공대위)>는 이와 같은 동부한농의 입장 발표를 환영하며, 앞으로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차원의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

 

지난해 동부한농은 경기도 화옹에 최첨단 대규모 유리온실을 짓고 토마토 생산에 직접 나섰다. 겉으로는 농업경쟁력 강화, 농산물 수출을 내걸었지만 대기업이 농업생산에까지 직접 뛰어드는 것은 이 땅 300만 농민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나아가 우리나라 농업, 농촌의 기반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일과 다름없다. 이에 토마토 생산 농가들을 비롯한 전국의 농민단체들은 <동부 공대위>를 결성하고 동부제품 불매운동, 전국 농민대회, 국회 토론회 및 최규성 위원장(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면담, 제 정당-농민단체-시민사회 연석회의 등 다양하고 지속적인 투쟁을 전개하였다.

결국 이러한 농민들의 단결된 투쟁과 각계, 각층의 연대활동으로 동부한농의 영농사업 포기 선언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이에 <동부 공대위>는 일 년 가까이 지속적인 투쟁을 전개해 온 현장 농민들과 함께 애써주신 여러 단체들의 노고에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박근혜 정권은 기업농 육성 정책을 근간으로 한 잘못된 농업정책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으며, 재벌기업과 외국자본은 호시탐탐 농업생산에 뛰어들어 ‘씨앗에서 식탁까지’ 우리 농업을 장악하려는 음모를 포기하지 않았다. 또한 작년부터 시작된 국회차원의 입법활동도 지금까지 아무런 진전 없이 정체되어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동부 화옹 유리온실 사업에 지원된 막대한 정부 자금의 경로 역시 투명하게 밝혀내지 못했다.

 

이에 <동부 공대위>는 지난 시기 투쟁을 승리적으로 결속 짓고 남은 과제를 끝까지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힌다.

 

하나, 동부제품 불매운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1단계 투쟁을 승리적으로 결속 짓는다.

 

하나, 화옹 유리온실, 논산 동부팜, 새만금 등 동부한농을 비롯한 대기업들의 농업생산 참여에 대한 지 속적인 감시활동을 전개한다.

 

하나, 국회와 공조하여 기업들의 농업생산 진출을 규제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정비하고 마련한다.

 

하나, 기업농 육성 중심의 잘못된 정부 정책을 폐기하고, 식량주권 실현, 농민 중심의 농업정책으로 전 면 전환하기 위한 대정부 투쟁을 전개한다.

이와 같이 한국농업의 미래와 식량주권 실현을 위해 300만 농민들은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2014년 3월 10일

 

대기업-동부그룹 농업생산 진출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가톨릭농민회,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토마토생산자연합회,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환경농업단체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