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가성산, 눌의산 넘어 추풍령까지 가면 이번 판 대간 일정이 마무리되겠다. 

괘방령과 추풍령이 몹시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둘 다 매우 낮은 고개들이고 가성산, 눌의산 역시 지금껏 지나온 산들에 비하면 야트막하고 순하게 생겼다. 거리 또한 짧아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한다. 

대보름달만 아직 남아 텅 빈 고갯길을 휘영청 밝히고 있다.  

밤중에 들었다 새벽에 나왔으니 괘방령이 어찌 생겼는지는 알 길이 없다. 

두 길에 실린 세월과 그로 인해 덧쌓였을 이러저러한 무게를 빼면 지방도, 국도 지나가는 산모탱이 돌아가면 나오는 그냥 그런 고갯길일 따름이다. 

학교 갔다 돌아오는 조무래기들은 영판 귀할 것이고 이따금 딸네집 가는 할매들이나 보따리 끼고 앉아 시내버스 기다릴 그런 길. 


좌우튼 나는 다시 길을 나선다. 

산길에 접어드니 달빛이 약해져 달빛만 가지고는 발 뒤집히기 십상이겠다. 

이마에 불을 밝힌다. 

 


순하게 봤더니 굴곡이 심하다. 역시 산길에는 에누리가 없다. 

십리면 십리, 오십리면 오십리 딱 그만큼의 발품과 공력을 쏟아야 되나보다. 

거리에 비해, 높이에 비해 수월해보인다면 필시 눈에 보이지 않는 감춰진 무언가가 있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것만으로 쉽게 판단해버리면 풀어헤쳐진 마음 여미느라 괜한 공력만 더 들어간다. 



달 볼테기 볼고족족해지며 서산에 기울더니 동녘 하늘이 따라 붉어지고 이내 해가 올라온다. 



가성산 지나..



상당한 깔끄막을 내려오고 나니 산길이 다시 유순해지고..



눌의산 넘어가는 길목 장군봉, 將軍봉이 아니고 長君봉이라는 주장이 있다. 



가성산은 소나무가 대세, 눌의산은 참나무 일색. 



눌의산(743m), 대간의 기운이 미약해지는 구간이라서인가? 고창 방장산하고 높이가 똑같은데 고도감이나 산의 기세가 영판 다르다. 

방장산은 영산기맥의 맹주 노릇을 하는 산이다. 



추풍령 고갯길을 내려다보는데 가늠이 잘 안된다. 

고속도로와 기찻길에 막혀 산이 잘리고 사람이 차지한 고개에는 이짝 저짝 할 것 없이 길이 어지럽게 펼쳐진다. 

새도 구름도 쉬어가는 추풍령 고개는 어디에 있는가? 


교통 번잡하기가 전남북을 넘나드는 장성 갈재와 유사하다. 

고속도로, 국도, 신국도, 국철, 고속철이 지나는 장성 갈재는 모다 산 아래 굴을 내주어 길을 품은데 반해 추풍령은 길이라고 생긴 것들은 모다 대간을 밟고 희롱한다.  

대간의 굴욕.. 기세를 너무나 누그러뜨린 탓이다. 



눌의산을 내려오니 역시 대간길이 아슬아슬해진다. 

이 집 묏등은 대간을 배경으로 절묘하게 자리잡았다. 



포도밭 너머 대간줄기를 경부고속도로가 밟고 지나간다. 



대간길은 지하로 잠복하고..



철길에 의해 다시 한번 밟히는 대간, 저 너머가 추풍령이라는데..

전체 대간을 통틀어 가장 낮은 이 곳은 경부선 철도 구간 중 가장 높은 곳이라 한다. 



대간길은 다시 지하로 들어간다. 



이리저리 돌고 돌아 추풍령에 도착, 여기가 진짜 추풍령이다. 

2박 2.5일 60km, 산길 150리를 걸어 예까지 왔다. 

그나 추풍령 맥없다.

무풍에서 오는 정보화 위원장 정도화 농민도 길을 더듬느라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길 건너 모텔 이름을 일러주니 그제서야 쉽게 찾아온다. 

'모텔 카리브' , 백두대간에 카리브 모텔이라.. 장사가 될 턱이 있나. 

거의 망한 듯 건물이 추레해보인다. 



돌아가는 찻길 64km, 산길보다 10리가량 멀다. 

부항령 넘어 무풍으로..



거창과 김천에서 백두대간 넘어 손님이 찾아오는 이름난 만복식당에서 보신탕을 먹는다.  

농민회 조직후보로 조합장에 출마한 김성곤 전 회장이 같이 와서 밥을 먹는다. 

후보가 밥 챙겨먹을 시간도 있고 여유가 만만이다. 

좋은 결과를 기대해본다. 



삼봉산이 기운을 다하는 끄트머리자락 나제통문을 지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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