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사진에 정신이 팔려 가까이 하지 못했던 들꽃을 오랜만에 들여다봤다.
비가 내리는 등 날씨가 오락가락하여 덕유산 주릉의 장쾌함을 곁들인 꽃사진을 찍을 수는 없었지만 꽃 자체는 잘 두드러질만한 조건이었다.
등산로 초입 가로수로 심어놓은 모감주나무마다 꽃들이 흐드러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모감주나무, 안내 팻말에는 세계적인 희귀종이라 되어 있다.



계곡에는 비비추(정확하게는 일월비비추)들이 멋진 자태를 뽐내며 피어 있고 길가에는 산수국이 화려한 색감을 발산하고 있다. 그리고 수많은 잠자리떼가 함께 하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일월비비추


사용자 삽입 이미지산수국

혹시나 새가 있나 하는 마음으로 연신 계곡쪽을 눈으로 더듬거리며 가자니 자연 발걸음은 황소걸음이 된다.
렌즈 갈아끼우기는 또 얼마나 귀찮은지 어지간한 것들은 그냥 스쳐보낸다. 아~ 계곡이 너무 길다 할 즈음 백련사가 나타난다. 노랑할미새 한 가족과 맞닥뜨려 시간 꽤나 죽이고 다시 상봉을 향해 출발한다.
시간반 이상 걸리는 팍팍한 오르막길을 걱정하는 것도 잠시 주변의 꽃들을 찍으며 오르니 어느새 정상이 지척이다.
산길 주변에는 노루오줌, 여로, 박새 등이 많이도 피어있고 간간이 동자꽃도 보인다. 정상 부근에는 낯모르는 꽃도 보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박새

사용자 삽입 이미지긴산꼬리풀

사용자 삽입 이미지무슨 꽃인지 몰라 야사모에 물어보니 '토현삼', 산림청 선정 희귀 및 멸종위기식물이라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한겨울 탁발나간 스님을 기다리다 굶어죽은 동자승이 꽃으로 피어났다는 슬픈 전설이 깃들어 있는 '동자꽃'.


 

사용자 삽입 이미지행적봉 잠자리떼. 잠자리 축제 해야 되겠다는 아주머니 말씀이 귀에 쟁쟁하다.


드디어 정상! 정상에 다다르니 엄청난 잠자리떼가 등산객과 뒤섞여 일대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잠자리 유충은 물속생물인데 계곡에서 생겨난 잠자리가 어인 일로 이 높은 정상부에까지 떼거지로 올라오게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잠시 밝던 날이 이내 어두워지고 안개가 밀려오며 빗방울까지 든다.  대피소 컵라면으로 끼니를 잇대고 다시 길을 나서니 날씨는 오락가락 미친년 널뛰듯 한다.
정상의 낮은 관목들 속에서는 휘파람새 경쾌하게 울어대고 '홀딱 벗겨주'인지 '쪽박 바꿔주'인지 두견이도 간간이 섞여 울어대건만 여간 들여다봐도 그 모습을 찾을 길이 없어 새 찍기는 이내 포기하고 말았다.
능선은 갖가지 꽃들로 가히 장관이다. 좁은 산길을 장식하고 있는 지리터리풀, 드넓은 꽃밭에는 원추리, 범꼬리, 박새 등등... 바위는 바위대로 또다른 꽃밭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터리풀. 한국특산식물


사용자 삽입 이미지어수리


사용자 삽입 이미지난장이바위솔


사용자 삽입 이미지지리터리풀



사용자 삽입 이미지수리취

사용자 삽입 이미지참조팝나무



사용자 삽입 이미지속단



사용자 삽입 이미지범꼬리

사용자 삽입 이미지원추리가 주종을 이룬 꽃밭

능선을 질러 중봉에 이르니 사위는 더욱 어두워지고 빗줄기가 거세진다.
능선길을 포기하고 오수자골을 경유하는 하산길을 택하려는 순간 집에서 걸려온 한통의 전화가 발걸음을 매우 재촉하게 한다. 사람 하나 만날 수 없는 컴컴한 숲길을 장장 네시간 가량을 걸어서야 다시 출발지로 돌아올 수 있었다.
무주산 대학찰강냉이로 끼니를 잇대며 달려달려 집에 도착하니 저녁 9시가 다되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하산길에 찍은 계곡의 노루오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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