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은 A급 주권일세!

 

 

[사설]쌀은 주권이다. 

 

민중의 소리


정부는 시장을 전면개방하고 관세를 높게 매기는 것만이 쌀 문제를 풀 유일한 방안이라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 지난 달 20일 농식품부가 개최한 쌀 관세화 유예종료 관련 공청회는 대규모 경찰병력의 호위 속에 진행되었다. 정부는 필리핀과 일본 등의 예를 들며 전면개방(관세화 개방)이 피할 수 없는 숙명임을 강변한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FTA는 숙명’이라는 인식과 궤를 같이 한다. 하지만 이는 식량주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심각한 매국행위이다.

지난 7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쌀 개방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하는 주제로 국제 토론회가 열렸다. 야당의원들과 언론사 등이 주관하였으나 실상 농민들이 직접 필리핀, 일본, 인도 등지의 관련 전문가를 초빙하여 성사시킨 토론회다. 오죽 답답했으면 그랬을까? 토론회는 불공정한 WTO 농업협정과 쌀을 둘러싼 수출국의 개방압력이 해당 나라의 농업에 끼치는 영향과 실상에 대해 보고하였다.

필리핀 쌀 생산자 대표로 통상협상에 직접 참여했던 필리핀 농민연맹 WTO 농업협상 위원은 지난 2년간 전개된 필리핀 쌀 협상의 전모를 소상히 보고하여 한국 정부가 필리핀의 사례를 어떻게 왜곡하고 있는지를 밝혔다. 필리핀의 사례는 자국 농업과 식량을 지키기 위해 정부와 농민이 합심하여 끈질기게 노력한 협상 과정을 잘 보여주었다. 그 결과 필리핀은 자국의 형편과 조건에 맞는, 무엇보다 생산자 농민이 환영하고 인정하는 협상 결과를 얻어냈다.

필리핀의 사례를 협상 포기와 관세화 개방 불가피론의 근거로 내세우는 한국 정부는 아무래도 제정신이 아니다. 통상 사대주의에 찌들어 머저리가 되어버린 통상 관료들을 전면 교체해야 한다는 농민들의 요구는 결코 과한 것이 아니다.

일본의 경우는 어떠한가? 일본은 일찌감치 관세화 개방의 길을 걸었다. 정부는 일본을 쌀에 대한 고율관세로 자국의 쌀 농업을 지킨 모범사례로 치켜세운다. 그러나 일본에서 온 토론자는 관세화 개방으로 전환한 이후에도 일본의 쌀 의무도입량은 지속적으로 늘어났으며, 쌀에 대한 가격지지 예산 감축과 심각한 쌀값하락으로 쌀 농가들이 위기에 처해 있음을 말한다. 더욱이 미국과의 TPP 협상에서 쌀 관세철폐 압력에 직면해 있으며, 이미 관세화로 전환한 일본 정부가 쌀에 대한 예외적 지위를 요구하는 협상에서 수세적 입장에 처해 있음을 토로하였다.

쌀을 관세화 개방하는 대신 모든 통상협상에서 쌀을 제외시키겠다는 정부의 말은 성립될 수 없다. 정부는 일본의 사례에서 고율의 관세 또한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사상누각에 불과함을 보아야 한다.

농민들은 무책임하고 불법적인 쌀 관세화 선언 추진을 중단할 것과 관세화 개방 외에는 길이 없다고 주장하는 통상관료의 전면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정부의 일방적 독주와 불통에 대한 농민들의 정당한 항변이다.

이제 농민들의 정당한 요구에 국회 등 정치권이 호응해 나서야 한다. 야당 등 정치권이 나서 쌀 개방 대책기구를 구성하여 대안을 마련하고, 정부와 농민이 합의하고 국회가 보증하는 ‘WTO 쌀 협상을 위한 3자 협의체’를 국회가 주도하여 구성해야 한다. 또한 WTO 협상에 나서는 정부안을 국회에서 비준동의안을 처리하는 수준으로 다뤄 신중에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쌀은 생명이요 주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