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혼자만 다니다가 실로 오랫만에 여럿이 함께 산길을 탔다.  

다들 바쁜 사람들인지라 짤막한 코스를 선택, 양고살재 말랭이에서 억새봉 거쳐 상월 마을로 내려온다. 

상월마을에서 방장산을 오르는 길은 양고살재가 포장되기 이전, 자가용 차도 별로 없던 시절 고창 사람들이 애용하던 길이다.

당시 실내체육관이 읍의 경계를 이뤘고 그 바깥은 완전한 농촌지역이었다. 

겨울이면 실내체육관 앞에서부터 풍풍 빠지는 눈밭을 헤치고 방수도 되지 않는 운동화들을 신고 그렇게 방장산에 올랐더랬다. 

그때와 비교하니 고창도 엄청 팽창했다. 

읍내의 가장 변두리에 있던 실내체육관이 이제는 읍내 깊숙히 들어앉은 모양새다. 

농촌은 무너지고 읍내는 팽창하고.. 무너지는 농촌만큼이나 읍내의 팽창도 실속이 없다. 



방장산은 고창의 진산이다. 

방장산 주릉을 경계로 장성과 고창이 나뉘고 동쪽 끄트머리는 상당부분 정읍에 속하지만 방장산은 온전히 고창의 산이다. 

고창 읍내에서 바라보는 방장산은 변함없이 듬직하고 늠름하다. 




억새봉에 선 고창 사람들.. 흥덕, 성내, 신림, 아산, 공음 사람 골고루 섞였다. 

패러글라이딩 한답시고 턱 밑까지 도로를 내고 봉우리의 잡목을 제거하더니 이제는 억새마저 밀어버리고 잔디를 깔아놓았다. 

억새봉은 벽오봉 바로 옆에 선 봉우리로 예전 고창 사람들은 그냥 600고지라 불렀다. 

잡목을 제거하니 억새가 많이 자라 언제부턴가 억새봉이라 불렀던 모양인데 이제는 잔디봉이라 불러야 할 판이다. 

요사이는 산악자전거 도로를 낸다고 산을 여기저기 파헤쳐놨다. 

산이 몸살을 앓고 있다. 



상월마을 방향으로 내려간다. 얼마만에 가보는 길인가 모르겠다. 

이 길을 걸어 함깨 방장산을 오르내리던 사람들.. 지금은 다들 어디 가부렀는가?

고인이 되야불고 시집 가불고 이사 가불고.. 팔팔하고 풋풋하던 그 시절이 그립다. 



강원도 정선 출신 동강이만 신이 나서 쎗바닥을 빼물고 뛰어다닌다. 

어려서부터 강원도 산고랑창을 누비던 녀석인데 몇달만에 산에 풀어놓으니 제대로 신명이 났다. 



상월마을 방면 초입의 방장산문,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방장산 영역이라는 표식이다. 

자세히 들여다봐야 보인다. 

오늘은 거꾸로 내려왔으니 산을 벗어나 인간세상으로 나가는 문이 되겠다. 






억새봉 부근 능선까지 치고 올라온 자전거 도로. 산을 무던히도 파헤쳐놓고 완공되지 않은채 방치되어 있다. 

전임 이강수 군수의 임기말 작품이다. 페러글라이딩장에 자전거 도로에 다른건 몰라도 억새봉과 그 부근은 확실하게 뭉게놓고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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