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원탁회의]선언문/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반대, 민주수호 2차 원탁회의 선언문- “민주주의 암흑의 시대를 막아냅시다.”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청구 선고가 조금 전 전격적으로 통지되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청구 최종변론을 마친지 불과 한 달 도 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갑작스러운 선고 통지 배경에, 새누리당과 극우단체 등 수구세력의 압박이 있는 것 아니냐는 심각한 우려를 지울 수 없습니다.

최근 연내선고를 종용하는 이들은, 12.12 군사반란이나 ‘북풍 사건’ 등으로 헌정질서를 파괴하거나, 다수의 야당 정치인을 공산주의자로 매도한 편향된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심지어 고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종북"으로 몰고 고인의 분향소를 짓밟으면서 영정마저 탈취한 인면수심의 인사들마저 있습니다.

또한 정윤회 등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추문으로 빚어진 박근혜 정권의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통합진보당 해산 선고를 악용하려는 것이란 의혹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헌법 가치와 정치적 다원주의에 기반한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할 헌법재판소가 반민주 세력의 부당한 공세에 영향을 받아 졸속심의와 짜맞추기 판결을 내리지는 않을 거라는 마지막 신뢰를 거두고 있지 않습니다.

지난 20여 차례에 걸친 헌재 변론과정에서 통합진보당과 북한이 연계되었다는 정부의 주장은 거짓이었음이 밝혀졌습니다. 또한 사실심이 종결된 지난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에서 지하혁명조직(RO)의 존재도 인정되지 않았고 또한 내란음모 혐의도 무죄로 판결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정부의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청구의 주요 근거는 사실상 부정된 셈이고, 통합진보당을 해산시켜야 할 그 어떠한 근거도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이것만으로도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심판청구는 즉시 기각돼야 마땅합니다. 또한 정당해산 관련 국제적 기준인 베니스위원회의 기준에 의거하더라도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청구사건은 당연히 기각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다시 한 번 헌법재판관들에게 당부하고자 합니다. 정부의 위헌부당한 청구, 정당해산심판청구를 기각함으로써, 헌법재판소가 압력에 휘둘리지 않고 헌법과 법률, 그리고 양심에 따라 공정하게 심판하고 있음을 입증해 줄 것을 간곡하게 호소합니다.

우리는 박근혜정부에게도 다시 한번 촉구합니다. 정권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민주주주의 근본마저 부정하고, 정권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정치적 반대자를 탄압하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심판 청구를 지금이라도 당장 철회해야 합니다.

아울러 우리는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모든 국민들께도 호소 드립니다.

박근혜정부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심판청구를 강변하기 위해 '효순이 미선이 촛불'부터 '한미FTA반대', '광우병 촛불시위', '강정평화대행진'에 이르기까지 우리 국민의 자주, 평화, 민주적 열망이 표출된 국민투쟁을 마치 북한의 지령에 의한 것인양 견강부회한 바 있습니다. 만의 하나라도 혹시 통합진보당이 헌법재판을 통해 해산당하고 나면, 박근혜정부는 비슷한 논리로 다른 진보정당으로 탄압을 확대시킬 것이고, 진보적 지향을 가진 시민사회단체를 표적삼아 탄압을 확대시킬 위험이 농후합니다. 더 나아가 야권과 시민사회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색깔 공세가 가해지고 ‘십자가 밟기’가 강요되면서 표현의 자유는 극도로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이 사용한다는 이유로 좋은 말들이 금기어가 됐듯이, 어쩌면 ‘자주' '민주' '통일’, ‘일하는 사람’, ‘민중’과 같은 표현 자체도 새로운 금기어가 될지도 모릅니다. 여기에 백색테러까지 불사하는 극우세력의 준동마저 가세한다면 한국사회 민주주의의 운명은 바람 앞의 등불 신세가 될 것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정신을 지킬 수 있는가, 아니면 정치적 다원주의가 부정되고 민주주의의 기초가 파괴되는 암흑의 시대로 돌아갈 것인가 하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통합진보당의 정치적 견해에 찬성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우리가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 심판청구를 반대하는 것입니다.

헌법정신과 정치적 다원주의에 기반한 민주주의를 지키는 과제는 통합진보당 당원에게만 맡길 문제가 아니라 바로 주권자인 우리 국민들 전체의 몫입니다.

민주주의 암흑시대를 막아내는 일에 함께 동참해 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 드립니다.


2014년 12월 17일

통합진보당 강제해산반대 민주수호 원탁회의 참석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