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중FTA 쌀 양허제외, 눈 가리고 야웅하나


민중의 소리



한중 FTA가 타결되었다. 

협상 개시 30개월만의 일이다. 쟁점과 이견이 수두룩하다던 한중 FTA가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은 양국이 APEC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괄타결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한데 따른 것이다. 이는 막판 협상이 ‘정치협상’으로 진행되었음을 미루어 짐작하게 한다. 이런 의미에서 농업과 농민의 운명을 정치적 흥정의 대상으로 전락시켜 팔아넘겼다는 농민들의 비판은 정당하다.


역대 모든 통상협상에서 농업분야는 항상 양보와 희생의 대상이었다. 농민들은 농업 분야에서의 양보 없이 협상이 타결되었을 리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정부의 입장은 판이하다. 중국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확보하게 되었으며, 뿐만 아니라 역대 FTA 협상에서 이번처럼 농업분야를 선방한 예가 없다는 것이다. 쌀을 비롯한 고추, 마늘, 양파 등 주요 농산물의 양허제외를 내세운다.


청와대는 쌀을 양허제외하였기에 앞으로 쌀은 협상 테이블에 오를 일이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한중FTA와 별도로 쌀은 이미 관세화 유예에서 벗어나 전면개방된 상태다. 앞으로 관세율을 조정하기 위한 협상이 진행되지 않으면 안된다. 쌀 관세율 협상의 주요 상대국은 미국과 중국이다. 한식에 죽나 청명에 죽나 마찬가지라는 말처럼 이번 한중 FTA 협상에서 쌀을 지켜냈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다. 더구나 이미 FTA가 체결된 나라들과의 관세 협상에서 513%라는 고율 관세를 관철시키기 위한 협상이 과연 가능하겠는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미 고추, 마늘, 양파를 비롯한 거의 모든 밭작물이 가격폭락으로 초토화되고 있다. 이는 대부분 대량으로 유입되는 중국산 농산물 때문이다. 이런 마당에 FTA에서 제외했으니 안심하라는 말은 초상집에 축하화환을 배달하는 격이다.


정부는 중국과의 FTA만으로도 우리의 경제영토가 세계 GDP의 73%로 넓어졌다고 말하고 있다. 경제영토라는 낡은 문구도 문제거니와, 식량주권도 지키지 못하는 영토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오늘은 농민의 날이다. 농촌 지역 곳곳에서 이모저모 성대한 행사가 치러질 것이다. 밥도 있고 술도 있고 무엇보다 성대한 말잔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쌀 전면개방에 이은 한중 FTA로 만신창이가 되고 뻥 뚫린 농민의 가슴은 그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