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심판에서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결정을 기대하며

헌법재판소가 12월 19일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선고를 하겠다고 당사자들에게 통보했다. 11월 25일 최종변론이 있은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헌법재판소가 너무 서두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은 헌정사상 초유의 정당해산심판이고, 참고자료와 서면이 17여만 쪽에 이르는 방대한 양이다. 그런 점에서 헌법재판소가 이를 충분히 검토했는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을 강제해산 해야 할 헌법적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고, 그래서 통합진보당의 존속 여부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상황이 오히려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한다고 판단한 결과 조속한 선고를 결정한 것이라면, 우리 법학연구자들은 굳이 헌법재판소를 비판할 까닭은 없다. 만약 그것이 아니라면 헌법재판소는 우리 헌정사상 씻을 수 없는 과오를 범하는 것이라는 것이 우리 법학연구자들의 입장이다.

그동안 정부는 1956년 서독 연방헌재의 독일공산당 해산 결정을 근거로 하여 통합진보당의 해산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58년 전 서독 연방헌법재판소는 정당해산을 위해서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하는 정당의 적극적 투쟁과 공격적 행위 등이 있어야 한다고 엄격한 심사기준을 제시했다. 또한 그 이후 독일공산당은 다시 활동을 재개했다.

또한 1990년 설립한 ‘법을 통한 민주주의 유럽위원회’, 일명 베니스위원회는 정당해산제도는 활용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며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해 부득이한 경우라도 그 범위는 필요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지침을 제시했다. 이것은 오늘날 민주주의적 헌법질서를 판단하는 최소한의 시금석이다. 더욱이 지난 13일에는 우리 헌재의 재판관이 베니스위원회 헌법재판공동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나아가 우리 헌법이 정당해산제도를 도입한 까닭은 집권세력이 소수 정당을 공격했던 경험을 반성하여 정부의 강제력으로부터 소수 정당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헌법 전문이 천명한 4·19혁명의 민주이념은 바로 그 국가의 폭력에 맞선 주권자 국민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확인한 것이다. 그리하여 다수파인 집권세력으로부터 소수 야당의 존립을 확보하기 위한 헌법적 장치로서 도입된 것이 바로 헌법재판소에 의한 정당해산제도이다.

이렇게 보면 헌법재판소가 취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결론은 자명하다. 지금 이 시점은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 여부에 대하여 이미 어느 한 쪽으로 결정을 했고, 이제 그 선고만이 남은 시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법학연구자들이 의견을 발표하는 것은 이 문제가 통합진보당이라는 일개 정당만의 해산 여부가 문제되는 단순한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민주공화국 헌법체제가 동서냉전체제 아래의 1950년대 서독의 헌법체제보다도 더 뒤로 퇴행할 것인지, 아니면 분단체제에서도 반공이데올로기를 넘어 민주화의 성과를 공고히 다짐으로써 평화통일의 헌법목표를 향하는 계기로 삼을 것인지, 그것을 결정하는 중대한 선택의 이정표가 될 사안이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소수자의 관점에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옹호하도록 헌법의 명령을 받은 헌법기관이다. 현재의 상황에서 헌법이 부여한 헌법재판소의 존재이유로부터 나올 수 있는 결론은 명백하다. 부디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의 존폐 여부를 통합진보당 당원과 유권자의 몫으로 맡기기로 하는 현명한 판단을 했기를 기대한다.

2014년 12월 17일

민주주의 법학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