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여산'이라고도 하고 '채계산'이라고도 하고 또 남원으로 가는 국도를 사이에 두고 연이어 선 두 산을 '순창 책여산'과 '남원 책여산'으로 구분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책여산을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책같은 산'이 되겠고, 채계산은 '비녀산'이 되겠다. 둘 다 그럴듯하다. 깎아지른 암벽이 책을 쌓아놓은 것도 같고 날카로운 암릉이 머리에 꽂은 비녀처럼 보일법도 하다.  

그런데 전라도 사람인 내가 듣기에 채계산은 책여산을 전라도식으로 쉽게 발음해버린 결과가 아닌가 싶다. 

석교가 섹개가 되고 남원이 남안이 되고 담양이 대맨으로 불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뭐 그렇다 치는데 순창 책여산, 남원 책여산으로 구분하는 것은 순창 사람 입장에서는 영 부대건한 모양이다. 

순창 책여산 능선의 상당구간이 순창과 남원의 경계를 이뤄 차라리 남원 책여산이라 불릴 수도 있겠으나 남원 책여산은 오히려 온전하게 순창의 산이라는 것이다. 

두 산 사이에 물이 흘러 완벽하게 동떨어진 두 산을 같은 이름으로 부르기가 께름찍하긴 하겠지만 순창, 남원으로 구분하여 부르는건 적절치 못하다 말한다.  


일단 책여산이라 쓰고 전라도식으로 채계산, 혹은 채기산이라 읽는다. 

책여산은 순창 유등면에서 적성면까지, 좀 더 길게 뻗대면 동계까지 섬진강을 끼고 길게 뻗은 산이다. 

그래봐야 최고봉이 360여미터, 전체 길이는 약 8km가량의 작은 산이다. 

하지만 날카롭게 치솟은 암릉에서 섬진강과 들판, 병풍처럼 둘러쳐진 산줄기들을 바라보는 맛은 짜릿하다 못해 아찔하다. 

동짝으로는 우람한 지리 주릉이 호위하고 서짝으로는 굽이치는 호남정맥 산줄기가 치열하며 발 아래로는 섬진강물이 유장하다. 



산행 들머리 부근의 '책바우', 책을 차곡차곡 쌓아놓은듯하다. 책여산이 아닌 다른 산에 붙어 있다. 

언젯적 것일까? 네잎 클로바가 선명하다. 이 동네 4-H는 겁나게 학구적이었던 모냥이다.   



시작은 갈쿠나무(순창 사람은 가리나무라 했다) 수북한 솔밭길, 바닥이 푹신하다. 

산이 온통 소나무만으로 일색화되어 있다.  



암릉이 나타나고 조망이 트인다. 

발 아래 섬진강, 섬진강 유역의 손바닥만한 들판, 그리고 다시 산..



겹겹이 쌓인 산 너머 산 중의 산, 지리주릉이 장엄하다. 

책여산에서 보는 지리산은 반야봉이 주봉이다.  



금돼지굴봉 오른짝으로 무등산이 보인다. 



회문산, 여분산이 아스라하다.




왼짝은 적성, 오른짝 고라당은 마계.. 마계, 왠지 후덜덜하다. ㅎ




섬진강의 유장한 흐름을 보라. 섬진강은 장구한 세월의 흐름 속에서 순창 최고의 들판을 펼쳐놓았다. 

섬진강은 말 그대로 순창의 젖줄이다. 






오직 순창 사람들만이 쓰는 감탄사 "하그비~"가 절로 나온다. 




지나온 길을 돌아본다. 



산행이 끝나갈 무렵 섬큼 다가온 지리주릉이 손짓한다. 

왜 그렇게 겉돌아 어서 와서 내 품에 안겨봐.. 



순창 책여산.gp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