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동림저수지 코도배기에서 검은바람까마귀를 보았다. 

해마다 그즈음이 되면 녀석을 다시 볼 수 있을까 가보곤 하지만 그림자조차 볼 수 없다. 

이름 그대로 바람처럼 스쳐 지나간 녀석이다. 

회색 기운이 도는 가슴털이 보송보송한 것이 녀석은 유조라 했다. 

 

2008년 11월 17일 전북 고창군 동림 저수지

 

 

 

고창에 서해안을 끼고 있지만 동림 저수지는 해안에서 시오리 가량 떨어져 있다. 

주로 서해안 도서지방에서 관찰되는 녀석이 육지에서, 게다가 봄철이 아닌 늦가을 남하 시기에 나타났으니 극히 이례적인 관찰기록이라 할 만하다. 

 

국내에서는 1988년 5월 19일 충남 태안 안면도에서 1 개체가 처음 확인되었으며, 1990년대 후반부터 관찰기록이 증가하고 있다. 드물지만 규칙적으로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도서 지역을 통과하는 나그네새다. 보통 5월 초순부터 5월 하순까지 통과하며, 가을철 남하하는 시기의 관찰기록은 매우 드물다. 

1회 겨울깃 : 성조와 비슷하지만 광택이 적다. 날개깃은 흑갈색이며 몸 윗면은 광택이 있는 검은색이다. 몸 아랫면은 가슴부터 아랫배까지 흑갈색이며 흰색 깃이 섞여 있다. 아래꼬리덮깃의 깃 끝은 폭넓은 흰 무늬가 뚜렷하다. 

- 야생조류 필드가이드(박종길 저)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 새를 알아보는 눈이 거의 없던 시절에 본 녀석이라 "이건 또 문 새여?" 하고 무심결에 짱박아두었다가 2년가량이 지난 후에야 사진 창고에서 나와 빛을 보고 제 이름을 얻은 녀석이다. 

사정이 그러하니 며칠이나 쉬어갔는지, 바람처럼 스쳐 지나갔는지 알 길이 없다. 

동림저수지에서 이 녀석을 다시 볼 날이 있을까? 

 

 

이 녀석은 올여름 인도에 농업연수차 갔다가 농촌지역에서 담아온 녀석이다. 

길가 전깃줄에 앉은 모습을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