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입쌀 혼합미 금지법안 통과에 부쳐



민중의소리  




수입쌀과 국내산 쌀을 섞어 팔거나 묵은쌀과 햅쌀을 섞어 파는 행위를 금지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12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었다. 이번 법 개정은 국내산 쌀로 둔갑하거나 위장한 수입쌀의 유통을 불법화함으로써 우리쌀을 지킬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하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2005년 밥쌀용 쌀 수입이 의무화된 이래 포대갈이, 혼합비율 속이기 등의 방법으로 수입쌀 부정유통이 만연했다. 수입쌀 비중이 90% 이상이지만 국내산 쌀과 섞여 ‘국내산’의 탈을 쓰고 합법적으로 유통되기도 했다. 또한 강력한 쌀값 억제정책의 일환으로 묵은쌀을 시장에 대량방출해온 이명박 정권 이래 묵은쌀과 햅쌀을 섞어 파는 신구곡 혼합미 유통이 극에 달하였다.


이와 같은 혼합미는 낮은 가격을 무기로 식당가 등 대형 소비처를 급속히 잠식하여 국내산 쌀의 심각한 가격하락을 불러왔으며, 식별 능력이 취약한 일반 소비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수입쌀 혼합미를 우리쌀로 알고 먹어왔다. 혼합미 유통은 결과적으로 미국, 중국 등 수출국에게는 한국시장에 손쉽게 안착하는 길을 열어주었고, 유통업자들에게는 엄청난 폭리를 제공해왔다.


이에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는 2007년부터 혼합미 유통 금지 운동을 전개해왔으며, 올 초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과 함께 입법추진 간담회를 진행하고 양곡유통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반기에는 식량주권범국민운동본부의 우리농업지키기 전국순회대장정을 통해 소비자와 함께 하는 활발한 범국민운동으로 발전시켜 마침내 혼합미 유통을 전면적으로 금지시키는 입법에 성공하였다.


정부는 이번 입법에 이르기까지 무려 8년간 온갖 핑계를 대며 반대하다가 농민들의 쌀 개방 반대투쟁과 소비자들까지 가세한 입법투쟁에 눌려 찬성 입장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농민들의 주요 요구사항의 하나인 쌀 이력추적제 입법화에는 끝까지 반대하였다. 쌀 이력추적제는 판매단계에서 최종 소비단계에 이르기까지 혼합미 유통과 판매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안으로, 일본은 이를 이미 의무화하여 자국 쌀을 보호하고 있다.


이는 쌀시장 전면개방으로 밥쌀용 쌀 수입 의무조항이 해제된 조건에서도 기어이 밥쌀용 쌀 수입 예산을 편성한 정부의 태도와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박근혜 정부가 여전히 밥쌀용 쌀의 수입과 유통을 집요하게 염두에 두고 추진할 것임을 반증하고 있다. 우리쌀을 지키려는 국민들의 목소리보다는 미국의 압력과 수입쌀 판로 보장에 더 큰 관심이 있음을 보여준다 하겠다.


대도시의 식당에서 밥맛이 형편없다며 주인에게 항의하는 농민들을 보신 적이 있는가. 밥맛에 민감한 농민들은 수입쌀 혼합미가 점령해버린 세태에 맞서 분통을 터뜨려왔다. 이제 우리도 밥맛없는 식당에 가면 당당히 항의하고 요구하자. 10년, 20년 오르지 않고 세상에서 가장 싼 게 쌀값인데 그거 아껴 대체 얼마나 부자 될 것인가. 내친 김에 한발 더 나가자. 밥쌀용 쌀 수입을 기필코 막아내고 쌀 이력추적제 입법화로 질 높고 맛난 우리쌀을 지켜내기 위해 싸우고 있는 농민들의 투쟁에 함께 하자. 결국 우리 밥상을 지키는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