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선 2주년의 정당해산 판결

민중의 소리

17일 '진보당 강제해산 반대, 민주수호 2차 원탁회의'가 국회에서 열렸다. 정동영, 권영길, 노회찬 등 야권 정치인들과 종교계, 시민사회, 법조계 등 각계 인사들이 참석했는데, 헌법재판소가 ‘19일 오전 정당해산심판 선고기일’을 이틀 전인 17일 통고한데 따라 긴박하게 개최됐다. 헌재의 기습적인 선고기일 통고의 속내가 진보당 강제해산 강행으로 읽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례없이 헌재가 생중계까지 허용한 것도 ‘여론몰이’ 의도가 아닌가 싶다. 이를 뒷받침하듯 이미 ‘인용(원고인 박정권의 강제해산이 옳다고 인정되는 판결)’될 것이란 소문이 번지고 있다. 

한마디로 ‘국면전환용’으로 정당해산을 밀어붙이려한다는 정치적 분석도 있다. 박근혜 정권이 통합진보당을 종북몰이의 희생양으로 삼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박정권은 집권 초기 ‘국정원 대선개입 국기문란 사건’으로 위기에 처하자 ‘내란음모사건’을 만들어 국면을 전환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유신헌법의 기초를 닦았고, 17대 국회 법사위원장으로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던 김기춘 비서실장이 임명된 지 불과 한 달도 안된 때였다. 정당해산을 국무회의에 올린 황교안 법무장관도 김기춘 비서실장의 까마득한 후배검사로 대검찰청 공안3과장·1과장을 거쳐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 주요 공안 사건을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2차장을 지낸 대표적 공안통이다. 심지어 지금 정당해산 심판을 담당하는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황 장관과 23회 사법시험 동기로 2008년 대검찰청 공안부장으로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등 주요 시국 사건 수사를 지휘하였는데, 당시 검찰은 ‘촛불시민’ 1200명을 무더기 기소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오늘의 헌재 판결이 정당해산 강행으로 읽혀지는 것은 이런 배경 탓이다. 

원탁회의의 발기인 중 한 사람인 이창복 6.15 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은 “헌법재판소가 판결을 서두르고 있다. 여기에는 이 정권의 위기를 탈출하려는 의도가 도사려있다”고 일갈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는 “(해산심판 청구심판이) 짜인 각본에 의해 진행된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고 찍어 말했다.

강연에서 나온 말을 꼬투리 삼아 ‘내란선동’으로 9년의 중형을 살아야하는 나라, 정당의 강령에 있는 문구를 제 멋대로 해석해 강제해산을 시도하는 이 땅의 민주주의는 도대체 어느 수준인가? 오늘의 헌재 선고는 그 결과와 무관하게 ‘박근혜 정권과 민주주의는 양립할 수 없다’는 사회적 합의,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것으로 본다. 박 정권 성립 2년차의 결산이 정당해산 심판 선고라니 말로(末路)가 눈에 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