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RO는 없었고 내란음모는 조작이었다



민중의소리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의 항소심 선고가 내려졌다. 법원은 이 의원 등 통합진보당 당원들에게 씌워진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서 무죄를, 이 의원과 김홍열 경기도당 위원장에게 적용된 내란선동 혐의에 대해서 유죄를 선고했다. 나머지 5명의 피고인들은 내란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판시했다. 그럼에도 피고인들에게 징역 9년에서 2년에 이르는 중형이 선고됐다.


애초 이 사건은 이석기 의원을 총책으로 하는 지하혁명조직 RO가 북한과 연계하여 내란을 음모했다고 요란하게 떠들었던 사건이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지하혁명조직 RO의 존재는 입증되지 않았고, 이들의 내란음모 혐의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들과 북한이 아무런 연계가 없다는 것은 이미 1심에서 밝혀진 바 있다. 결국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어 ‘종북’ 광풍을 몰아왔던 내란음모 사건에는 RO도, 북한과의 연계도, 내란음모도 없었던 것으로 판명됐다.


아무 것도 없는데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조작이다. 조작을 통해 반대 세력을 탄압하고 무고한 혐의로 생사람을 잡는 것이 독재정권 치하의 정보기관과 공안검찰의 악습이었다. 이번 사건에서도 국정원과 검찰은 과거의 못된 버릇을 되풀이했다. 항소심 판결은 공안기관을 앞세운 박근혜 정권에 대해 분명한 경고가 되리라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다만 재판부가 이석기 의원과 김홍열 위원장에게 내란선동 혐의를 인정한 것은 다소 의아하다. 무엇보다 ‘음모하지 않은 내란’을 선동한다는 발상은 성립되기 어렵다. 내란음모가 무죄이면 내란선동도 무죄가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나아가 선동이 문제라면 결국 ‘말’이 문제라는 것인데, 생경한 단어를 섞어서 격정적으로 강연한 것을 내란으로 처벌할 수 있다니 이해하기 어렵다. 설사 재판부의 논리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단지 강연을 했다는 이유로 9년의 징역형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은 지나치다. 혹여 재판부가 내란음모의 무죄 판결이 낳을 후폭풍을 두려워하여 중형을 선고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생기는 대목이다.


내란음모 사건은 지난 1년간 우리 사회를 암흑 속으로 몰아넣었다.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과 진보정당을 자처하는 정의당은 이 의원의 체포동의안에 당론으로 찬성 표결하였고, ‘헌법 안의 진보’ 운운하면서 통합진보당과의 선긋기에 급급하였다. 조중동은 물론이요 진보적인 언론들마저도 국정원의 발표를 여과 없이 받아쓰는 지경이었고, 자칭 진보 지식인들도 이석기 의원에 대한 저급한 비난 행렬에 동참하였다. 마녀사냥의 검은 광풍이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여 박근혜 정권은 아예 진보당 자체를 위헌정당으로 몰아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청구하기까지 했다. 분단체제가 낳은 기막히고 서슬 푸른 악몽이었다.


내란음모는 없었고 이 사건은 국정원이 조작한 것에 불과하다는 가족들과 통합진보당의 주장이 옳았음이 확인됐다.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은 통합진보당과 이석기 의원에 대한 정치보복이자 정치탄압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통합진보당에 대한 색깔론, 말살론은 공중분해되었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이석기 의원을 비롯한 7명의 구속자들은 분단체제의 희생양이다. 4대 종단의 최고 지도자들이 선처를 탄원한 바 있다. 대법원의 정의로운 판단으로 구속자들이 하루빨리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