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적 무기 빼앗긴 3백만 농민



민중의소리  발행시간 2014-12-24 



통합진보당이 헌재 결정에 의해, 아니 박근혜 정권에 의해 강제해산 됐다. 통합진보당은 식량주권 수호와 통일농업 실현을 목표로 투쟁해온 농민들의 강력한 정치적 동반자였으며, 농민들은 통합진보당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축이었다. 통합진보당은 한국농업의 근본문제를 해결하고 농민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당의 강령과 정책으로 내세우고 이의 실현을 위해 온 힘을 기울여왔다. 통합진보당의 해산은 농업·농민의 든든한 버팀목이 일순간에 사라져버린 충격적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통합진보당은 당의 강령에 “개방농정과 살농정책으로 인한 식량주권의 위기 극복”, “생태산업이자 전략산업인 농업 보호”, “주요농산물의 국가수매제도 도입으로 식량주권과 농민소득 보장”, “지속가능한 농업, 자립적 순환적 생태적 농촌 공동체 구축” 등을 명시하고 있다. 국회와 지방의회에 진출한 통합진보당 의원단은 이런 농업강령을 실천하기 위해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실시, 밭직불제 도입 등 직불제 확대시행, 농축산물 생산비 보장을 위한 조례제정, 쌀 목표가격 인상, 쌀시장 전면개방 반대 운동 등을 농민과 함께 전개하였다.


김선동 의원은 한미FTA 국회비준 날치기에 맞서 최루탄까지 터트리며 몸부림쳤다. 김 의원이 발의한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법안은 농촌지역 단체장과 의회의 폭넓은 지지를 획득했으며, 급기야 새누리당 의원조차 국가수매제 도입 법안을 발의하게 만들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수입쌀과 국내산 쌀의 혼용을 금지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 또한 김 의원이 발의한 것이다.


금뺏지에 연연하지 않고 시대적 요구 앞에 헌신한 통합진보당 의원단의 의정활동은 농민들의 가슴 속에 고스란히 간직돼 있다. 그런 통합진보당을 종북으로 몰아 불법화하고, 의원들의 자격을 박탈했다. 쌀시장 전면개방으로 한국농업의 근간인 쌀농사마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고, 날이 갈수록 FTA, TPP 등 개방농정이 험악하게 강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 광풍에 맞서 농민과 함께 싸울 정치세력이 어디에 있는가?


통합진보당 해산은 피어린 민주항쟁으로 성취한 87년 체제를 무너뜨리고 유신독재로 회귀하는 박근혜 정권의 역사적 반동 행위이다. 민주주의가 말살되고 유신독재가 부활하는 마당에 민생의 안위를 보장받을 길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한국농업과 3백만 농민의 꿈과 희망을 짓밟아버린 폭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누천년 이어져온 우리 민족의 식량주권과 3백만 농민의 목숨줄도 바람 앞의 촛불 신세다. 이제 노동자, 농민, 서민 등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고달픔은 어디에 하소연을 할 것이며, 어떻게 정치적 요구를 실현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역사적 경험은 민주주의와 진보정치의 중단없는 전진을 예고한다. 청와대와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을 해산시켰지만 농민, 노동자들의 진보정치와 민중세상의 꿈조차 막을 수는 없다. 주권자인 국민만이 민주주의를 말살하고 나라의 식량주권을 팔아넘기는 독재권력, 국민의 먹을 권리를 위협하는 위정자에게 국민의 뜻, 역사의 교훈을 가르쳐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