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 유기가공식품 동등성 협약의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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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등성 협약’은 양국에서 운영하는 제도가 서로 동일한 수준이라고 인정되는 경우 국가 간 협약을 통해 인증내용을 상호 인정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상대국에서 인증한 제품에 대해 자국 시장에서도 인증표를 부착하여 유통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4월 초 한미 유기가공식품 동등성 협약이 시작되어 그 배경과 내용 등에 농민과 농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 협상이 타결될 경우 미국산 유기가공식품은 별도의 국내 인증절차를 밟지 않고 곧바로 수입이 가능하게 된다.

 

한미 양국은 조속한 타결을 목표로 협상을 시작하였다. 미국은 한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하는 선결조건으로 쌀과 쇠고기의 관세철폐와 함께 유기가공식품 동등성 협약의 타결을 강력하게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한국 농업의 운명과도 같은 쌀과 쇠고기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다소 사소해 보이는 유기가공식품 동등성 협약만 놓고 보더라도 한미 양국의 유기가공식품 인증기준에 중대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 큰 문제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전자변형농산물(GMO)이나 식품첨가물에 대한 기준이 미국에 비해 매우 까다롭다. 현재 우리나라는 GMO를 전혀 허용하지 않는 반면 미국은 5%까지 허용하고 있으며, 허용 가능한 식품첨가물도 우리나라에 비해 20여가지나 많다. 결국 이 협상은 미국산 유기가공식품의 국내 수출길을 열기 위한 미국의 압박에 따른 것이며, 한미 관계의 특성상 미국의 의도대로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미국의 농업생산은 이미 몬산토의 GM종자에 의존하고 있으며 미국에서 GM종자에 오염되지 않은 유기농 종자를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정부가 승인하지 않은 GM쌀과 GM밀이 시중에 유통되는 일이 벌어지는 등 미국 정부는 어떻게 GM쌀과 GM밀이 섞여서 유통됐는지, 얼마나 많은지도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농식품의 안전성 검사를 생산자와 식품기업 자율에 맡기고 있으며 이에 대한 법 규제는 없고, 가이드라인만이 존재할 뿐이다. ‘의도하지 않은 GMO 5% 허용’이라는 미국의 기준은 이의 반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협상 과정에서 한미 FTA 협정을 들이밀어 한국의 유기가공식품 인증기준을 자국의 상품에 대한 차별, 무역장벽 등으로 규정하고 이를 시정하도록 강력히 요구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는 우리 한국인의 먹을 권리, 나라의 식량주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로 되며, 한미 FTA 타결과 함께 예견된 암울한 미래이기도 하다.

 

이대로 유기가공식품 동등성 협약이 진행되고 타결된다면 한국인의 식탁은 물론 한국농업과 농지 또한 미국산 유기가공식품과 GM종자에 잠식당하고 오염되고 말 것이다. 현재 진행중인 관련 협상은 당장 중단되어야 하며 정부는 유기 가공식품에 대한 GMO 불검출 기준을 유지, 고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